삼국사기를 보면 우리가 익히 아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가 나온다. 바보 온달에게 어느 날 평강공주와 찾아와 결혼을 청하게 되고 이후 온달에게 변화가 일어나 장군이 되어 훗날 위기에 빠진 고구려를 구원한다. 이 온달 이야기에서 한 가지 가정을 해 보자. 만약 평강공주가 아버지인 왕의 뜻을 따라 온달을 만나지 않았다면 온달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온달은 평생 거지로 가난하게 살다가 인생을 마감했을 지도 모른다. 온달에게 있어 평강공주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을 180도 달라지게 한 큰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매우 사소한 사건 또는 우연한 만남 하나가 그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지나고 보면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음을 깨닫고 놀란 적은 없었는지? 우리가 경험하는 이러한 수많은 변화 때문에 아무리 용한 점쟁이라도 한 사람의 인생을 예언하기란 쉽지 않고 또 같은 이유로 세상살이가 재미있어진다. 새옹지마, 전화위복,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등은 모두 이런 일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현대과학에서는 나비 효과라고 부른다. 바보 온달 이야기에 나타난 인간의 삶이 지닌 특성을 현대과학으로 풀었다는 사실이 일반인들에게는 이상하게 비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처음부터 인간의 삶을 연구하여 인간의 삶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현대과학자들은 자신들의 고유 영역인 자연을 대상으로 연구하다가 나비 효과를 발견했고 나비 효과가 세상사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이해시켜 주었다.
이제 나비 효과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나비 효과가 발견되었는지 알아보자. 나비 효과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로 알려져 있다. 로렌츠가 1979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발표장에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 주에 발생한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나비 효과란 말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또 로렌츠는 카오스를 처음 발견한 학자로도 유명한데 그는 카오스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비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다. 로렌츠가 카오스와 나비 효과를 발견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미국 MIT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로렌츠는 항상 한 가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현대과학이 일월식 같은 천체 운동, 로켓 운동 등은 정확하게 예측하면서도 왜 유독 날씨만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로렌츠는 1960년 경 날씨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기상모델을 생각해 보았다. 로렌츠는 지표면으로부터 열을 받아 대기가 가열되고 대기의 움직임이 날씨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이 모델에서 날씨는 오븐 위에 놓인 물이 담긴 남비를 가열할 때의 물의 운동과 매우 유사하다. 약하게 가열하면 물은 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만 불을 강하게 하면 물이 대류를 일으키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후 열을 계속 가하면 물은 부글거리며 격렬한 운동을 보인다.
로렌츠의 기상모델은 일기예보를 위해 현재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복잡한 수학모델에 비하면 매우 유치하기 때문에 흔히 장난감 모델이라고 부른다. 로렌츠의 기상모델과 같은 수학모델들은 복잡해 컴퓨터로만 풀 수 있다. 다행히도 로렌츠는 발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컴퓨터를 사용해 기상모델의 성질을 조사할 수 있었다. 컴퓨터를 이용해 알게 된 기상모델의 성질은 놀라왔다. 지표면에 의한 대기의 가열 정도에 따라 다양한 날씨의 변화가 관찰되었다. 지표면에 의한 가열이 작을 경우 기상 변화가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해 일년 내내 날씨 가 동일해 생활이 매우 따분할 것이다.
대기가 좀 더 가열되면 삼한 사온과 같이 주기적인 기상 변화가 일어난다. 3일 동안은 온도가 낮았다가 4일 동안은 따뜻해지는 일이 정확히 반복된다. 따라서 다음 주의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대기를 더 가열하자 놀라운 일이 관찰되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날씨가 반복되지 않고 매우 불규칙하게 변화하였다. 다시 말해 날씨가 늘 변화하고 있어 1주일 뒤의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끊임없이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것을 현대과학에서는 카오스라고 부른다.
카오스는 늘 변화하고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지만 카오스에 숨겨진 또 다른 성질이 예측을 더 힘들게 한다. 이 또 다른 성질이 바로 나비 효과이다. 기상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나비 효과란 중국 북경에서의 나비의 날개짓 같은 작은 변화가 대기에 영향을 주고 또 이 영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긴 시간이 흐른 후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말한다. 나비 효과는 만약 이 나비가 가만히 꽃에 앉아 있었다면 허리케인이 뉴욕을 지나는 일이 없었을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카오스는 스스로 불규칙하게 변화할 뿐만 아니라 나비 효과와 같이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카오스를 장기적으로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카오스의 변덕스런 성질과 카오스 속에 숨겨진 나비 효과 때문에 한 달 후, 또는 일년 후의 일기예보는 불가능하다. 일기예보에 관한한 최첨단의 현대과학을 동원한 장기예보나 관절염에 걸린 노인들의 예측이나 정확성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지 하루나 1주 후와 같은 단기예보에서는 현대과학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럼 어떤 것들이 카오스, 또는 나비 효과를 보이는가? 카오스의 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연 현상에서는 기상, 물체의 진동 등을, 사회 현상에서는 주식가격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주식가격의 예측이 왜 어려운지 이제는 이해가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카오스만 이야기하다보니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이 모두 카오스라고 생각할 것 같아 한 가지 주의를 주고자 한다. 이 세상에는 나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비카오스적인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시계 추의 운동을 생각해 보자. 시계 추의 주기적인 반복 운동은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카오스적이다. 시계 추에 아주 작은 충격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시계 추의 운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즉 나비 효과처럼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 우리 태양계도 비카오스적인데 만약 카오스적이었다면 매일 지구에 떨어지는 수많은 별똥별 때문에 일찌감치 지구는 궤도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을 헤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출처 네이버 오픈지식 작성자 young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