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좀 더 의미있게 보내기 위하여,
그리고 내 마음의 돌을 들어내기 위하여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도보성지순례를 떠났다.
진천의 배티성지에서 부터 괴산의 연풍성지까지 총 85Km의 거리를 3박4일간의 일정으로 도보로 순례하는 여정이지만
이번에는 그 절반인 배티성지에서부터 증평성지까지 약 40Km를 1박2일간의 여정으로 다녀왔다.
이브날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남부터미널에서 진천행 6시 10분차를 타고 출발하여 7시 50분 경에 진천 터미널에 도착하였으나
배티성지로 가는 첫차가 9시 30분이란다. 미리 알아보고 올걸 하며 후회하였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는 일.
주변의 진천성당을 물어 물어 찾아가 잠시 성체보배를 하며 마음을 달랜 후 뱇티성지로 출발.
시외버스로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데 2시간여의 기다림끝에 도착하니 기쁨이 배가된다.

성지의 모습은 전과 변함이 없으나 군데 군데 소나무가 많이 심겨져 있다.
수녀님의 간단한 안내로 순례를 시작할 준비를 하니 아침 10시.

소나무 숲 사이의 십자가의 길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순례는 시작된다.
그 끝으로 무명 순교자의 묘를 찾아 성지의 뒤산을 따라 오르다 보면 숨을 헐떡일 정도로 꽤나 가파르다.
근데 그 뒤산에서 노루를 두마리나 맞딱뜨리는 것을 보니 우리의 산림이 우거지간 했나 보다.


산 정상에 조금 못미쳐서 배티고개쪽으로 50M 정도 우측으로 내려오다 보면 6인 무명 순교자의 묘를 찾을 수 있다.
아직도 주변을 정리 주이어서 그런지 을씨년 스럽다.

경기도 안성과 충북 진천을 가르는 배티고개 정상으로 내려서서 충북진천으로 100m쯤 내려오다 보면 왼쪽에서 또 다른 무명 순교자의 묘를 만날 수 있다. 순례자들이 참배를 할 수 있도록 비교적 조성이 잘 되어 있는 듯 하다.
그 밑으로 최양업신부님의 옜성당터에 새로이 기념관을 조성하고 10위 헌양계단 등이 잘 조성되어 있었지만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서둘러 배티성지 입구로 향한다.
배테성지 입구로 돌아오니 거의 12시에 다다른다. 결국은 배티성지에서 거의 2시간을 소모하였으니 오늘 남아 있는 일정 16Km를 걸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쁘다.


바쁜 와중에도 지정된 순례코스를 빼먹을 수는 없기에 삼박골 비밀통로안의 순교자의 묘에도 참배를 하고왔다. 교우촌을 따라 배티성지간에 비밀통로가 있었다고 하나 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소로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엄청 넓은 골짜기가 나오고 그 위에 순교자 두분의 묘소가 조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순교자의 묘 보다는 다른 일반일들의 묘소가 더욱 크고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 마음이 아린다.
순교자의 묘 이후 백곡공소까지는 국도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도가 그러하듯이 이곳도 역시 도보 통행자를 위한 배려는 전혀 없다.
그냥 차길을 통행자가 알아서 조심하면서 가야 한다.

다리도 아프고 배가 고파 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았지만백곡공소 도착무렵까지는식사를 할 만한 곳이 전혀 없다. xx가든, oo가든 등의 음식점이 간혹 나타나기는 하나 도로변에서 100m이상 들어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생긴다(걸어보면 안다 왜 가고 싶지 않은지 ㅋㅋㅋ)
백곡공소 바로 직전에 나타난 쌀밥집인 곰가네란 식당이 나오는 데 강추다...
주인장이 신자이기도 하지만 음식이 맛깔스럽다.




식사를 하고난 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나타난 백곡 공소의 모습.
명칭만 공소이지 성당건물 이외에 요즘 새로이 건축한 듯한 교육관까지 갖추고 있다.
백곡공소에서 진천성당까지의 구간은 그야말로 도로와의 싸움이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34번 국도를 따라 끝없이 걸어야 한다.
배려있는 운전자들은 나를 지나칠 때 중앙선쪽으로 가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내 옆을 무대포로 지나간다.
앞으로 운전을 할때 보행자가 있으면 속도를 줄이거나 중앙선쪽으로 비켜가야 겠다는 교훈...



드디어 도착한 진천성당.
거리상으로는 얼마되지 않았기에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는 데
첫날이어서 그런지 5시경 어둑어둑할 무렵에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시골 성당의 웅장함을 볼수 있었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성당안에 예쁜 장식도 해 놓았고
성당입구에는 구유도 잘 꾸며 놓았다.
성탄전야 미사를 타 본당에서 특히 시골본당에서 보내는 것이 처음인지라 마음이 설렌다.
시골본당답게 모든 신자들이 친숙함을 표시하는 부산스러움속에 미사를 마치고
성당에서 마련한 간단한 오뎅국물로 성탄을 축하한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