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사연.. 1. <나에게 신심을 준 편지> (남, 60대) 1/25 수
정일, 중국 길림성 훈춘시
아침에 위챗으로 오랜 친구였던 손홍범 님이 보내온
한국 KBS 방송 록음을 듣게 되었다.
내용은 바로 나한테 보내는 편지였다.
연속 세 번이나 들으면서 손홍범 씨한테 고맙고
친구의 진심 어린 마음을 방송으로 나에게 전해 준
선생님의 고마움은 무슨 말로 형언하랴.
이전에도 홍범 씨는 나에게 글쓰기에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신심을 주었지만 나는 별로 귀 담아 듣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 방송을 듣고서
더는 실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귀 방송에서 나의 글을 기다린다는 것으로 해서
흥분에 젖게 되었고,
마치 오아시스에서 사막을 만난듯한 기분이다.
내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로 해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을 기초로
글을 좀 써 보려고 시간 나는 대로 여러 가지 글을 써서
여러 잡지에 투고했지만 그냥 퇴자 맞게 되자
나는 서리맞은 배추 신세가 모습이었고
글쓰기가 나와는 인연이 없다고 여긴 적이 많았다.
그래서 완전히 포기하려고 하다가
다른 친구들이 발표한 글을 보면
또 다시 글을 쓰려는 욕망이 쭈빗이 일어섰다.
그러다가 실패하면 또 신심이 없어지고....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어느덧 육십을 넘게 되었다.
내가 실패한 것으로 해서 가끔씩 얼굴에 구름장을 띄우면
아내는 대학 문도 못가본 내가 무슨 글이냐고 핀잔을 줬다.
글쓰기에서 물론 학문이 깊으면 좋겠지만
사회생활 자체가 바로 대학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명인들, 작가들이 누구나 다 대학을 마친 것은 아니잖는가?
실패의 아픔을 겪는 것이 어찌 보면 나쁜 것도 아닌 것 같다.
그 아픔을 맛보아야 성공의 단맛을 더 알게 될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 손홍범 씨의 부지런하고 견지하는 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글쓴 지 일 년이 되는데
적지 않은 글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소설도 있고 수필도 있고
동시도 있고 수기도 있다.
너무 놀랍고 너무 탄복이 간다.
그가 이렇게 많이 발표하게된 데는 기초도 중요하지만
더욱이는 꾸준히 견지하는 정신이 뒷받침된 것이다.
글쓰기란 너무도 고된 로동이어서
모두들 나섰다가 물러서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무슨 일이나 신심을 가지고 나서보자.
신심부터 없으면 성공이 불가능하다.
오늘부터 다시 신심을 가지고 글쓰기에 나서보련다.
그러면 나도 인제 승리자로 될 것이다.
그 승리자의 어엿한 모습을 그려가는 나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 편지사연 2. <밥상머리 사랑> (여, 10대)
김려평, 중국 흑룡강성 밀산시조선족소학교 6학년
**할아버지 – 김용필
할머니가 한국으로 떠나가시자 시골에 계시던
할아버지를 우리 집으로 모셔오게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할아버지가 돼지고기를
즐겨 잡수시는 것을 알고 늘 삼겹살을 사서
된장국에 넣어 삶아 썩썩 썰어 반주술 안주로 드렸다.
(김려평) 할아버지, 그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를 어떻게 잡수셔요?
나는 양미간을 찌푸리며 할아버지께 물었다.
(할아버지) 이런 걸 먹어야 몇 점 먹어도 속이 훈훈하단다.
할아버지는 웃으시며 늘 이렇게 대답하시군 한다.
그 날도 내가 방과 후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후라이팬에 삼겹살을 굽고 계셨다.
고소한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엄마) 식사시간입니다.
엄마의 외침소리와 함께 우리 집식구들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김려평독백) 삼겹살에 붙은 비계를 먹지 못하겠는데
어떻게 할까?
생각을 굴리던 나는 쌩하니 주방에서 가위를 가져왔다.
삼겹살에 붙은 비계를 가위로 잘라
할아버지의 접시에 집어놓았다.
그리고 살고기만 똑똑 잘라 연속 입에 넣었다.
눈 깜박할 사이에 할아버지의 접시에는
내가 베여놓은 비계들이 수북하였다.
내가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지켜 보시던 할아버지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셨다.
이 광경을 지켜보시던 어머니께서 나를 흘겨보며 나무라셨다.
(엄마) 얘야, 노인들은 비계를 너무 많이 드시면
몸에 해롭단다. 할아버지는 워낙 혈지가 높으셔서
이렇게 비계를 많이 잡수시면 안 되는 거야.
순간 나는 모닥불을 뒤집어쓴 듯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할아버지가 비계를 즐겨 잡수시는 줄로만 알았던 내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나는 할아버지의 접시에 담긴 비계를
얼른 집어서 나의 접시에 도로 쏟아놓았다.
접시에 담긴 비계들을
하나하나 집어서 입에 넣고 오래오래 씹었다.
(할아버지) 괜찮단다. 나는 우리 손녀가 맛있게 먹기만 하면
제일 좋은 거야. 네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들어주고 해줄 수 있어.
순간 나는 뜨거운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 마냥
두 볼을 타고 주루룩 흘러내렸다.
(김려평) 할아버지 사랑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앉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