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관련 시)
동백꽃
김하은
노란 꽃잎들이 떨어지자
언덕은 숨을 멈췄다
봄의 한가운데서
서로에게 멍처럼 스며든 사랑을 위해
알싸한 향기가 숨소리를 지웠다
수탉의 홰 치는 소리 사이로
해가 산등성이를 건너 기어나올 때마다
귓가를 때리던 목소리와
울타리 사이를 비집고
코 끝을 맴돌던 감자의 열기가
기억 속에서 휘청거렸다
아찔한 꽃의 향기에
꺼지는 듯한 호흡 속에서
언덕 저 너머 허공을 울리는 목소리에
뛰어 내려가는 발걸음이
산비탈 대신 내 가슴에 멍으로 돋아
한참을 두근거리고 있었다
자유시)
길
김하은
그의 이마에 움푹 패인 길이 있다
나는 가느다란 출발점 위에 서서
길을 따라 흘러가는 시간에 발을 담가본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길
구부러진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마주친
휘청거린 새벽
그 사이를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언덕을 서성이다 길을 잃는다
하얗게 불타고 있는 수풀 속에서
닳아버린 신발들이 걸어 나온다
하늘의 마음을 깨달을 때까지
벌판을 헤매었을 발걸음이
이정표처럼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길을 끝을 찾아
파도처럼 밀려오는 하루를 헤치며 걷는다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을 그를 쫓으며
지워져 가는 발자국을 더듬는다
풀꽃들의 냄새가 바람처럼 흔들렸다
내가 지나온 길은
별빛에 뒤덮혀 보이지 않고
그가 지나간 길은
달빛으로 얼룩져 발 디딜 틈이 없다
자꾸만 꺼져가는 그의 흔적에 불을 붙혔다
한참을 걷다 땀에 번진 이마의 지도를 읽었다
내가 가려는 곳은 지도에 없고
그는 어느새
맨발로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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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 2018 노인공경평화통일백일장 통일부장관상
2019 하이원글그림대회 교육부장관상
2023 중앙일보학생시조백일장 교육부장관상
2023 꿈이있는문예마당 교육부장관상
2023 만해축전전국고교생백일장 문화체육부장관상
2023 효석백일장 문화체육부장관상
현,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