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학과 대학원 다닐 때 친구 K가 석사 졸업논문 발표를 했다.
안박사님이 지도교수였다.
발표후 K가 안박사님을 고급레스토랑으로 모셨는데, 썰렁할까봐 몇명 더 불렀다.
나, MJ선배, KJ...
계속 더블로 시키셨다. 2잔크기의 좀 큰 잔으로...
5잔 마셨던걸로 기억한다.
계산은 정확히 하자... 더블이니 10잔이다...
그리고 와인 2잔 정도...
MJ선배는 연일 계속된 자체 음주가무로 그날만은 몸을 사리고,
KJ는 원래 못 마시고,
K는 차때문에 안마시고 있었다.
아마 많아야 와인 한잔정도만 마셨을거다.
그래서 내가 안박사님과 보조를 맞췄다.
K가 나에게 안박사님 상대 술상무라는 엄청난 임무를 부여했던 것이다.
1차전의 양상...
누가봐도 나는 멀쩡했다.
안박사님 좀 취하셨는지 커피를 흘리시며
"애이 나만 취했어..."라고 투덜대신다.
으흐흐 오늘은 나의 판정승으로 기록될 날이었다.
증인도 많았다.
그런데 11시인데 2차를 가자신다.
K와 나만 따라갔다.
폭탄주...
난 2잔 마신 기억까지만 난다.
그러니 K와 나와 겹치는 건 폭탄주 2잔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왠 디스코텍이다.
K가 춤추다가 넘어져서 내가 부축하냐고 잠시 정신이 든 것이다.
그리고 또 기억이 안나는데 잠시 한쪽 눈만 살짝 떠보니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왠 여자애들 5-6명이 무척 어색하고 썰렁하게 앉아 있었다.
깨어있더라도 재미없는 난 잠만 자고, K는 완전 맛이 갔으니 걔들이 무슨 재미가 있었을까...
그리고 또 기억이 안나다 정신을 차려보니
왠 지하실같은데 등빨좋은 애들한테 둘러싸여있고
두목인듯한 놈이 의자에 앉아서 돈을 내라고 다구치고 있었다.
K는 논문발표해서 정장을 하고 있었고,
나는 허름해서 그런지 K만 다구쳤다.
술취한 우리는 무서울 게 없었다.
불의에 굴하지않고 원칙, 정의에 의지해
못내겠다고 계속 버팅겼다.
사실 그때 사태파악이 전혀 안되고 있었다.
우리는 왜 돈을 내야하는지 정말 모르고 있었다.
특히 나는 잘 자고 있는데 어떤 넘들이 우리를 납치해서
지하실에 가두고 삥뜯는다고 생각했으리라...
한놈이 때릴려고 한다.
그런데 두목같아 보이는 넘이 그냥 보내라고 한다.
우리가 너무 취해 막무가내여서 두목의 오랜 경험상
문제 안일으키고 돈받아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으리라.
둘이 걸어오면서
우리가 왜 돈을 내야돼?
맞어 맞어! (대장금 아역 연생이 대사^^)
이렇게 투덜대며 왔던 것 같다.
그 후 몇일동안 정황을 추리해보니,
K가 삐끼를 따라갔고, 부킹을 해서 테이블에 있는 여자애들의 술값도 내야하는 상황이었다..
K는 술취하면 삐끼를 따라가곤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K도 나만큼은 마신다.
우리 둘이 겹치는 부분은 겨우 폭탄주 2잔이다.
안박사님이 무사하실까?
대낮이었지만 몇 번 전화를 해보았는데 사모님도 안계신지 안받으신다.
그런데 그 날은 통계학과 대학원생들 산으로 놀러가는 날이었다.
나중에 한 후배가 안박사님 오셔서 술만 엄청 드시고 집에 가셨다고 알려주었다.
경이적이다... 주신, 주성...
말로만 듣던, 설마설마하던 안박사님의 무한주량을 몸소 체험하고야말았다.
몇일후 복도에서 안박사님을 만났는데 대뜸 하시는 말씀이
"임마 넌 잠만 자냐!"
2차를 안갔으면 주신을 상대로 판정승이었는데... 아쉬움이...
첫댓글 안박사님을 상대로 한판 이기셨다니..ㅋㅋㅋ 나름 에피소드가 재미있네요.
이기긴요. 2차가서 망가졌는데요^^
주인장님 이야기를 잘 하시는 듯ㅎㅎ 다른 얘기들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