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혹은 추석 '연휴'를 한달 가량 남은 즈음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여행사에서 일하다보니 나를 비롯한 우리 직원들는 고객의 연휴 잘보내기에 온신경이 맞춰 진다.
우선 평범하게 추석 연휴에 차례를 지내며 가족과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술 한 잔 기울이는 그런이 들은 예외로 하고 조금은 특별한 이들을 살펴보자.
여행도 몇가지 부류가 있다. 첫번째는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다. 이번 추석은 금요일 오후부터 수요일까지 4~5일 정도의 기간으로 해외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에겐 얼마 안되는 장기 연휴의 기회를 잡으려고 난리다.
그리고 국내로 정한 사람도 많다. 그 중 금강산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연휴 전에 금강산을 다녀와서 추석 명절을 보내고 푹 쉬려는 사람. 그리고 주말에 2박3일로 떠나 ‘단풍’ 든 금강산의 절경을 즐기려는 이들.
해마다 귀성표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부산일보DB)
그리고 회사에서 단체로 연휴를 맞아 단합대회를 위해 전세버스를 빌려 본격적인 가을이 오기 전에 휴식을 취한 여행을 위해 문의를 해온 단체, 그리고 간간이 따뜻함을 즐기려는 듯 나이드신 친구 몇 분이서 가는 가을 ‘온천’여행도 있다.
9월 추석 연휴가 끝나면 또한번 '여행이 시작되는' , 완연한 가을 냄새가 풍길 것이다. . 사무실에 앉아서 내방하는 고객들과 상담을 나누다보면 가을이 와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가만히 지켜보면 이런 유희의 풍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 지난 설날까지 운행했던 ‘공원묘원’행 문의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성묘객이다. 먼저 간 자식과 부인, 그리고 부모, 조상의 성묘를 위해 그들은 또다른 추석을 준비하는 것이다.
왕복 8,000원에 그리움을 담아 가까운 거리를 차량 홍수에 밀려 몇시간이 흘러서야 도착하는 곳. 일년에 몇 번 나누지 않는 대화이지만 얼마나 반가울텐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애틋한 정이 남모르게 느껴 온다.
그리고 귀성객도 있다. 고향 앞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 자가용을 놓아두고, 시외버스를 외면하고 관광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 관광회사에서 가끔씩 시외버스를 도와주는(?) 측면에서 일정 요금을 받고 설날과 추석에 운행한다. 기차표나 항공권을 끊지 못했거나 같이 갈 가족이 없어 혼자 귀향길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에게는 관광버스를 타고 떠나는 귀향길도 멋이라면 멋.
덜컹거리는 시외버스보다 편안함과 안전성 그리고 친근함때문에 '관광버스예찬론자'가 되어버린 나역시도 좋아한다. 운전기사는 이날 만큼은 팁을 받지 않는다. 그저 양쪽 손에 든 선물꾸러미를 바라보고 한껏 빼입은 양복,한복이 곱게만 보일 뿐이다.
금강산은 추석연휴 국내 관광지로 최고인기다(부산일보DB)
'넉넉하다‘는 한가위이다. 언제나 마음 만은 고향에 두지만 막상 찾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 이뿐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 / 눈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코스모스 반겨주는 정든 고향역 / 다정히 손잡고 고개 마루 넘어서 갈 때
흰머리 날리면서 달려온 어머님을 / 얼싸안고 바라보았네 멀어진 나의 고향역
나훈아의 '고향역'이다. 사람들 중에는 고향을 찾기보다는 어디론가 지금 있는 곳에서 무작정 멀리 떠나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새장에 갖힌 새만큼이나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보인다.
뛰어서라도, 날아서라도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은 이들, 이 놈의 여행사에서는 참 많이 만난다. 분위기는 맞지 않는 노래 한 곡 부르며(?)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다가가면 뒤돌아 뛰어가고 / 쳐다보면 하늘만 바라보고
내맘을 모르는지 알면서 그러는지 / 시간만 자꾸 자꾸 흘러가네.
스쳐가듯 내곁을 지나가도 / 돌아서서 모른척하려해도
내 마음에 강물처럼 / 흘러가는그대는 무지갠가.
뛰어 갈텐데 훨훨 날아갈텐데. / 그대 내맘에 들어 오면은
아이처럼 뛰어가지 않아도 / 나비따라 떠나가지 않아도
그렇게 오래오래 그대곁에 남아서 / 강물처럼 그대 곁에 흐르리
/이선태 쌩쌩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