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09. 9. 27
2. 산행장소 : 대곡7단지 - 삼필봉 - 수밭고개 - 청룡산 - 달비고개 - 산성산 - 앞산 - 약수터
안일사 - 앞산버스정류장
3.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15km (5시간)
4. 산행대상 : 시나브로
계획대로라면 문경 주흘산에 있어야 하는데 추석을 앞두고 모두들 바쁘고
또 산행날 전국적으로 가을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도 있고하여서 취소되고
아쉬워 토요일 전회원 소주집에서 모여 소주빨고 그것도 모자라 젖통 큰 가이나
둘이 불러서 가요방에서 질펀나게 놀고(물론 시나브로 어디 가이나들 한테 눈길
한 번 주겄냐...어디 깜냥이나 되겄냐..ㅎㅎㅎ)해서 9월달 산행으로 가름했다.
일욜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나 비가 이쁘게 내린다.
누워서 엠비시 불만제로를 건성으로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형사 가제트맨키로 요리 조리 잔머리를 굴린다. 어카지...함 가봐?
후다닥 일어나서 뜬금없이 와이프한테 산에 간다고 말하니 왕사탕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폼새가 이 냥반이 미친는가베...비가 오는디...하는 것 같다.
씻고 옷 찾아 입을 동안 와이프는 기술도 좋지.. 그 빠른 손놀림으로
초밥 여남개를 플라스틱 통에 담아낸다. 포도 한송이...물 두병. 상의 여벌로 하나
챙겨서 그냥 나섰다.
대곡 7단지뒤로 발걸음을 옮긴다 (10시 30분)
일요일 이시간쯤 되면 이 산행길에 사람들로 북적거릴껀데...조용하기 이를데 없다.
비는 조용히 내린다. 우산을 바쳐쓰고 사부작 사부작 혼자 걸으니
감칠맛 나기가 이를데 없다.
일단 사방이 조용해서 좋다. 등산길에 먼지가 나지 않아서 좋다.
다만 돌길이나 바위길을 꼭 후라이판에 덴뿌라 기름 살짝 두른 것맨키
너무나 미끄럽다.
처음부터 내내 오솔길이다. 어느 산에서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흔하디 흔한 오솔길... 이 길을 오늘 혼자서 다 차지하고 있다.
물론 따문 따문 등산객이 보이긴 보인다.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 정도 걸으니 비슬산(용연사) 앞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길에 도착하니
상의는 땀과 비로 다 젖어버려 바람도 제법 불어 춥다.
잠시 갈등한다. 용연사로 빠질까. 앞산으로 향할까.
갈등을 하면 할수록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법....단순하게 앞산으로 향한다.
안개는 더 짙어진다.
조용한 산길을 또 걸으니 이정표가 나타난다.
수밭고개다. 반대편으로 가면 정대...내려가면 수밭골 월광수변공원...
잠시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하면서 계속 전진한다. 춥다.
전에도 이곳에서 청룡산까지가 가는 길이 왜 이리도 지겹게 느끼는지
오늘 또 한 번 체험한다.
길은 다 젖어있고 가장 흔하디 흔한 들꽃도 함초로이 가을비에 떨고있다. 나까지.
드뎌 청룡산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앞산에서 올라오는 일행과
거의 동시에 청룡산 정산에 다다랐다. 청룡산 증명사진 하나 부탁했다.
정상에서 수태골쪽으로는 안무의 바다다 온 사방이 안개로 가득하다.
배도 고프고 하여 나무 밑을 찾아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배가 고프니 서글프지만 쪼그리고 앉아서라도 먹여야 겠지.
눈물없는 밥을 먹어보지 않는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랬던가.
아! 이제부터 나도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것도 빗물까지 덤탱이로 얻어서... 더 값진 인생론자가 되었다.
옷도 다 젖고 하여 여벌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몸이 뽀송뽀송한 것이
좀 살 것 같다. 몸이 따시니 소주 생각이 난다. 욕심은 꼬리를 무는 법인가..ㅎㅎㅎ
비와 바람을 막을 요량으로 우의를 챙겨입었다. 보온이 되니 한결 좋다.
진작에 우의를 입을 걸..하며 걸으면서 내내 내가 어리석다 생각했다.
경사가 급한길에 내려올때 아차..순간에 중심을 잃기도 했지만 워낙에
운동신경이 발달한 (?) 덕분에 무사히 달비고개까지 도착했다
그냥 달비골로 내려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갈데 까지 가보자며 산성산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좀 있으니 오토바이가 떼거지로 산성산에서 내려온다.
이게 뭐 조화여! 시방 쌨고 쌨는 아스팔트 존 길 놔두고 뭐 생고생한다고 이런 험한 길을 찾는다냐
잔차도 아니고 요새는 잔차타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더러 봤어도 오토바이 타고
산길을 싸돌아 댕기는 늠들은 오늘 또 첨보네...그것도 떼거지로 해싸가지고...헐
여튼 젊은 것들 맴은 도시 알수가 읎단께로...
앞산 정상에 다다르니 아이들 문자가 온다.
내일 셤인데 보강 좀 해달랜다. 이새꺄...평소에 놀지말고 공부 좀하지.
오냐...지둘러라. 금새 내려갈텐께...
고딩들 4명은 지들찌리 자습하다가 전화온다...쌤 돈 처넌 읎냐구?
칠판 왼쪽편 빨간사탕통에 함 봐라...백언짜리 몇 개 있을껴....
아..씨바 퍼떡내려가서 보강해줘야지........................
6.25참전기념관까지 쪼르르 내려와서는
자판기에 300원째리 커피 한 잔의 맛이 을매나 죽이는지 알기나 할까 몰라.
또 다른 욕심이 앞선다. 따뜻한 구들목...
아마 따뜻한 구들목을 찾으면
또 다른 욕망이 스멀 스멀 기어 나올터.....
첫댓글 혼자의 산행도 많은것들을 생각할수 있기에 가끔은 혼자의 산행도 좋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