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마련한 공동 사무실은 제2의 보금자리
수지구 풍덕천1동에 있는 수지 상우회(031-263-5192) 사무실. 회장 왕도근(44)씨가 운영하는 홈 마트(031-266-5191) 건물 3층에 자리 잡은 이곳은 인근 상인들에게 꽤 의미 있는 공간이다. 상우회 상인들이 오랫동안 뜻을 모으고, 자금을 모아서 마련한 소중한 쉼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정식으로 현판식을 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어요. 10년간 꿈꿔온 일이었는데 소원 성취한 거죠.” 마치 전세를 전전하다 가까스로 내 집을 마련한 기분이라고 설명하는 헤어 디자이너 윤도령(43)씨는 얼마 전 일터를 서울로 옮겼음에도 틈날 때마다 이곳을 찾아올 만큼 애착을 갖고 있단다.
“그동안 딱히 모일 장소가 없어 음식점이나 호프집 등에서 만나왔는데, 이젠 맘 편히 들러서 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생겨 행복하다”는 게 상인들의 이구동성이다. 1995년도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조성된 수지 상업 지구에는 상가 건물만도 150여 개. 그 안에 들어선 점포수만도 어마어마하다 보니 오히려 처음엔 뭉치기가 쉽지 않았다고.
“자영업이 원래 외로운 직종이거든요. 스스로 인맥을 만들지 않으면 평생 일만 하다 끝나겠더라고요.” 떡고을(031-261-5250) 주인 명노진(43)씨의 말에 옆에 있던 수지 산후조리원(031-265-0770) 서형종(57)씨도 말문을 연다. “처음엔 15명쯤 만났는데 이젠 70여 명 가까이 모여서 정을 나누고 있죠. 상가 불문, 직종 불문, 나이 불문하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이웃하며 지내다 보니, 일할 맛도 더 납니다.”
◆품앗이, 상부상조를 몸소 실천하는 생업 공동체
다양한 직종들이 모여 있는 상업 지구다 보니 상인들끼리 도움을 주고받기도 훨씬 수월하다. “주변 형님들이 가전제품 필요하실 땐 저희 매장을 찾아주시고요. 저희 직원들 회식 때는 형님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는다거나 하는 식이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홍보도 해주고 정보도 교환하면서 상부상조하고 있습니다.” 하이마트 수지지점(031-266-5070) 지점장으로 부임한 이후 우연히 식사하러 들렀던 식당에서 상우회를 소개받았다는 조중호(44)씨는 직장인이지만 상우회 상인들과는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단다.
조씨뿐만이 아니다. 해물요리집 오사또(031-262-5441)를 운영하고 있는 윤효일(43)씨에게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을지로 골뱅이(031-266-2343)와 대양참치는 가까운 이웃사촌이자 급할 때 SOS를 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가끔 술이나 밥이 동이 나서 달려가면, 두말 않고 내주거든요. 비슷한 업종이다 보면 경쟁심 같은 게 생길만도 한데, 그런 수준은 이미 뛰어넘은 것 같아요.” 윤씨의 말이다.
서로간의 경조사를 잊지 않고 챙기는 건 기본. 바쁠 땐 서로 장도 대신 봐주고, 가게를 통째로 맡기기도 한다. “틈틈이 자주 만나다 보니 지역의 최신 트렌드나 물가, 임대차 정보도 자연스레 공유하게 되어 말 그대로 일석이조”라는 게 현대자동차 수지지점(031-262-7001) 과장 장환진(42)씨의 설명이다.
◆동네 청소, 결손 가정 지원 등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결속력 다져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친해질 대로 친해지고 나니,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행운노래방(031-263-2750) 주인 황노미(60)씨. 그렇게 뜻 맞는 이웃끼리 모여서 시작한 일이 바로 ‘사랑해 날’ 봉사활동이다. “매달 넷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수지 내 구청과 상가 등지를 돌면서 청소 봉사를 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우리 지역을 순수하게 사랑해주는 날이죠.” 그뿐만이 아니다.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열리는 임원회의와 넷째 주 수요일마다 모이는 정기 월례회, 봄·가을 가족 동반 산행과 매년 연말에 벌이는 불우이웃돕기 행사 ‘사랑의 이어달리기’까지 함께해야 할 일들이 일년 열두 달 빼곡히 대기 중이란다. “일년에 두 번씩 가족들까지 다 모이다 보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젠 하나의 대가족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일류 대리운전(1600-5655) 김인호(47)씨의 말에 회장 왕도근씨도 한 마디 거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잖아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웃으로 평생 도움 주며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