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인문한국(HK) 심사총평 및 심사참여 명단.hwp
2009년도 인문한국사업 심사 총평
심사위원장 이 영 옥
(성균관대학교 교수)
1. 여전히 목마른 인문학 연구 세계
이제 3차년도에 들어선 인문한국지원사업은 2009년도에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선정과제수는 인문학의 경우 3개과제인데 비해 41건의 신청으로 7.3%의 선정율을 기록하였다. 또 해외지역연구는 중형 2, 소형 4과제의 선정목표에 불과하나, 신청은 28개의 과제로 쉽지 않은 경쟁을 보였다. 이는 아직도 목마른 인문학 연구의 지평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원신청에서는 특이하게도 지난 해에 유망연구소로 지원받았던 2개의 인문분야와 5개의 해외지역 분야 연구소들이 그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지원 체제로 전환, 신청하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지방의 연구소 또는 연구단의 신청 수 (약26%)가 수도권의 신청 수 (약74%)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2. 심사 오리엔테이션
2009년 10월12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전체 심사단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은 심사의 엄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기본환경 설정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장소인 충주 켄싱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각자의 휴대전화를 반납하여야했으며, 인터넷 접속은 금지되었다. 기반과 아젠다, 인문분야와 해외지역분야로 각기 배속된 심사위원들은 다른 조원들과의 담화나 접촉이 극히 제한되어, 식사도 지정된 시간대별로 조원들과 함께 하고 마치 한 몸처럼 이동해야했다. 부득이한 경우 외부에서 전화가 올 때는 반드시 직원이 대동하여 있는 가운데 통화를 하여야했다. 뿐 만 아니라, 심사실 입구와, 소위원회 회의공간에도 카메라를 설치하여 심사의 전과정을 녹화하였다. 다행히도 위원들은 대부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불편을 크게 호소하지도 않았다.
재단은 지난 해의 경험을 살리고 더욱 엄정한 심사를 위하여 평가위원 명단 공개, 실명심사결과 발표 등 전공심사단에 의한 책임 심사제도를 강화하고 심층적 평가운영을 위하여 평가참여위원이 전원 평가 종료일까지 합숙하고 과제별 검토의견을 개별 평가서에 적도록 하였다.
3. 다층적 심사절차의 진행
본 심사절차는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1단계는 서면심사로 전공심사단이 기반 (5~7명)과 아젠다 (5~7명) 패널로 나누어져 각각 60:40으로 평가하였다. 인문분야 기반 A, B, 아젠다 A, B, 해외지역 분야 기반, A, B, 아젠다 A, B 등 총 8개의 패널은 그 안에서 조별로 좌장을, 각 과제별로 주심과 부심을 선정하여 심사의 깊이를 더 하였을 뿐 아니라, A, B 패널간의 토론은 물론, 그 외에 논의가 필요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각 패널의 좌장들로 구성된 평가소위원회 (위원장: 이영옥 심사평가위원장)를 운영함으로써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모든 회의는 영상기록으로 남기었다.
2단계는 면담심사로 서면심사가 종료되어 집계가 이루어진 후, A, B 패널별로 소수점에 상관없이 총점 기준 1, 2, 3 순위를 면담후보로 올림으로써 200%를 선정하였다. 기반과 아젠다 만점 기준에서 60% 이하로 평가된 과제는 선정후보에서 제외하기로 평가소위에서 정하였으나 해당하는 후보가 없었다. 이렇게 선정된 3개 분야 즉 인문, 해외지역 (중형), 그리고 해외지역 (소형) 등 18개의 후보를 심사하기 위하여 각 5~8인으로 구성된 3개의 면담심사단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보다 정밀한 검토를 위하여, 심사단에게 각각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 시간을 더 드리기로 하였다. 그리고 면담 당일에는 매 지원신청과제마다 40분~1시간을 할애하여 심층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4. 인문한국 연구계획서 총평
인문분야의 연구계획서는 다양하였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인문학 전반에 걸친 후속담론을 자극하거나 촉발할만한 토대연구의 성격이 명확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가하면, 유행에 편승한듯한 연구계획도 있었다 (유병례 좌장). 예컨대, 인문학이란 용어를 아무데나 접목시켜 새로운 명칭을 찾아내는데 급급하였다는 인상이다 (김응종 좌장). 2008년에는 ‘로컬리티의 인문학,’ ‘한국인문학,’ ‘탈경계인문학,’ ‘인문치료학,’ ‘소통인문학,’ ‘트랜스내쇼널 인문학’ 등이 탄생하였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단어의 결합형태가 큰 의미없이 유행이 된 느낌이었다.
해외지역연구분야는 인문학에 바탕을 둔 해외연구라기보다는 사회과학 중심의 연구계획이 대부분이었다. 제안서 대부분이 해당지역과의 경제교류 증대에서 제기되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 아쉬웠다. 또 제출된 계획서 대부분이 백화점 식의 종합연구를 표방하고 있어서 특징이 없고 무엇보다도 현실적 실현가능성이 의문시 된다
5. 지원과 심사의 문제점
인문한국연구지원사업이 2007년에 시작한 이래, 보완된 여러가지 시책으로 올해도 신뢰할만한 평가가 되었다고 자부하고 싶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좁은 방에 앉아 여러 번, 꽤 여러 시간동안 열띤 토론을 벌이고 심사숙고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가. 시간의 촉박성
지원의 규모나, 신청자들이 투입했을 노력에 비하여 심사기간과 주어진 시간과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다. 심사기간 내내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방대한 사업계획서와 다양한 내용에 대한 의견조율, 편차조정 등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나. 내용이 빈약한 연구과제
허황된 제목이나 부풀린 설명으로 명확한 개념의식이 결여한 연구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지원을 따내기 위한’ 신청과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같은 인문학 연구자로서 비애를 느끼게 한다. 인문학의 여타 학문의 뿌리이듯이, 인문학 연구는 학자 자신의 학문에 든든한 뿌리를 두어야하지 않을까.
다. 해외지역연구의 문제점
해외지역연구가 국가기관의 지원을 받으려면 그 지역을 연구한 결과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국제관계에 유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문학의 범주에서 해외지역 연구를 하는 것은 사회과학적 연구를 지양하여야함을 전제로 한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해외지역연구가 국가의 미래와는 상관없이 유행을 따라 한 지역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6. 개선방안
가. 심사본부의 설치가 필요하다. 심사위원장은 외부에서 위촉되었으므로 재단의 심사 세부 운영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심사본부를 설치하여 항시 문제점을 즉시 논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며, 심사위원장이 상주하도록 한다.
나. 사업계획서의 분량을 제한한다. 현재의 계획서 분량은 불필요한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어, 작성자나 심사자나 모두 괴로움을 겪는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계획의 핵심은 A4 3-40 페이지 내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필요한 설명은 자료를 부록으로 첨부하여 보완토록 한다.
다. 면담일시는 서류심사기간과 별도로 정한다. 서류심사결과를 집계하고 순위를 매기고, 면담후보과제 분야의 심사위원 풀(pool)에서 면담위원을 선정하고, 면담일자보다 1-2일 전에 면담위원들을 합숙케하여 신청서를 숙지하며 질의서를 준비함이 마땅하다. 이 기간 동안에 미비한 증빙서류를 확인할 수도 있다.
라. 지원비 예산 상 일정 수의 사업계획을 지원한다고 공지하였다고 해도, 신청자나 사업계획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선정 숫자를 줄이거나 다른 분야 끼리라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마. 인문한국연구 지원사업 내의 해외지역연구는 인문학에 토대를 두어야 하므로 사회과학적 연구는 선정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