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을 산에서 맞고 싶어 뒷산을 찾았다. 하얀 입김이 찬 겨울 아침 공기를 가르며 씩씩하게 산에 올라갔다. 하지만 겨울사은 풍성했던 나뭇잎들을 이제 이제 낙엽으로 떨어지고 온 사은 앙상한 나뭇가지로 황량해 보였다. 그런데 낙엽들을 밟으며 걷다보니 폭신폭신한 느낌으로 지난 여름에 읽었던 안도현님의 "관계"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에 나왔던 낙엽과 도토리의 대화가 생각났다.
작은 도토리는 어느 날 갈참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진다. 자신의 껍질 속ㅇ서 벗어나고 싶어 답답하기만 한도토리에게 낙엽은 "너는 소중한 존재야. 네 안에는 이미 갈참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거든. 네가 다시 태어남으로 우리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라고 일깨워 준다. 그리고 비바람과 동물들로부터 도토리를 지켜준다. 어느 봄날 작은 도토리는 갈참나무 싹을 틔우게 된다.
새해 아침 둥근 나라가 이런 낙엽과 같은 소중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썩어가지만 소중하 ㄴ이 사회의 도토리를 감싸주는 꼭 필요한 존재인 낙엽... 수년간 둥근나라를 지켜보았던 하나의 작은 시선으로서 그 지속적인 봉사와 헌신에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약소하지만 지속적으로 한장의 낙엽의 역할이 나에게도 허락됨이 행복하다. 올해는 우리 모두 무성한 여름을 보내고 진정으로 썩어질 수 있어서 행복한 낙엽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그래서 어린 도토리들이 새로운 갈참나무로 무성한 숲을 이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