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채 체험기를 쓰려면 먼저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꿔오진 않았습니다. 저와는 아주 먼 얘기였고 전 이과라 언어는 많이 약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1998년 제가 대학교 4학년때, 선배의 권유로 모 CATV 리포터를 잠시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방송이 참 재미있는 일이란걸 알게 됐고 아나운서를 꿈꾸게 됐습니다. 이런 동기가 어쩌면 아나운서가 되는 길에 많은 장애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우아한 아나운서가 되기엔 가벼운 리포터였으니 말입니다.
방송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98년 4학년 2학기때 SBS 방송 아카데미를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 MBC 방송 아카데미도 지원을 했었습니다. MBC 아카데미의 경우 10년이 넘는 전통이 있었고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록 역사는 짧지만 SBS 아카데미의 최신 시설과 부드럽고 우아하신 황인우 교수님을 보고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들어와서 보니 호랑이 선생님이셨지만요--;
이제부터 제 아픔은 시작됩니다. 이전까진 실패라고는 모르고 살던 콧대높던 한 소녀가 3년간 실패의 연속에 가슴아파하며 차츰 고개가 숙여져 사람이 된 이야깁니다.
아나운서 공채 체험기 2 (퍼온 글)
저의 첫 방송국 아나운서 도전 대상은 98년 SBS 였습니다. 글쎄요.. 그 당시 저는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아나운서 시험정도는 한번에 붙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을까요.. 뉴스 리딩도 전혀 안되던 때였습니다. 98년 SBS 아나운서 공채의 경우 다른 과정은 여름에 뽑고 아나운서직만 따로 가을에 뽑아서 전형이 간단했습니다.
먼저 서류전형 - 1차 카메라 테스트 - 2차 카메라 테스트 겸 면접 - 최종 면접...이렇게 4단계였습니다. 필기 시험이 없어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던 제게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먼저 서류전형..... SBS는 타방송사와 달리 사진을 많이 요구합니다. SBS를 보실 분은 자신의 프로필 사진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반명함판 사진과 상반신 정면, 측면 그리고 전신사진 이렇게 4종류를 요구합니다. 사진은 개인적으로 시간이 있을때 여유롭게 찍으시기 바랍니다. 공고가 난 후에는 마음이 급하고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답니다. 전문 사진사에게 맡기는게 좋습니다. 서류제출시 전 사진을 보통보다 한단계 큰 사이즈로 뽑아 붙였습니다. 작은 사진 보다는 약간 큰 사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나 싶습니다. 서류전형을 통과 해야만 실기테스트를 볼수 있겠죠? SBS의 경우 타방송사에 비해 학력과 나이등에 큰 제한을 두지 않아 허수지원이 많습니다. 당연히 서류전형에서 지원자가 대거 탈락하게 돼있어 서류전형이 중요하겠죠?
두번째 1차 카메라 테스트...두번째 1차 카메라 테스트...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렵습니다. 외모와 뉴스리딩, 행동 등 짧은 1분정도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저는 머리가 긴 상태였고 화장도 제가 직접했습니다. 잘하진 못했습니다. 저처럼 화장을 못하시는 분은 전문가에게 맡기시는게 좋습니다. 조명때문에 저같은 경우 몽달귀신처럼 허옇게 나와 눈, 코, 입이 뚜렷하지 않더군요. 머리 역시 머리띠를 두르고 시험에 임했습니다.
1차 카메라 테스트의 경우, 5명 정도가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가 한명씩 짧은 뉴스 원고를 읽게 됩니다. 물론 들어가기 5분전에 원고를 나눠 주십니다. 질문을 받을 경우엔 들어오면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가 정도입니다. 질문을 받고 안받고는 당락에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실기 테스트나 면접의 경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정해진다고 합니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겠죠?
운이 좋게도 통과가 돼 2차 카메라 테스트를 받게 됐습니다. 이 때는 꼭 자기소개를 1분정도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후 짧은 뉴스 3-4개와 나래이션 한장을 모두 읽으셔야 합니다. 저의 경우 예전에 배운 수화로 제 소개를 준비했습니다. 이 역시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았나 합니다. 차분히 제 얘기를 하는게 더 낮지 않았을까 합니다. 게다가 전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저는 100배로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아나운서입니다." 저의 이 황당한 말에 한 시험관께서 이유를 물으셨고 전 저 나름대로의 이유를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더이상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순간 한 면접관께서 던지신 한마디 "수고하셨습니다. 다음분.."
순간 전 떨어졌구나 싶었습니다. 괜한 말을 했다싶어 답답했습니다.
다행이 운이 좋게 통과돼 최종 면접에 올라갈 수 있게 됐습니다. 최종은 총 20명이었습니다. 최종 면접 또한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전 여기서 세상에서 처음으로 엄청 떨었습니다. 쓰러지는 듯 했습니다. 처음 자기소개를 간단히 30초 동안 시키셨습니다. 1분을 준비했던 저는 그 순간 아주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얘기를 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결국 제대로 말도 못하고 떨고만 있었습니다. 따라서 자기소개를 30초, 1분 등 그때 그때 얘기할 수 있도록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 후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고 간단하게 프로그램 진행을 시켰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저는 "" 100배로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아나운서입니다." 라는 말을 했고 이번에는 이유조차 물으시는 분이 없이 심사위원 한분께서는 피식하고 웃으셨습니다. 최종 시험에서 저의 이 가벼움이 큰 문제가 아니었나 합니다. 결국 전 불합격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내가 왜? 실패를 처음 맛보았던 저는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 것을... 그 당시에는 왜 그리 화가 났었는지....
여기서, 전체를 위해 덧붙일 얘기가 있어 끼어듭니다.
공채 준비생의 경우 CATV나 지방 방송국 시험을 보지 못하게 했다는 얘기 _ 지상파 3사의 공채에 지원해 최종에서 아깝게 떨어진 사람의 경우는 그 다음 단계로의 지원은 무난히 통과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일을 시작했다고 해서 다음 공채를 포기할리도 만무고 결국 그 방송사에 못 할 일이 되죠. 적어도 1년 이상은 해야 도리상로나 경력으로나 누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있는- 목표가 뚜렷한 사람이 잠깐 스치는 곳으로 일하는 것을 달가와할 데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다음 공채는 1년 안에 공고가 되기 마련이죠?
그러니 방송을 하는 재미, 월급을 받는 재미, 또 의지할 데가 있다는 위안을 받느니 좀 더 굳건하게 흔들림없이 다음 공채를 준비하는게 좋습니다.그래야 다음번 공채에서 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겠어요?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자신을 이겨낼 수 있는 시간으로 준비하는 자가 달콤한 열매를 딸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우기 공채는 드러나지 않은 빛나는 원석을 캐는 개념이므로 TV에서 고정적으로 방송을 하는 것은 드러내 때나 묻히는 것과 마찬가지죠.
99년 가을 전 자신에 차 있었습니다. 1년 내내 준비를 했기에 말도 안되는 자만심보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99년 MBC공채의 경우 서류전형 - 1차 카메라 테스트 - 필기시험 - 2차 카메라 테스트 및 면접 - 1일 동안의 종합평가 - 최종 면접... 이렇게 6단계였습니다.
먼저 서류전형의 경우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았습니다. 반명함판 증명사진 외 다른 프로필 사진은 필요치 않았습니다. MBC 서류전형은 SBS보다 많은 수의 지원자를 통과시켰습니다. 지원자 수 역시 SBS 보다는 현저히 적은 숫자입니다. TOEIC 성적표의 경우 내던 안내던 크게 상관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필기 시험 과목안에 영어 시험이 있기 때문일까요?
다음 1차 카메라테스트... 98년 SBS보다 훨씬 단순하지 않나 합니다. 98년 SBS의 경우 스튜디오안에서 시험을 봐 너무나 조용한 그 분위기에 주눅이 들기 쉬웠지만, 99년 MBC의 경우 강당에서 평가를 하고 약간 어수선했습니다. 한번에 10명씩 들어가서 5-6개 정도의 짧은 뉴스와 날씨 중에 심사위원께서 지적하시는 쪽지를 읽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질문은 거의 하지 않으십니다. 하루동안 몇백명의 지원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리딩으로 시험은 끝이 납니다.
이건 그냥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MBC의 경우 첫 카메라 테스트가 아주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첫실기 점수가 좋으면 필기 시험 성적이 약간 나쁘더라도 최종까지 간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냥 설이긴 하지만 그만큼 1차 카메라 테스트가 중요하겠죠? 제 나름대로의 생각으로는 1차 카메라 테스트와 2차 필기시험 성적을 합산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하튼 또 통과를 했습니다. 다음 필기시험....
다음 필기시험... 총 120문제 정도로 모두 객관식이었습니다. 국어와 영어가 절반을 차지했고 절반이 시사상식이었습니다. 논설시험은 없었습니다. 시험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국어외에 문제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방면에 사소한 곳에도 관심을 가져야만 시험을 잘 볼 수 있지 않나 합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하지 않는한 공부 많이 한 사람과 안한사람의 성적이 비슷하게 됩니다. 운이 좋았는지 통과할수 있었고 2차 카메라 테스트 및 면접을 보게 됐습니다.
99년 MBC 공채 2차 카메라 테스트 및 면접의 경우 "갤러리"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심사위원 3분께서 정면에 계시고 왼쪽과 오른쪽 측면에 여러부서에서 30여명의 관람객이 참석을 했습니다. 그들이 심사를 하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호응도를 보기 위해 도입이 됐습니다. 질문도 여러가지를 하게 되고 지원자는 2명씩 들어갔습니다. 먼저 1차와 마찬가지로 짧은 원고를 읽게 됩니다. 그후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질문을 하십니다. 당황스럽게 만드는 질문이 많으므로 자기 소개서 작정시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는 대학시절 학교 패션쇼 모델을 해봤다는 귀퉁이에 써있던 내용을 보시고 모델 워킹을 해보라 하셨습니다. 갑자기 음악까지 준비를 해 주셨고 전 당황스러웠지만 그럭저럭 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제 고향이 경상도라 발음과 관련해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래 저래 운이 좋았는지 통과를 하고 종합평가 시험을 보게 됐습니다.
종합평가 시험은 오전 8시부터 거의 저녁 8시까지 하루 종일이었습니다. 제게는 가장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제 행동과 말이 심사위원들에 의해 감시됐으니까요.
종합평가는 5가지 과정이 있었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잡지나 신문, 크레용, 사인펜 등을 가지고 자기 소개를 하는 과정입니다.
두번째 토론... 토론의 주제는 당시 핫이슈였던 중앙일보 사건에 대해서 "누가 가장 책임이 큰가?"란 물음으로 시작됐습니다. 또 다른 토론 주제는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세번째 스피치 시간... 먼저 전혀 상관없는 3가지 단어가 주어지고 그 3가지 단어를 모두 써서 5분동안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고 그뒤 다시 1개의 단어를 뽑아 앞의 이야기와 연결시켜 1분동안 더 이야기를 해야하는 스피치 시간이었습니다. 순발력 테스트라고 할 수 있겠죠..
네번째 인터뷰... 아나운서(심사위원) 한분께 대담 프로그램처럼 인터뷰를 공동으로 한후,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 쓰고 실제로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다섯번째 상황대처능력 평가... 각과정별로 일상 방송시 생길 수 있는 위급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에 관한 평가였습니다. 예를 들어 "TV 뉴스를 하다가 내가 들고 있는 원고와 프롬프터에 떠오르는 내용이 다른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날씨를 소개하다가 뒷배경이 방송실수로 갑자기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면?" 등등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대처방법에 대해 써서 내는 과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