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
[터키/그리스/이집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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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성당 앞 술탄 아흐메트 거리.
바둑판같은 돌들로 깔려진 도로가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photo by ch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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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탄 아흐메트 거리에서
“여보, 술탄이란 말이 무슨 뜻인가요?”
“술탄? 그건 이슬람의 황제라는 뜻이래.”
“근데...우리말의 수류탄과 비슷해요. 호호...”
“글쎄 말이야...”
배낭을 걸머진 아내는 내 뒤를 졸졸 따라 오면서 술탄에 대해서 물었다.
우리는 술탄 아흐메트 거리에 운집되어 있는 구시가지 문화유적을 돌아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서고 있는 중이었다.
하기야 나도 처음엔 우리나라의 수류탄과 비슷한 발음의 이 말이 이상스럽게만 들려 왔었던 것.
아내와 나, 떨렁 둘만이 나서는 배낭여행 길이기에 때때로 나는 아내의 여행 가이더가 되고,
대신 아내는 나의 영양을 챙겨주는 영양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내는 툭하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감정을 억제치 못하고 행동하는 나를 옆구리 쿡쿡 찔르며 자제 시키는 사감선생 같은 역할도 한다.
술탄 아흐메트 거리로 나온 우리는 아야 소피아 성당과 술탄아흐메트 사원의 중간지점에 서 있었다.
이른 아침 보스포루스 해협을 넘어 아시아 대륙에서 떠오르는 햇빛이 이 두 거대한 건축물을 찬란하게 비추어 오고 있었다.
어제 밤과는 달리 아침의 눈부신 햇빛이 부서지는 두 건물 사이에 서서 나는 알 수 없는 어떤 야릇한 전율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거리엔 은색의 트램(전차)이 한가롭게 달려가고 있었다. 트램이 가는 길로는 자동차도 다니고 있었다.
술탄 아흐메트 거리는 주로 문화 유적지와 여행사, 음식점, 호텔등 숙소들로만 이루어진 거리로
관광객들만 눈에 띌뿐, 거리는 비교적 한산하다. 높은 오피스 빌딩은 찾아 보기 힘들다.
길 바닥은 아스팔트가 아닌 바둑판 처럼 생긴 돌들이 깔려 있어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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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아흐메트 거리에 위치한 아야 소피아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
멀리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인다(자료 : Turkey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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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東과 西의 조화
이스탄불은 참으로 이상한 도시다. 지도를 보면 마치 두 마리의 금붕어가 사이좋에 입을 맞추며
아시아와 유럽을 도킹시켜 주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아야 소피아 성당과 술탄아흐메트 사원 또한 동서양의 종교와 문화를 연결해주는
가교처럼 술탄아흐메트 거리에 마주보고 서 있다.
호~ 이 기기묘묘한 동과 서의 조화... 하나는 서양문화와 기독교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요,
다른 하나는 오리엔트 문화와 이슬람을 대표하는 건물 사이에 상존하는 이 묘한 공간의 세계....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하여 숙명적인 라이벌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결양상을 보여 왔던 이 양대 종교 산맥이 사이좋게 마주보고 서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십자군 전쟁시대부터 골이 깊어온 이 문명의 충돌을...
기독교와 이슬람의 적대적인 감정을 이 곳에서 풀 수는 없는가? 미국과 이라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극과 극을 달리는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자들을, 바로 이 시간에 아침의 태양빛을 받아 찬란하고 평화롭게 서 있는 두 사원을 바라보게 한다면.... 그래도 과연 이 자리에서도 총칼을 들고 싸울까?
“여보, 뭐해요? 빨랑 가야지요?”
그렇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엉뚱한 공상에 잠겨 멍청하게 두 건물을 번갈아 가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나의 옆구리를
아내는 예의 사감선생처럼 쿡쿡 찌르며 갈 길을 재촉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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