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일(5월 13일. 제주도-완도-땅끝) 완도 뱃길을 거쳐 땅끝으로
맑음
지난 며칠간 정들었던 제주도와 작별을 하고 드디어 육지로 건너가는 날이다. 목적지인 땅끝으로 가기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제주항에서 배편으로 완도로 가는 방법이다.
완도행 배는 한일카훼리호. 생각보다 크다. 09:00에 제주항을 출발한 정원 975명에 6,237톤의 한일카훼리 1호, 우린 텅 비다시피한 2등 객실에 발 뻗고 누워 한숨을 자고나니 3시간 30분 만에 완도에 도착한다.
항구에는 어선들이 빽빽하게 정박해 있었고
좌판에서는 말린 생선들을 팔고 있다. 완도는 3인방 모두 처음인데다 점심때가 지나 시장기가 오는 지라 촌놈처럼 두리번거리며 우선 식당부터 찾았다. '목우촌'이라는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고등어 쌈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고등어조림에 쌈이 나오는데 반찬이 20가지다. 육지에서 처음 먹는 식사인데 과연 말로만 듣던 전라도식 백반이다. 이 식당은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알려진 식당이었다. 음식가격은 1인분에 5천원.
점심을 맛있게 먹고 커피까지 얻어 마시며 식당 주인을 불러 완도 관광을 상담하였다. 그리곤 주인의 소개로 택시 1대를 대절하여 완도 관광을 나섰다. 젊은 택시기사와 상의했더니 완도 7경중 4경을 보라고 한다. 완도는 땅끝으로 가기위해 경유하는 곳이고 우리의 종주코스에서는 벗어나 있기 때문에 차를 타기로 한 것이다.
처음 들린 곳이 '정도리 구계동'이라는 바닷가. 크고 작은 몽돌이 무척 많이 깔려있는데 파도에 의하여 9개의 계단을 이룬 곳이다. 이곳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라 입장료를 받고 있었는데 우리는 택시기사가 창문을 쓱 열고 입장료 받는 분에게, "쪼깨 들 갔다가 나오께요잉~" 한 마디에 그냥 통과다. 바닷가에 큰 정자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게 특이하다. 짠 바닷물이 나무뿌리에 별 영향이 없는 모양이다.
다음으로 인기 드라마 '해신' 촬영세트인 '청해포구'에 들렸다. 청해진을 재현하여 선착장, 선박, 객관, 군영막사 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TV에서 익히 보던 것들이다. 우리 3인방은 최수종 등 주인공들의 패널 사진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다음으로 '완도 수목원'에 들렸다. 운전기사는 가이드 역할까지 해주는데 아주 재미있는 젊은이다. 그의 설명은 '거시기'에서 시작하여 '머시기'로 끝나는데 좀 심했다.
3인방 : 완도에도 과수원이 있나요?
거시기기사 : 크게 뭐 거시기 한 건 없지라잉.
3 : 지금 어디서부터 구경시켜 줄건 가요?
거 : 쩌어기 꼭대기 거시기 부터 봐야지라잉.
3 : 근데, 저 소나무 정말 멋지네요.
거 : 저게 거시기 한데 있어 부렀으면 엄청 머시기 할 거신데잉.
3 : 이 수목원이 꽤 넓은 모양이네요.
거 : 지금도 계속 거시기 하고 있응게, 앞으로 엄청 머시기 할끼요잉.
3 : 야생화는 볼 수 없나요?
거 : 아직은 머시기하고 좀 더 있어야 거시기 할끼구마잉.
3 : 저기 있는 황토 가마는 뭐하는 건가요?
거 : 거시기 맹기는데라잉.
3 : ...거시기라니, 도자기???
근데 예측이 빗나갔다. 알고 보니 숯 굽는 가마란다. 우린 두 손 들었다. 아니 셋이서 모두 여섯 손 들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해신 촬영장인 '신라방'에 들렸다.
원불교 수련원 땅에 건립된 세트장인데 중국거리, 객사, 민가, 설평상단 및 이도형 상단 등 당나라 시대의 각종 풍물을 재현 해 놓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내일부터 우리가 걸어 갈 길을 역으로 달려 남창을 지나 땅끝으로 왔다. 거시기 기사의 도움을 받아 민박집을 구했는데 70대 노부부만 살고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우리는 땀에 젖은 옷가지들을 모두 벗어서 빨아 마당의 빨랫줄에 널었다. 내일부터 또 다시 종주가 시작된다. 일찍 쉬어야 겠지만 카페에 글을 올리기 위해 PC방을 찾으니 땅끝 마을엔 PC방이 없다고 한다.
‘PC있는 곳을 찾아라!’
교회 장로인 C의 제안으로 혹시 교회엔 PC가 있지 않을까 해서 교회를 찾아가다가 길가 어떤 가게 주인의 귀띔으로 '해양경찰서 땅끝 파출소'에 들렸다. 여차저차해서 들렸노라고 양해를 구했더니 맘씨 좋은 파출소장님이 OK! 파출소장은 보안상 경찰 공용 PC는 쓸 수 없으니 개인 걸 쓰란다. 민주경찰 만세!
마침 어느 경찰관 개인 PC(아주 구닥다리 모델)가 있어서 빌려 글을 올렸다. 근데 워낙 오래된 PC라 그런지 속도도 느리고 사진이 제대로 안 올라가서 애를 먹었다. 순찰에서 돌아온 젊은 경찰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밤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카페 글올리기 작업을 마쳤다. 아우~졸리고 피곤해! Z Z Z Z.....
<식사>
아침 : 추어탕(제주시)
점심 : 고등어쌈밥(완도)
저녁 : 된장찌개(땅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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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완도에서의 3인방 선생님들의 모습~ 거시기~한데, 머시기~하게 끝나네여~~~ 편안한 잠자리 드시고, 희망찬 태양을 맞으시길 빕니다. 06.05.13 20:51
(나그네)파출소 아저씨들 대단히 고맙습니다. 3형님 편히 쉬시고 내일부터 육지에서의 첫 걸음 힘차게 출발하시기를.... 06.05.13 21:06
(허수아비)^^ pc방이 없어서 파출소라에서~ ~잉 ㅎㅎㅎ 푹 쉬시고 희망찬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06.05.13 21:27
(신현식)파출소에 까지 들러 이렇게 국토종주기를 올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거시기 항께 일찍 머시기 하시지라 잉~~~ 06.05.13 21:35
(장화백)대단한 정성이네요. 파출소까지 가시고. 종주 시 휴일은 없남유? 목사님은 주일날 예배를 보셔야 할 텐데.. 오늘은 무척 거시기 하실 텐데 머시기 주무세요. 아셨죠? 06.05.13 21:59
(wanju42)대단한 솜씹니다. 어떻게 파출소 생각을 다 해 내시고. 덕분에 우린 궁금하지 않아 좋지만. 06.05.13 22:06
(파랑새)완도에 와써라~ 육지에 온 감회가 새롭지라~ 식후경 음식 맛이 좋아서 여행에 맛을 느끼시 겠네요.~~~~ 06.05.14 08:16
(장화백)최수종과 찍은 사진 아무래도 '짜가' 같아유~ 진짜라면 내 눈이 이상한거구요.ㅋㅋ / 걷는 게 목적이지만, 관광도 하고, 등산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사귀기도 하고 많이 많이 하시네요. 발이 늘 걱덩입니다만. 06.05.14 12:17
(김용우)ㅋㅋ 거시기 머시기 퍼레이드 재밌슴다. 이번 주에도 건강하신 모습의 긴 여정 기다리겠습니다 06.05.14 23:13
(짬송)택시를 집어타고 구수한 머시기 거시기 소리 들어가며 주변을 들러보는 그 여유감, 그게 더욱 힘을 내게 하는 원천이 되겠지요. 조금 힘든 날은 내일을 위해 그렇게 충전하는 것도 좋겠네요. 06.05.15 09:55
(캡화백맏딸)파출소까지 찾아가서 글을 올리신 수고! 너무 대단하고 멋지십니다! ^^ 06.05.15 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