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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8구간)
거창 신풍령~김천 부항령(09.7.4)
안개구름 낮게 깔린 신풍령 고갯마루..
단조로운 산능선에 붉디붉은 산딸기의 그 맛.
인적없는 산기슭 흐드러지게 핀 망초 꽃의 향연..
○ 일 시 : 2009.7.4 토요일. 시청후문 05시 출발
○ 구 간 : 신풍령(빼재)~삼봉산~소사재~초점산(삼도봉)~대덕산~얼음골약수터~덕산재~성황당재
~853봉~부항령
전북 무주군과 경남 거창군을 잇는 37번 국도상 신풍령 고갯마루에 도착. 지난구간 산에서 내려온 늦은 시간 주변경관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전혀 간파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오늘 다시 이곳에 도착하니 상쾌한 숲속 공기가 가슴을 터주고 운무가 짙게 깔린 고갯마루 사이로 드리워지는 초록 숲이 아침을 깨운다.
입석에 음각으로 처리한 秀嶺(수령)이라고 붉은 페인트로 칠해 새겨져 있는 표지석과 국립공원임을 알리는 안내간판이 서있고 시원한 생탁을 나눈 나무파고라 주변도 깔끔하다. 철제 펜스와 그물망을 쳐놓은 절개지가 대간을 깊게 갈라놓은 한켠 너른 공터에 서있는 팔각정에서 스틱을 모두 한곳으로 모아 대간구호를 멋지게 외치며 37번 국도에 접어들어 고제면 쪽으로 조금 내려서니 건너편에 멋진 나무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백두대간 이정표와 표지기가 즐비하게 붙어져 있다.
선명한 붉은색의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산딸기다. 아침부터 이런 먹을거리 제공 받으며 따먹고 가자는 소리에 동요되는 이가 없다. 잠시 들뜬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크게 들이키며 계단을 사뿐히 오르니 우측으로 길이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른다. 아침에 한차례 소낙비가 지나갔나보다. 풀잎에 이슬이 촉촉이 묻어있어 무릎 아래 바짓단은 젖어든다.
수령봉 정상이다. 잡목들이 많고 운무 가득한 날씨 탓으로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길은 남동쪽 능선으로 이어지면서 또다시 크게 휘어져 잘 나있다. 헬기장이 숲으로 우거지고 잡초와 억새로 덮여 엉망이다. 오름길로 잠시 오르니 삼봉산 어귀 바위 전망대이다. 쉬어간다.
능선이 오른쪽으로 내려서며 벋어있는 호절골재를 지나 바로나아가면서 오르니 연두색 새순이 막 번지고 있는 산죽 밭을 만난다. 암릉 구간을 지나 잡목을 헤치고 가다 오른쪽으로 오르니 삼봉산이다.
德裕三峰山 이라고 한자 표지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표지석 빙 둘러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정상석 터치를 위해 빠른 걸음으로 올라 표지석을 잡을려는 순간 돌무더기 위에 짙은 고동색에 약간 연한 갈색의 둥근 잔무늬가 있는 뱀 한 마리가 고개를 들고 나와 있지 않는가 “엄마야”하고 발을 어디를 디딜지 생각도 않고 그저 줄행랑을 친다. 일행들 왜 그러냐는 물음에 입에서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식은땀이 흐른다.
처음 만나는 정상표석에서 기념촬영을 몇 초만에 이루어지지만 시선은 발밑 돌무더기에 자꾸 간다. 한 컷을 찍고 자진하여 다음 컷을 찍어 주겠노라고 얼른 뛰어 나간다.
삼봉산은 사방으로 확 트여 있어 전망이 시원스럽다. 북동쪽으로 대간인 삼도봉과 대덕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덕유산 주능선과 멀리 지리산 주능선까지 보인다. 힘들게 올라 정상에 서면 뿌듯함이 밀려오는 것이 대간의 매력이다. 산 아래 마을과 다른 봉우리들을 한눈에 바라보면서 이것저것 잡다한 생각을 날려 보낸다.
삼봉산 정상을 내려와 물기 있는 까다로운 바위구간을 내려 잘나있는 산죽숲길을 속보로 이어 가는 중 뒤쪽에서 ‘아~앗!'하고 소리가 난다. 이게 무슨 일! 하고 뒤돌아 뛰어 가보니 한 대원이 착지를 하다가 잘못한 듯 오른쪽 낭떠러지 산죽 밭에 빠져 있는데 그 순간 2조장 날렵하게 뛰어들어 일으켜 세우고 몇몇 대원들 손을 잡아준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 다행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난 사태를 잠시 만에 수습하고 늠름하고 묵묵하게 나아간다.
암릉지대가 나오고 오른쪽은 낭떠러지다.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암봉 정상으로 이어지지만 우린 왼쪽 길로 우회한다. 내리막 중간엔 키를 훨씬 넘는 크기의 바위 절벽이 길을 막는다. 로프 한 줄을 타고 내려서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빈 몸이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배낭을 멘 상태에서는 가는 로프가 위험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암릉 구간을 지나 본 길로 들어 바위 사이를 넘어서니 큰 바위 밑에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위지대가 끝나니 좌우 조망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내리막길은 한참동안 계속된다. 거꾸로 올라오는 산행이었으면 땀깨나 흘릴 오르막이다. 소로를 가로질러 이어지는 대간 길에는 6시 이후 산행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는 철문이 있고, 철문 넘어 소나무 밭이 이어져 있다.
꽤나 넓은 고랭지 배추밭이 나온다. 대간은 고랭지 채소 밭을 들어서면서 밭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내려간다. 산딸기가 유혹을 한다. 그곳으로 발길을 옮겨 뒤쳐져 딸기를 따먹고 소사재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밭에서 배추를 뽑아내는 일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시멘트 길 양옆으로 산딸기나무가 지천이고 도톰한 딸기가 붉게 잘 익었다. 누구라고 먼저랄 것 없이 따 먹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각자 입으로 들어가는데 유독 청학동 도령은 소복하게 딸기를 따 모아 대장님께 드린다. 바른 예절이 타의 모범이 되는 행동인디요. 역시나.
소사재 도로는 무풍과 거창을 잇는 2차선 포장된 도로이며 왼쪽이 무풍방향이고 오른쪽은 거창방향이다. 도로에서 무풍 쪽에 대간 종주자들이 쉬어가는 탑선슈퍼-소사재 구멍가게가 50m 아래라는 간판의 유혹도 마다하고 거창 백두대간 안내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그 옆으로 나 있는 대간 숲으로 접어들어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다.
낙엽송 숲을 따라 서서히 시작되는 오르막을 박차 오른다. 숲이 오른쪽으로 꺾이는 모퉁이에 무덤이 있고 주변에는 하얗게 피어난 망초 꽃이 지천이다. 그냥 갈수 없잖아. 신부의 면사포처럼 고귀한 자태 속에 빠져들어 추억의 한 장을 남긴다. 육모초도 이번 산행에서 완전 숙지하였다.
끝없이 펼쳐진 산기슭의 초록평야-고랭지 배추밭-사이로 한 가닥 비단실 같은 시멘트길이 대간을 따라 오르고 있고 길에는 잡초를 베어내는 아저씨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대간의 육신이 캄캄하게 거대하게 지켜보고 있다.
산딸기가 오른쪽 길가 조금 위쪽으로 탐스럽게 열려있다. 또 한번 채취의 시간이 이어진다. 하늘에는 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갈 길은 멀지만 즐거운 입에서 연신 솟아오르는 웃음을 참지 않고 웃으며 초록평야를 배경으로 대간의 추억을 남긴다.
또 하나의 삼도봉에 오르는 길은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삼도봉 능선까지 오르막이 계속된다. 오르는 길에는 나무들이 많이 우거져 있어 햇볕의 따가움을 느낄 수 없지만 높은 기온과 습도로 후덥지근하고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흰꿩의다리 꽃이 여기저기에서 자태를 뽐내고 우린 소복하게 잘 핀 꽃 앞에서 꽃처럼 어울리는 사진을 남기려 모여 선다.
힘들게 삼도봉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에는 삼도봉이라 새겨진 돌 표지석이 있고, 작은 글씨로 초점산이란 글씨도 새겨져 있다. 이름 그대로 전북 무주와 경북 김천, 경남 거창 경계 상에 있어 삼도봉이다. 지리산 삼도봉을 지나왔으니 두 번째 삼도봉이다. 사방이 막힘없이 트여있어 전망이 좋다. 남서쪽으로 지나온 삼봉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가야산, 북쪽으로는 대덕산이 지척에 펼쳐져 있다.
나무 그늘 없는 삼도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정돈하고 빙둘러 앉는다. 하늘이 고맙게 해를 구름에 가려준다. 먹구름이 밀려오지만 우린 아랑곳 하지 않고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민생고를 해결한다.
한술 배의 부름을 안고 삼도봉 정상석에 사진을 찍고 나니 빗방울이 방울방울 똑똑 떨어진다. 우의를 입는다. 정상에서 대간은 북서쪽인 표지석 바로 왼편 뒤쪽으로 이어진다. 삼도봉을 내려가는 길은 관목 숲이어서 무척 불편하다. 나뭇가지에 팔이 쓸리고 찔리고 나뭇잎이 얼굴을 때린다.
한차례 후두두 떨어지는 비도 멈춘다. 한 20분 내려서니 안부에 이르고, 안부에서 대덕산을 오르는 오르막은 산죽 밭과 싸리나무 숲이다. 싸리가지들이 발걸음을 더 늦추게 한다. 더구나 바람 한 점 안 불어 숨이 턱턱 막힌다. 비는 그쳤지만 우의는 대덕산까지 입고 오른다. 앞으로 닥칠 더위에 따른 훈련이라 생각하고 땀을 흘리면서 끝까지 고수한다.
대덕산 정상 몇 미터 앞에두고 헬기장이다. 펑퍼짐하고 넓디넓은 대덕산 정상에 도착. 헬기장이 있고 삼각점과 스텐 표지판도 있다. 또 한 쪽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표지석이 있고, 이 표지석에는 대덕산 정상이라 새겨져 있다. 햇빛이 구름을 뚫고 나오자 눈이 부신다. 시원한 얼음물을 배가 불룩하도록 들이킨다. 지난 구간 물과의 전쟁이 있었는지라 모두 물은 넉넉하게 준비를 했는지 각자 배낭에 얼음물 개수를 자랑한다.
투구봉으로도 불리는 대덕산 정상에는 나무 하나 없지만 조망은 훌륭하다는데 오늘은 안개구름이 가려 볼 수가 없어 너무 안타깝다. 대덕산 꼭대기에서 곧장 오른쪽 급경사로 떨어지는 대간 길을 따른다. 북릉을 타고 가다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서 오른쪽 내리막길로 내린다. 가파른 경사 길을 천천히 내려가다 보니 얼음골 약수터가 자리 잡고 있다. 얼음골 약수터 한켠 간판에 “목을 축이는 길손이시여~”라는 파란색페인트로 칠한 합판에 흰색 글자가 써있다. 얼음골약수 물을 벌떡벌떡 마시고 빈병에 채우고. 아픈 다리를 대장님 앞으로 내밀어 본다. 경혈 파스를 군데군데 붙여 주시고 식염포도당정도 먹는다.
산죽 밭 사이로 난 길을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얼음골폭포라는 간판과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자 대원들은 그 분위기에 취해 골짜기로 내려가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대장님 “내려갔다가는 오늘 가는 길은 끝이다”는 한 말씀을 남기시면서 유유히 그 곳을 벗어나 앞서 가시는지라 아무런 말도 행동도 어쩌지 못하고 그저 발길을 따라 움직인다.
내려가는 길은 지그재그 완경사로 이어지고 조그마한 봉우리 서 너 개를 넘어서니 잠도 오고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덕산재가 보이는 언덕배기 공공취로사업으로 만든 통나무계단 길에 멈춰서 20분간 휴식과 취침시간이 주어진다. 이 행복...
덕산재는 무풍과 김천을 잇는 30번 국도가 있다. 김천시 백두대간 안내도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도로 건너편 백두대간 덕산재 해발 644m 입석에서 단체사진 또 찍고 무풍쪽 맛, 멋, 소리의 고장 전라북도 입간판 있는 곳 우측 전봇대 옆으로 접어들자 오르막이 시작되고 10분 쯤 오르는데 갑작이 소낙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모두들 잽싸게 우의 입고 배낭 커버를 씌운다.
우중의 833봉에는 사방으로 잡목이 우거져 전망이 없고 대간은 좌측으로 휘어지며 완만한 능선을 타고 나아가니 무덤이 나오고 더 나아가니 넓은 공터가 나온다. 공터를 지나 절개지 위로 올라선다. 내려다보이는 조망은 아예 생각도 않는다. 비속으로 묵묵히 진행 할 뿐. 절개지 위에는 전형적인 산길이 이어진다. 혼자서 다닐 수 있는 좁은 길- 1인로- 지나니 좌측 능선으로 길이 이어진다. 조림지 낙엽송 숲을 따라 급경사 오르막을 한참 올라간다. 조그마한 공터에 헬기장이 나타나고 곧이어 853봉에 다다른다.
낙엽송 숲이 시작되는 지점은 야생화 군락지다. 큰애기나리가 길을 중심으로 조림지 낙엽송 밑으로 빽빽이 자라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안개구름은 이리 저리 휘날리고 그 아래 시커먼 초록의 애기나리 군락이 너무 보기 좋아 비와의 전쟁을 잠시 잊게 해준다.
853봉에는 삼각점이 있고 삼각점 위에 파이프를 박고 깃대를 달아 놓았으며 여기서 남은 음식으로 열량을 보충하고 마지막 힘을 내기로 한다. 비가 내려도 시원한 얼음물은 당근이다. 853봉에서 조금 내리니 나뭇가지 사이로 부항령으로 올라오는 도로가 보인다. 이제 다왔구나 하고 안도의 숨이 내쉬어지고 솥 부(釜)자에 목 항(項)자로 솥목아지(손모가지)라고 부르면 되겠다고 대장님의 한자풀이 설명을 반신반의하며 완만한 내리막길을 지나 고만고만한 봉우리 서 너 개를 지나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곧 이어 부항령에 닿는다. 나뭇가지에 성황당을 방불케 할 만큼 산악회 시그널이 나부끼고 있다. 다음 구간 들머리인 이곳에 서서 대간 종주 흔적을 디카로 추억을 만든다.
부항령 임도는 잡목과 칡넝쿨로 덮여있고 마사토가 비에 실려 골 아래로 쓸려 내려가 있다. 삼도봉터널이 뚫려있는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도로에 내려서니 바로 앞 건너편에는 작은 계곡이 있지만 지금 내린 소낙비로는 효과가 없는 고지대라 물 흐름의 흔적이 없고, 터널 앞에는 팔각정과 화장실이 있는 잔디공원이다.
백두대간 부항령 표지석에서 마지막 포즈를 잡고 팔각정에 배낭을 내려놓고 젖은 옷을 근처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요령껏 갈아입는다. 7월 임시총무님 야무지게 하산주 준비 하셨다. 맥주, 막걸리에 소세지, 오뎅에 버썩거리는 스낵까지 종류가 많아 느긋하고 풍족하게 하산주를 즐길 수 있었다.
산행이 힘들면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몸이 지쳐 산행속도를 느리게 하여 산행일정을 변경하게도 할 수 있지만 아직 대원들 각자 체력 안배 컨트롤에 실패하지 않고 대간을 잘 헤쳐 나가고 있다.
백두대간 제8구간! 힘든 산행에서 여유 있는 마음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특히 힘들 때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새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여 한층 성숙해질 다음 산행을 기대해 본다. 끝.
첫댓글 백두대간 완주를 가슴에 품고 힘내시고 홧팅하시길....
이렇게 응원의 손길이 있을줄이야...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