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리고 마지막 사랑!
15살에 왕십리 교회에 왔던 안순연은
내가 처음 이성을 느낀 여학생이다.
그녀는 친구따라 금호동 넘어 장충동에서 왕십리까지 교회에 나왔는데
나 말고 1년 선배가 그녀를 꼭 같이 좋아했다.
선배에게 들키지 않게
나는 남몰래 그녀를 훔쳐보곤 했는데
피어오르는 연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교회 마친 뒤 그녀를 몰래 뒤따르곤 했다.
금호동 넘어 장충동까지는 매우 먼 거리였지만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간 그녀가 혹여나 다시 나올까봐
어두워질 때까지 대문 앞이 보이는 골목 속에서 서 있었다.
어느 일요일은 도저히 가슴앓이를 참을 수 없어
그녀의 집으로 가서 집 앞에서 밤늦게까지 서성대다가
다음 날은 성만여중이 마치는 시간에 학교 앞을 서성거렸다.
실제로 만났다 하더라도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연정 장면은 이미 내가 초연한 것이었다.
이제 60이 넘어
나는 한석화를 만났다.
사람의 인연이란 본인들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조건 좋고 사람 좋아도 싫다는 경우를 많이 본다.
석화와는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그런 의지도 없었지만
뭔가 모르게 우리를 자꾸 옳아 매댔다.
술자리가 우리만 남게 하고
실수를 사과하는 자리로, 예정 없던 다봉마을 방문도 모두 우리를 연결시켰다.
급기야 이런 저런 해프닝조차도 우리들의 만남의 요소들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연인으로.....
60대에 사랑하는 석화를 생각하노라면
10대 때 봤던 순연이 생각이 난다.
한마디 말도 못 붙여본 순연이가.....
뚜르게네프의 <첫사랑>처럼 비극적인 사랑은 아니지만
난 석화가 순연의 분신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도저히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풀어주기 위해 내게 온.....
조만간에 석화와 문경에 가고 싶다.
그곳에서 이런 저런 돌들을 보고 싶다.
깔려 있는 암반도 좋고 여기저기 솟은 바위도 좋다.
우주 속의 대자연도 역시 우리들을 품고 있는 주변이니
그 속에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철학적으로 풀어보고 싶다......................20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