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번과 31번 국도로 이어지는 제천~태백 구간은 4계절 숨 막히는 구간이다. 여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모두 아름답다. 제천에서 석항을 지나면 만나는 고개가 수라리재다. 그 구절양장에, 운전이 미숙한 사람은 당황하고 익숙한 사람은 신이 난다. 중동면 소재지를 지나고 고개가 다시 나오는데, 솔고개다. 고개를 넘으면 마을이 나온다. 이름하여 산솔마을이다. 여기가 첫 기착지다.
단종 배웅한 소나무 산솔마을
산솔마을 소나무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맞다. 우황청심원으로 이름 알려진 솔표 조선무약 로고다. 제약회사가 이곳을 찾기 전에는 이런 전설이 존재했다.
삼촌 수양대군에게 쫓겨나 영월 청령포에 유배됐던 단종 임금. 결국 사약을 받고 죽는데, 산신령이 된 단종이 태백산으로 가다가 쉬던 곳이 산솔마을이고 단종을 배웅한 존재가 바로 이 소나무라는 이야기. 고개만 넘으면 단종이 유배된 영월 땅이고 중동 산솔마을은 태백산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니 지리적으로는 얼추 전설과 합치한다.
노송은 기품 있고, 마을 앞에 흐르는 옥동천은 맑다. 수달이 출몰하는 이 개울가에 산책로도 있고 자연체험학교도 있다. 민박도.
문의는 홈페이지나 전화 (033)378-6620.
상동 이끼계곡
상동 이끼계곡
상동 읍소재지를 지나면 우리의 두번째 기착지가 나온다. 이끼계곡이다.
길 왼편으로 칠량이계곡 장산야영장 팻말이 보이면 당신은 조금 지나쳐온 것이다. 길을 돌려 500m 정도만 가 보라. 왼쪽으로 인공구조물이 보이면 중앙선을 넘어 그 앞 공터에 차를 댄다.
바리케이드가 보이면 제대로 찾았다. 바리케이드는 나물 채취 산행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작은 산길이 그 너머 나 있다. 5분만에 당신은 숨이 멎는다.
보라! 당신만 숨을 죽인다면 들리는 소리는 오직 물소리밖에 없다.
눈 호강하고 가슴 후련한 녹색 향연이 고마워서, 사람들은 누가 보지 않아도 여린 이끼들을 피해서 발걸음을 뗀 듯하다. 이렇게 위대한 자연 앞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위대해지는 것이다. 당신도 틀림없이 그리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산야영장 주차장에는 간이매점과 화장실이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이용하도록 한다.
쉬어가는 태백
길은 태백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 무건리는 태백 너머에 있다. 태백에 대해서는 할 말,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여행은 피곤하다. 하여 이번 여행에서 태백은 잠자고 밤을 즐길 공간으로 그치기로 한다. 산솔마을 민박이나 태백시내 많은 숙박시설, 식당을 이용하시라. 태백에 관한 정보는 이곳을 클릭하시길.
이윽고 무건리!
비경을 보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가는 땀이다. 무건리는 삼척시 도계면에 있다. 태백에서 더 가깝다. 당신은 지금 여기에 있다.
태백에서 북상해 하고사리역 산기교 건너기 전에 우회전해서 산 속으로 들어간다. 시멘트공장을 통과해 또 가면 길이 끝난다. 오른쪽에 빈집이 있고 그 옆에 또 바리케이드가 나오면 제대로 찾은 것이다.
바리케이드부터 시멘트포장 임도 끝까지 어른 보폭으로 1500걸음이다. 가파르다. 이번에는 완만한 비포장길을 걷는다, 대략 2500걸음을 걸어간다. 엉겅퀴도 만나고 백선꽃도 만난다.
그 길 끝 무렵에 왼편으로 시멘트로 만든 우물이 나온다. 20m 전방 오른편을 보면 비닐로 덮어놓은 비료포대가 보인다. 시작이다,
무건리 아래폭포
그 옆으로 난 길 같지 않은 길로 내려간다. 등산스틱이 필요하다. 밭 옆으로 작은 길이 있고, 갈래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로 간다. 또 길이 갈라진다. 왼쪽에 소달분교 폐교 알림판이 보인다. 그쪽을 택해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나무 담장이 보인다. 곧장 간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틀림없는 길이다. 풀을 젖히면 문득 길이 사라지나 싶더니 아래로 나 있다. 이제 긴장하시라, 네 발, 혹은 엉덩이로 내려가야 하는 길이다. 30분을 그렇게 내려가야 한다. 표고가 낮아지면서 물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커질 무렵 앞이 시원하게 틔고 왼편으로 폭포가 출현한다. 당신은 무건리 비밀의 공간에 당도했다.
녹색 이끼로 뒤덮인 낮은 절벽에 폭포수가 흘러내린다. 이끼 폭포 왼쪽에는 밧줄이 있다. 이끼 때문에 오르기 어려워 밧줄을 움켜잡고 올라야 한다.
오른쪽 등성이도 이끼 융단이다. 태고의 신비 입구다. 폭포 왼쪽으로 밧줄이 보인다, 그 밧줄을 움켜잡는 용기와 체력이 있을 때 비로소 입구가 제대로 열린다.
긴 말 필요 없다. 밧줄을 타고 올라가면 언덕이 나오고 그 아래에 윗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릉도원, 유토피아, 엘프가 사는 중간계 기타 등등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어떤 단어를 떠올려도 좋다, 선계라고 불러도 좋다.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물소리와 숨 가쁜 호흡소리밖에 들리지 않고 모든 것이 태초 그대로다.
언덕 아래로 또 밧줄이 걸려 있다. 선계로 가는 비상구다. 아까 밧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려가 본 풍경은 이렇다.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 다가가서 대면한 모습은 이렇다.
선하게 살아야 겠다...착하게 죽어서 나중에 이런 선계로 승천해야지...이 대장엄 속에서 감히 무슨 세속적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문득 아예 생각이 멈추는 경지에 이르게 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가는 길(서울 기준)
산솔마을과 상동 이끼계곡
중앙고속도로 제천IC -> 영월, 제천방면 -> 38번국도 영월, 주천방면 ->굉장히 많은 터널을 지난 뒤 석항2터널 지나 석항교차로에서 상동 방면 우회전 31번국도 -> 어마어마한 구절양장 수라리재 고개 -> 중동면소재지 지나 계속 직진하면 솔고개 넘고 산솔마을. 내비게이션 검색은 중동면 녹전리 81-1. 여기에서 계속 태백방면으로 직진하면 상동읍 지나 상동 이끼계곡.
무건리 이끼폭포
태백 중심인 황지교사거리에서 38번국도 동해, 삼척방면 -> SK통리주유소 나오면 오른쪽 길 택해 계속 직진 -> 통리삼거리에서 왼쪽길 -> 끝없이 가다가 고사리 이정표가 보이면 속도 늦출 것 -> 왼편으로 고사리마을 보이고 전방 오른편에 경동아파트 보이면 산기교 다리 직전에서 청수장 식당 간판쪽 우회전. 이후는 외길. 시멘트공장이 나오면 공장 안을 통과해야 한다.
먹을 곳
내덕콩마을식당(033-378-2391) 추천. 잣을 갈아 만든 육수 순두부전골 소 2만원부터. 산솔마을에서 상동 이끼계곡 가는 길 상동읍 내덕2리 246-1. 태백시내 한우구이식당들. 경동아파트 구내 수퍼마켓에서 물과 사탕을 준비하면 좋다. 내비게이션 검색은 하고사리역으로 한 뒤 근처에서 주의할 것.
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