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담벼락을 곁에 두고 걸으면서 마주오던 아가씨에게 물었다. "여기 성당이 어디있어요?"
그대로 등을 돌려 그녀는 이 회색 건물을 가리키며 "이 곳이 성당이에요." 라고 답해 주었다.
청주에 내려와 제일 먼저 방문했던 곳이다. 내가 살게 될 집보다도 먼저 찾아왔던.....
문을 열고 들어가 4층의 대성당으로 올라가 조용히 성체 조배를 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렸었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게 될 우리 가족의 삶과 이렇게 번듯한 성당이 이미 마련되어 있음과
이 모든 출발이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순조롭게 시작되기를 청하며....
그날 이후 내려오기까지 청주에 방문할 때마다 이 성당은 내 첫 방문지가 되었고, 올 때마다
단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않아 이 곳은 온전히 내 기도처가 되어주었다.
오랫동안 신도시에서 성전건축을 준비하며 내려온 터라 이 번듯한 성당을 지켜보며
감격했는데 내려오자마자 나는 분가되는 성당의 새신자가 되어 소속이 바뀌었다.
일반적인 벽돌을 사용하지 않은 노출콘크리트 공법의 이 웅장한 성당은 간혹 건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방문처가 되기도 한다. 성당 꼭대기에는 닭모양의 조형물이 있으며,
보시다시피 외벽에는 가시관을 쓴 예수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무심히 걷다보면 성당인줄 눈치채기 어려운 곳이나 독특하고도 남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성당 순례중이라 이 곳의 미사에 오랜만에 다시 참석했다. 신자로서 오래지 않은 본당이었기에
낯설지도,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은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며 따뜻한 눈길로 쓰다듬었다.
미사는 보좌신부님의 청년미사로 진행되었는데, 어르신의 참석도 많았다.
신부님은 준비해오신 강론을 명확하고도 분명하게 잘 전달해주셨고, 늘 드는 생각이지만
충분히 묵상하고 준비해오신 느낌이, 있는 그대로 전해졌다.
오늘의 복음 말씀 중 3가지 비유, 되찾은 은전, 잃어버린 양, 되돌아온 아들.
여기의 부인, 목자, 아버지는 모두 하느님을 뜻한다고 말씀하시며,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를 살피시는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에 대해 알려주셨다. 양이 길을 잃은 것은 목자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스스로 떨어져 나가 길을 잃은 것임을 확인해주시며, 우리 안에
그런 과오가 없는지 돌아보게 해주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은전을, 양을,아들을 찾아냈던 다른 이름의 하느님!
그 기쁨을 함께 나누자고 청하시는 그분의 너그러움까지도 돌아보게 하신 은총의 시간이었다.
내게는 첫자리였고 이제는 친정 같은 이 너그러운 공간에서 나는 재충전을 가득하고
돌아나왔다. 예수님! 다시 첫마음이 생각나면 언제든 이곳으로 달려올게요 다짐하면서........
< 성당 내부 사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모습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의자의 이음을 마무리한 경첩이 모두 십자가 모양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각자 제 앞에 자신의 십자가 하나씩 마주하고 앉는 모양새이다. 그래서 가끔 나는 이 빈 성당에서 이렇듯 수많은 십자가와 마주하며 마음을 비워내는 연습을 하곤 한다.>
<성당내 14처 역시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하는 12처의 모습. 내 마음을 묶어 오래 머물도록 한.......금속임에도 힘없이 드리워진 손이 생명을 잃었음을
알려준다.>
첫댓글 자주 지나던 성당이라 반갑고 익숙해요~
의자를 이은 경첩이 십자가라니...
놀랍네요.
가까우니 한번 다녀와 보세요^^
경첨은 우연인 듯 한데 제 눈에는 다 십자가로 보인답니다.
성당답죠? ^^
건물 외관은 뭐라 할까요...차갑다는 느낌..성당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
하지만 실내는 겉모습과 넘 많이 다르네요...따뜻함,온화함이 느껴지고 의자에 이음새 중간중간에 자리잡은 십자가와...14처중에 하나인 늘어진 손이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립니다.
맞아요. 이 담벼락 밑에서 전혀 성당인줄 눈치 못채고 얼마나 더 가야 성당이 나올까 하면서 걸었던 기억......
실내도 온통 회색빛이라 따뜻하거나 포근하지는 않습니다. 겨울이면 정말 춥답니다^^.
그런데 천장이 정말 높아서 울리는 소리가 아주 좋아요.
14처는 새삼스럽게 다시 마음에 와닿았는데 정말 멋져요.
나중에 한번 다녀와보세요. 지금 계신 곳에서는 많이 멀지만~~~ㅎㅎ
ㅋㅋ 그렇군요~실내까지 차가운 느낌이라~~~사람도 그렇지요^^
차가워 보이나 ..속마음은 따스한 분이란걸~~~신봉동 성당도 그러리라 생각 됩니다.^^
성당 건물 외부 한부분은 제가 작업하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그 기분은 어떤 걸까 싶어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작업한 성당이라니..........
저희 이모부도 설계사인데 서울의 무역센터만 지나면 매번 한 말씀 하시죠.....ㅋㅋ
자식 같겠죠? 남다른 기억과 애정을 가지신 그 경험 부러워요......
바오로님이 궁금해지네요.... 어떤 분이실까 싶어져서.....
저도 청주와서 처음에 자주 갔던 성당 중 한 곳입니다. 근래에는 못갔는데 이곳에서 보니 좋습니다.
티노님 보면 매번 놀라는게
제가 다녀온 성당에 대한 선기억이 다 있으셔서 참 부지런하시다는 생각 들었어요.
같은 곳에 대한 기억의 공유 ~~! 든든합니다.^^
저의 첫 신앙 생활의 터전이었습니다.
음~~
제 신앙의 큰집이라고나 할까요..
그곳에서의
성모의 밤
철야기도
구역별 장기자랑
성무일도와 양팔기도
세례식
지금도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며
마치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기쁨도 느껴보곤 했습니다.
그 그리움의 곳을 보여주셔서 행복합니다
이곳이 제가 알기 훨씬 이전부터 형제님의 신앙터였다니 놀라워요~ 아 그랬구나~이곳을 지나 그곳에 머물게 되신거로구나 알게 되니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신봉동 성당으로 미사 참례한 지...
1년 3개월이 되었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