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행복하자] 톱날을 썰며
대구시인協·영남일보 선정 ‘이주의 詩人’
비오는 날 한나절을
추녀 끝 낙수 소리 들으며
축담에 구부리고 앉아
이 빠진 줄로 톱날을 썰고 있다
두 발 사이에 톱 끼우고
왼 손으로 톱날을 잡고
바른 손으로 줄을 밀면
이 빠진 줄이 톱날에 턱턱 걸린다
세상을 제멋대로 물어뜯고 깨물다가
이젠 배추 잎에도 턱턱 걸리는 나의 치아가
이 이 빠진 줄과 무엇이 다른가
치간에 낀 야채 줄기 같은 하찮은 상념들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사이 끼어들어
이 빠진 줄처럼 빗소리에 턱턱 걸리고 있다
김연대 시인= 1941년 안동시 길안면 대곡리 한실마을 출생. 1989년 ‘예술세계’로 등단. 아시아시인·작가협의회 시예술상 수상.
시집으로는 ‘꿈의 가출’ ‘꿈의 해후’ ‘꿈의 회향’ ‘아지랑이 만지장서’가 있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사이 끼어든 세상 속에
구부리고 앉아 <톱날을 썰며>...
턱턱 걸리는 것 느낍니다.
-봄 비 추적이는 도심의 축담에 앉아- 선생님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