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 - 김동식
달의 변방 위성도시 ‘마레’에서 시체에 피가 한 방울도 남지 않은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 담당 경관, 마크는 마레의 안전 유지와 센트럴의 관심 집중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싶지만 도저히 사건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결국 마크는 마레의 원로인 체페슈 가문의 가주, 게일 체페슈를 찾아간다. 마크는 그곳에서 달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를 보게 되고, 점차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진시황의 바다」 - 정명섭
달의 뒷면, 진시황의 바다에 있는 월면도시 중 하나인 ‘선경’은 지하로 뚫...
더보기 「재현」 - 김동식
달의 변방 위성도시 ‘마레’에서 시체에 피가 한 방울도 남지 않은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 담당 경관, 마크는 마레의 안전 유지와 센트럴의 관심 집중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싶지만 도저히 사건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결국 마크는 마레의 원로인 체페슈 가문의 가주, 게일 체페슈를 찾아간다. 마크는 그곳에서 달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를 보게 되고, 점차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진시황의 바다」 - 정명섭
달의 뒷면, 진시황의 바다에 있는 월면도시 중 하나인 ‘선경’은 지하로 뚫려 있는 수많은 갱도들이 방치된 광산도시다. 그런데 어느 날, 오랫동안 폐쇄되어있던 한 갱도에서부터 정체불명의 생체 반응이 잡힌다. 결국 조사국은 안드레아를 팀장으로 임명하고, 조사팀을 꾸린다. 프리랜서 조사관, 안유인은 의뢰를 받아 조사팀에 합류한다. 조사팀은 갱도에서 안드로이드의 습격을 받아 전투를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생체 신호의 근원을 밝혀낸다.
「제 13호」 - 김선민
열차국 소속 특수조사관, 판유는 열차국 국장의 지시에 따라 도시 바깥의 이상 징후를 조사하러 간다. 판유는 그곳의 크레이터 아래에서 존재할 리가 없는 문트레인 13호를 발견하는데, 연결된 도시는 난생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 더욱 더 의아하다. 판유는 열차 내부를 조사하러 들어가고, 그곳에서 미지의 존재와 마주친다.
「하드보일드와 블루베리타르트」 - 홍지운
올드타운은 과거에 중앙도시로서 역할을 하며, 크게 번성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쇄락한 동네로 가난한 사람들, 특히 수인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 뱀 탐정은 전직 경찰이자 현직 사설탐정으로 올드타운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뱀 탐정은 건물주, 흰의 의뢰를 받고, 이웃 학생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도시 거대 조직의 알력 다툼에 휘말리고,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그런데 그저 노쇠한 토끼 수인인 줄 알았던 흰이 숨겨둔 능력을 발휘하면서 사건의 방향이 바뀐다.
「가마솥」 - 김창규
교진은 불법 마약을 제조하고 많은 사람들을 사망하게 한 죄로 특수범죄자만 관리하는 감호도시, ‘가마솥’에 입감된다. 교진은 문차일드이자 폭탄 테러범인 세터를 찾아가, 그의 탈옥을 도우면서 자신도 자유를 얻고자 한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누군가를 만나서 중요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그런데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안위에 위험을 느끼자 교진은 자신의 비밀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예약 손님」 - 최지혜
특수능력자 문차일드로 태어난 막내를 보호하기 위해 첫째와 둘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둔 계획을 수행한다. 막내의 힘이 점점 더 강해져, 연구소에 끌려가는 것을 더 이상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삼남매는 약속된 탈출 통로에서 비밀리에 조력자와 접촉하려는데, 그곳에는 수상한 부부만 있을 뿐이다. 자신들이 이곳에 왔기 때문에 예전의 집은 이미 없어졌을 거라고 말하는 부부는 삼남매의 사정을 듣고, 새로운 탈출 계획 수립을 돕는다. 삼남매는 부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들과 친해지고, ‘집’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런 삼남매 앞에 펼쳐질 모험은 과연?
[서평]
대표 장르 작가가 만든 오픈 유니버스
한국의 대표 SF 및 장르 작가, 프로듀서가 모여 새로운 기획을 했다. 기본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되,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의해서 점점 더 구체화되고 더 커져가는 SF 세계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기획 자체도도 이미 신선한 느낌을 주는데, ‘월면도시 세계관’의 기본적인 틀 또한 무척 매력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에서 독립했다는 달, 달 뒷면에서 살고 있는 월면인들, 모든 정보를 통제한 채로 달을 지배하는 센트럴,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돌연변이 존재 문차일드, 각 도시들을 연결하고 있는 문트레인, 순수한 인간, 사이보그, 유전자 변형 종족 수인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갖가지 소재들이 제법 탄탄하게 기초 공사를 이루고 있다.
월면도시의 이 기초 토대만을 이용해서 혹은 이를 바탕으로 하되 새로운 설정을 확장해서 누구나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 창작자의 상상력과 창작욕을 불태우는 세계관은 여러 창작자들에게는 물론 이 장르 시장을 뒤흔들고 확대시킬 수 있다. 또한 소비자는 단순히 한 작품만을 즐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 안에서 지속적으로 머무르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향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 성공적인 첫 발
월면도시 세계관의 첫 번째 작품으로 출범한 〈월면도시: 일광욕의 날〉은 SF는 물론 다양한 장르에서도 재능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모여,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앤솔러지인 만큼 끌리는 작품들 순으로 읽어도 재밌고, 배치된 순서대로 읽어도 흥미롭다. 다만 끌리는 작품들 순으로 먼저 읽었더라도 배치된 순서대로 읽는 것도 추천한다. 각 단편 작품들은 월면도시 세계관과 일광욕의 날에 대해 독자들이 점진적으로 더 깊이 관여하여 즐기도록 만들고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월면도시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 많아져 각 작품들에 숨어있는 요소들도 찾아볼 수 있다. A작품에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던 내용이 B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도 하고, C작품의 등장인물이 D작품에 나오기도 하는 점들이 한 권의 단행본을 읽고 있다, 하나의 세계관에서 다뤄진 작품들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각 단편 작품들은 스토리 구조를 탄탄하게 갖고 있으면서도 단편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러니, 여운, 화두 등 또한 명확히 전달한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각 작품들의 매력에 흠뻑 빠지면서 동시에 월면도시 세계관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월면도시: 일광욕의 날〉을 위해서도, ‘월면도시 세계관’을 위해서도 탁월한 작가들과 작품들 선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재현」 - 김동식
피가 한 방울도 남지 않은 시체가 가져다주는 공포감은 대단하다. 덩그러이 남겨진 시체만을 보고 각기 상상할 수 있는 방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 공포는 더 걷잡을 수 없다. 〈재현〉 속의 월면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입과 입을 타고 사건은 한없이 커져만 간다. 그것을 잠재워야만 하는 마크의 동기와 심정에 순식간에 동화되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마크가 점점 사건의 비밀에 다가가면서,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독자들은 어떤 심정을 느꼈을지 궁금해진다.
「진시황의 바다」 - 정명섭
이 작품은 유독 인간과 안드로이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지하 갱도를 둘러싸고 다양한 유형과 집단의 인간들이 나오고, 여러 모습의 안드로이드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작품을 읽어가면서 작가의 의견에 동의해 나갈 수도 있고, 점차 변화할 수도 있고, 끝까지 생각이 다르다며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이야말로 소설 작품이 갖는 가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 13호」 - 김선민
월면도시의 필수 교통수단인 문트레인과 그 관련 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낸 작품이다. 제 13호에 숨겨진 비밀은 제 13호 이야기를 넘어서서 월면도시 세계를 의심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센트럴 외에도 이 세계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엔 무엇이 있을까, 과연 월면인들이 이들의 생각을 알게 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끊임없이 상상력이 가동된다.
또한 호러적인 묘사는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여 마치 만화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까지 선사한다.
「하드보일드와 블루베리타르트」 - 홍지운
월면도시 세계관에서 특수한 종족인 ‘수인’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이다. 일반적인 동물들의 특징과 작품 속 등장인물의 성격이 매우 잘 부합하여, 캐릭터의 특성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그런데 거기다가 작품의 이야기 구조 또한 롤러코스터를 타듯 매우 흥미롭게 이루어져 있어 작품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게 아쉬운 게 아니라 남은 글자가 자꾸 사라지는 게 아쉬울 정도다.
가마솥」 - 김창규
가마솥은 에필로그인 너울과 함께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런데 또 가마솥은 가마솥대로, 너울은 너울대로 개별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가마솥 역시 등장인물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인데, 특히 교진의 모든 행동과 대사들이 유기적으로 사건과 얽히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서 더욱 교진을 살아있는 존재로 만든다.
또한 독립되어 있는 도시 자체가 감옥/감호시설인 그 공간이 주는 감정 역시 특별하다. 과연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마솥에 나오는 사건들뿐일까? 이름조차 ‘가마솥’인 그곳은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예약 손님」 - 최지혜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는 만큼, 월면도시 세계관을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있으면서도 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매력 또한 잃지 않은 대단한 작품이다. 삼남매, 특히 막내가 아들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삼남매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삼남매의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절대 놓치지 않고 그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게 그려낸다. 작가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또한 삼남매가 도착한 ‘집’과 그 집에 살고 있는 부부는 무척이나 신비롭다. 지구에 있어도 판타지한 설정은 달에 있다는 점으로 더 특별하고 판타지화 되었다. 매력적인 다섯 인물과 특별한 한 공간이 만들어내는 모험은 독자들의 마음을 자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