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 눈부신 변신
한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방영을 시작해 30%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는 MBC 드라마 ‘궁’의 영향도 있지만 영화 ‘왕의 남자’와 ‘음란서생’ 등 사극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궁의 주인공 윤은혜가 입는 각종 개량한복과 음란서생 주인공 김민정이 입은 한복에 쏟아지는 관심은 대단하다.
이처럼 한복은 점점 모던화되어가는 추세. 이제 ‘입기 어렵고 불편한 옷’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할 때다. 원피스뿐만 아니라 웨딩드레스에 이르기까지 한복의 무한한 변신을 들여다보자. 새로운 한복의 매력에 폭 빠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복의 눈부신 변신, 퓨전 한복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했던 배우 엄지원과 김희선은 유독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들이 입은 드레스가 한국의 미를 한껏 발하고 있었기 때문. 엄지원이 입었던 핑크색 드레스는 한복의 원단인 생사를 그대로 이용해 자연스럽게 치마에 주름을 내 단아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김희선이 입은 은색 생사 드레스는 한복 치마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입은 뒤 그 위에 왕의 대례복인 면복에 사용되는 앞치마 형태의 전상과 후상을 치마 앞뒤로 늘어뜨려 우아함을 더했다.
단지 저고리만을 벗고 치마의 형태를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 한국의 치마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섹시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그리고 두 디자인 모두 어깨를 드러내는 스타일이었음에도 단아함이 느껴졌다는 것. 두 드레스 모두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 작품이었다. 서양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드레스를 바로 한복 치마에서 가장 잘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외국에서 먼저 알아본 한복의 미에 우리나라도 뒤늦게 심취하고 있다.
젊은층의 한복 ‘붐’을 주도하는 드라마 ‘궁’ 속 한복 스타일은 화려하다. 상반신은 서양식 어깨끈, 치마엔 금박 스란단을 댄 ‘궁표’ 이브닝 드레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상궁과 궁녀들은 검은색 스커트 정장을 입고 허리와 머리에 빨강 금박댕기를 묶는다. 모두 디자이너 배영진씨 작품. 드라마 이후 그의 숍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음란서생’ 초반에 정빈역의 김민정은 고려시대의 옷을 입고 나온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검정 한복은 조선 후기의 ‘흑단령’을 고증한 것. 디자이너 정경희씨 작품이다. 그리고 정빈의 가슴을 감쌌던 화려한 속옷 역시 실재했던 것이다.
■한복의 진화, 웨딩드레스까지
한복의 진화는 웨딩드레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 한번뿐인
결혼식을 조금이라도 더 특별하게 하고 싶은 예비신부들에게 반
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영희 한복의 김세정 디자인팀장은 “상체에 비해 하체에 자신
이 없어 하는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에게 그 어떤 스타일보다 잘
어울리는 드레스가 바로 한복 드레스”라고 설명했다.
가슴을 눌러주는 한복 치마는 가슴이 두드러지게 보여야 예쁜
서양식 드레스보다 훨씬 한국 여성들에게 잘 어울리며 하이웨스
트(허리선이 높이 올라오는 치마) 라인의 치마가 다리를 길어 보
이게 한다.
특히 한복 웨딩드레스의 가장 큰 특징은 한복 소재인 생사, 양
단, 국사, 노방 등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 이 때문에 조금 야한
디자인이어도 우아하면서 단아한 멋이 살아있어 매우 신비롭다,
비칠 듯 비치지 않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한복 고유의 소재와
선이 여성의 미를 한껏 돋워준다. 너무나 많이 드러나는 스타일
때문에 친지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얇은 노방을 소재로 한
볼레로 타입의 적삼을 걸치면 된다.
웨딩 본식 후 애프터 드레스로는 강렬한 컬러로 화려하게 포인
트를 주면 더욱 기억에 남는 신부로 거듭날 수 있다. 한복을 맞
추면서 마련한 빨간 한복 치마가 있다면 가슴부분에 두를 ‘말기
수’만 구입해 치마 위에 두르면 애프터 드레스 완성. 일일이 손
으로 수를 놓아 화려하기 그지없는 이 말기수는 그냥 둘러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신부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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