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박 용 섭
너를 무척 사랑한다고 했지
네가 내 속에 스며들 때면
마냥 웃음이 나지
하얗게 빛바랜 옛 생각
소매로 가린 너의 입술처럼
첫사랑도 찾아와
다시 횃불처럼 눈뜨게 해 준 당신
허 허 웃음이 날 때는
고맙지 뭐
너무 가까이 하기엔 외상이라도
좋은 당신,
당신을 너무 사랑하게 하지 마.
와이어 용접
박 용 섭
족보가 낡아서 찹쌀 풀로 붙이고
풀 먹인 실 철사줄 같이 꿰매고 꿰맨다!
와이어 끝에 가장 밝은 불빛
항렬의 궤적을 더듬듯
양쪽 철판 사이로 규칙적인 소리 용융점이다
마음 상한 부부처럼 전류가 안 맞으면
모재 위 와이어 그대로 스쳐 간다
그냥 서로 남이다
하지만 용접속도 항시 전압을, 내 맘같이 돌아보면
우리가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비드로 생긴 동심
얼핏얼핏 틈새 번개 빛 깊은 곳
손잡지 못하는 무쇠 철판 소통 부재도
용접이라는 인연으로
한 몸 되면
위빙 백 비드
아내가 용돈 줄인다는 소리 같아 못 들은 척했지
두렵기보다 가까이 보니 궁금했다
끝은 시작이다 와이어 용접
사랑도 뜨거운 가슴으로
품어야 한다고.
카페 게시글
박용섭 시인
2023.3월시 두편
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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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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