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감 임종원
약속을 지킬 수 있어 행복하다
전역을 5개월 여 남긴 어느 날, 전우신문에 응모한 작품이 당선되었다. 유난히 글쓰기를 좋아했던 학창시절 그 꿈을 기억하며 꼭 등단하여 좋은 시를 쓰겠노라는 굳은 약속을 했던 기억이 있다. 길을 걷다가 어떤 사물을 접하면 거기서 얻는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감흥을 얻으려 무던히 노력했던 것도 그때쯤이 아닌가 싶다. 이후로도 얼마간 이런 습관은 계속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아마도 생활인으로 적응하고 산다는 이유 그것이 가정, 혹은 직장에서의 일로 발생된 문제가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제대와 동시에 시작된 사회생활, 누구나 똑같이 겪는 일이지만 아들과 남편과 아빠의 위치가 견고해질수록 더욱 무겁게 짓눌리는 중압감을 견딘다는 것은 정말 녹녹치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점점 생활 속에 함몰되어 갔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늘 잊혀진 기억 속에만 존재했던 약속은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배달되어오는 문학잡지를 구독하고 서점의 시집을 진열해 놓은 주위나 문학의 언저리를 서성이기도 하였으니 가까이 다가서지도 멀찍이 떨어져 나오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 그것이 근래 몇 년간 나의 본 모습이다.
나의 이런 모습이 급기야는 관심을 두시던 분의 눈에 띄게 되고 그 분의 강권(?)은 나를 다시 오랜 기억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었다. 나는 지금 내가 어느 만큼의 위치에 서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그 현실적 거리를 뛰어넘기 위해 새워야 할 무수한 밤들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늦은 감이 있으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 행복하다. 오늘의 이 마음 오래도록 간직해 나갈 것이다. 큰 위안과 힘의 원천인 사랑하는 아내와 소진, 정택, 고맙고 사랑합니다.
용기와 채찍을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임종원 1957년 충남 연기 출생. 조치원고등학교를 거쳐 신흥대학 졸업.
현재 우석 캠 근무.
충북 옥천군 옥천읍 장야리 주공@ 10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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