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화감독에 대한 글로 누구를 써볼까 며칠간 고민하다가 생각해보니 이 사람을 빼곤 제가 드래곤볼의 모든 캐릭터 디자이너들에 대해서 다뤄봤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이 애니메이터를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나카츠루 카츠요시’에 관한 글입니다.
198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카츠루 카츠요시는 곧바로 ‘토에이 애니메이션(Toei Animation)’에 입사하여 프로덕션에 뛰어들고 처음 몇 년간 그는 토에이가 힘을 보탠 여러 외국 작품들에 관여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1986년, 토에이에서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 애니메이션 제작을 발표, 1979년 데뷔 이래로 토리야마 작품의 팬이었던 나카츠루는 즉시 이 프로젝트에 스스로 자원하는데요. 이 애니메이션은 그가 처음으로 작업하게 된 일본 애니메이션이 되었고 훗날 나카츠루의 이름은 이 프랜차이즈에서 영원히 기억되게 됩니다.
1986년 3월에 방영된 4화로 드래곤볼 애니에 데뷔한 나카츠루는 당시 드래곤볼의 총작화 감독 겸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마에다 미노루’의 애니메이션 팀 소속으로서 마에다 밑에서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재밌게도 당시 ‘스튜디오 주니오(Studio Junio)’ 소속이던 마에다에게 붙여졌던 작화진 팀은 나카츠루를 비롯하여 전부 토에이의 애니메이터들이었죠.
그렇게 나카츠루는 드래곤볼의 주요 애니메이터로 발돋움합니다. 드래곤볼 오리지널 때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마에다가 시리즈에서 손을 뗀 Z 중반부부터 GT까지의 총작화 감독 밑 캐릭터 디자이너를 담당하며 드래곤볼의 얼굴마담이 되었죠. 많은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그러하듯, 이 시기의 나카츠루는 시리즈 퍼펙트 파일, 게임 가이드북, 극장판 포스터 등 프랜차이즈의 무수한 홍보/커버 아트들을 담당하였는데요. 그가 직접 작화감독을 맡은 회차는 Z 44화와 120화가 있습니다.
토리야마에 대한 나카츠루의 존경심은 대단합니다. 그는 토리야마 감수, ‘코야마 타카오’ 각본 하에 만들어진 1993년부터 1996년까지 V-점프에서 게재된 만화 ‘잠깐 돌아온 닥터 슬럼프’의 그림 담당으로 활동하였으며 닥터 슬럼프 리메이크판의 캐릭터 디자이너를 맡았습니다. 1998년, 그는 또다시 감수자 토리야마, 각본가 코야마와 합을 맞춰 ‘저금전사 캐시맨 리메이크’의 그림 역할을 합니다. 원래 캐시맨은 1990년에 나온 작품으로 토리야마가 1978부터 1994년까지 장편들을 연재하던 도중 간간히 그린 단편들을 전부 모아놓은 책, ‘토리야마 아키라 O작극장(鳥山明○作劇場)’에 나카츠루에 의해 다시 그려져 수록되었습니다. 제목인 O작극장의 'O작'은 독자들로 하여금 걸작, 명작, 졸작 등등까지 마음에 드는 단어를 스스로 넣으라는 의미에서 지은 제목이라고 하네요. O작극장은 1집부터 3집까지 있는데 캐시맨 리메이크판은 이 중 3집에 넣어졌습니다. 나카츠루는 나중에 ‘드래곤 퀘스트’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기도 하죠.
그는 토리야마의 예술 기법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애니메이터이며 토리야마조차도 이에 대해 “가끔씩 몇몇 설정화들을 보면 이게 내가 그린 건가, 나카츠루 씨가 그린 건가 싶을 때가 있다”라고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따라하기만 잘했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버독과 동료들의 초기 디자인을 고안한 사람이 바로 나카츠루였고 초사이어인4 변신 역시 그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다음 나카츠루는 첫 네 개의 디지몬 시리즈의 총작화 감독을 맡고 그후 토에이를 떠나 프리랜서 신분이 되어 여러 작품들에 관여하는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토에이와 영영 합을 맞추지 않은 것은 아니고, 원피스의 원화가로서 종종 참여했으며 2008년 ‘드래곤볼 점프 40주년 기념판: 안녕! 돌아온 손오공과 친구들!’의 전투씬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후 드래곤볼 슈퍼가 방영되었으나 아쉽게도 나카츠루는 1화에 참여한 후로는 시리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분명 그라면 충분히 더 많은 참여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대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이군요. 프리랜서답게 최근 나카츠루는 여러 애니들을 오가며 작업하는 중으로 얼마 전 그가 2017년 10월 3일에 나온 ‘블랙 클로버’ tva판 1화에 참여했었다는 얘기를 듣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카츠루의 캐릭터 모델들을 상당히 좋아하는만큼 다시 한 번 드래곤볼 애니메이터로서의 그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인이 좋아하는 애니메이터 ‘시다 나오토시’ 역시 자신의 트위터 Q&A에서 본인이 제일 선호하는 스타일은 나카츠루의 디자인이었다고 한 바가 있는데요. 그에 대해선 이제 더이상 드래곤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로 궁금한 게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묻고 싶은 건 왜 초사이어인4 오지터의 머리가 빨간색이었냐는 거네요.
첫댓글 신호등...노란 초사이어인 빨간 초4파란 블루~~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글 감사해요
저도 드래곤볼 좋아하는 작감 뽑으라면 이 분 뽑습니다ㅜ
개인적으로 초사이언4 오지터가 제일 간지납니다
오지터랑 베지터는 슈사4 디자인이 가장 좋아요 ㅎㅎ
육공이는 극의 변신이 가장 멋있고 그 다음이 슈사3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