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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식 울산과학대 교수 태화강보전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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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보전회가 스무살 청년이 됐다. 20년을 태화강과 함께 달려왔다.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나는 희망의 시간을 공유했다. 눈물과 아픔도 많았다. 그러나 그 결실로 울산은 태화강을 비롯한 자연과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로 거듭났다. 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이 땅 자연은 공장들에 자리를 내줘야 했고 굴뚝 연기는 개발지상주의 국가의 ‘자랑스런 상징’이 됐다. 가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기에 자연의 생살을 깎아내는 아픔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시나브로 태화강은 흐름이 멈추고 썩어갔다. 등 굽은 물고기들이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죽은 물고기떼가 강물 위로 떠오르고 악취가 진동했다. 바다는 시름시름 앓아 중병이 들었고, ‘온산병’이라는 희귀병까지 생겨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목전까지 치달아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문제를 인식했다. 이같은 심각한 환경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89년 시민들의 큰 기대 속에 태화강보전회가 창립됐다. 이후 태화강보전을 위한 많은 일에 시민들과 함께 땀과 노력을 쏟아왔다. 그 중 대표적인 일들이 ‘태화강 십리대숲 보전운동’과 ‘태화들 한 평 사기 운동’이었다.
87년 태화강 하천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치수를 이유로 하천구역 내 1m 이상 수목을 제거하기로 해 넓은 오산 십리대숲이 죄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태화강보전회 주도로 언론과 학계,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94년 9월부터 대숲보전운동을 펼쳤다. 당시 필자는 전문가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열어 ‘대숲이 태화강의 홍수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며 오히려 대기오염정화와 생태계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대숲을 잘 보전해 죽림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초대 김진수 회장님을 비롯한 태화강보전회원들과 함께 힘차게 대숲보전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대시민 캠페인과 청원, 언론홍보에 이어 7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청와대와 당시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을 비롯한 관계기관에 건의서를 전달해 대숲보전을 촉구했다. 95년11월, 마침내 건교부는 대숲 존치와 이에 따른 우리나라 하천법까지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는 대숲 안쪽 땅인 태화들이 문제가 됐다. 94년 도시계획을 바꾸면서 들판 일부 지목이 자연녹지에서 주거지역으로 변경돼 지주들이 택지개발을 추진한 것이다. 시민들과 지역의 학자, 환경단체들이 뜻을 모아 태화들 18만6000㎡ 주거지역을 하천부지로 재편입할 것을 주장했고, 태화강보전회를 중심으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일환인 ‘태화들 한 평 사기’ 운동을 벌여 나갔다. 울산시도 시민들과 입장을 함께 하며 적극 나섰다. 결국 2005년 건교부는 중앙하천관리위원회를 열어 태화들 주거지역을 하천구역으로 되돌렸다. 오늘날 전국에서 가장 큰 도심 수변생태공원인 태화강대공원을 갖게 된 데에는 이런 눈물과 땀의 과정이 있었다. 태화강보전회는 항상 깨어서 태화강 보전운동과 더불어 강살리기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전력해 왔다. 전문학술 심포지엄 개최와 연구 발표를 통해 울산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에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대안을 전달하는 등 현재의 태화강과 울산의 모습이 있기까지 지난 20년 동안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 의미있는 시간을 담은 20년사를 곧 발간할 예정이다. 이 책은 그간 활동에 대한 연대기적 기록을 넘어 울산의 모태 ‘태화강’과 기적의 역사, 울산 재도약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20년의 반성과 고찰을 통한 태화강보전회의 백년대계를 담고 있다. 이를 새 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 태화강보전회는 앞으로 태화강 본래의 자연성과 생태계 회복에 주력할 것이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옛 정취를 되살리고 생태적 건강성을 복원하여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 나가는 일에 앞장 설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태화강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재창출하여 21세기형 새로운 태화강 수변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으로서 뿐 아니라 울산 ‘문화의 젖줄’로서 태화강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역사·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정체성을 불어넣어 줄 스토리텔링을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태화강보전회는 이같은 일에 중점을 두고 앞으로 울산을 세계 유수의 수변문화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친환경 생태도시로 만드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스무살 청년의 기백으로 다시 나아가는 이 걸음이 앞으로 울산 지역사회의 미래를 더욱 밝혀줄 희망의 지표와 모범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수식 울산과학대 교수 태화강보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