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프레시안 뷰> 보기)
"안철수 찬성, 문재인 기권". 지난 연말에 국회를 통과한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 투표 결과입니다.
초고압 송전선 주변 주민들에게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송주법은 기존 송전선로 주민들을 보상에서 배제하고 보상범위를 자의적으로 축소 설정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송전탑 때문에 전자파 피해, 소음 피해, 경관 피해, 재산가치 하락 등의 피해를 입어 온 주민들을 보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안 됩니다. 송전선 가까이 사는 주민들 중에 3분의 1 이상이 암에 걸리는 피해를 입고 있는 마을도 있습니다. 그 마을 주민들을 보상에서 제외하고, 앞으로 건설할 송전선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 합리성이 있는 얘기일까요?
지난해 12월 밀양에서 송전탑 문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도 송주법의 내용 때문에 절망하신 것입니다. 송주법에 따르면 765킬로볼트(kv)로 송전선의 경우에는 송전선에서 33미터(주택의 경우에는 180미터)까지만 보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어르신의 경우에는 그 바깥에 집과 돼지 축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더 절망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33미터(m)라는 기준을 설정한 근거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근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용이 너무 졸속이고 자의적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송주법은 보상과 지원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강행할 명분을 만든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법률안에 대해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은 찬성을 했고, 문재인 의원은 기권을 했네요. 전체적인 투표 결과는 재석 213명 중에 찬성 129명, 반대 43명, 기권 41명. 반대한 의원들도 꽤 있었던 것입니다.
밀양 주민들이 졸속법안이라며 반대해 온 이 법안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왜 찬성을 했고, 문재인 의원은 왜 기권을 했는지, 참 궁금합니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그 이유를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정부와 한전은 송주법까지 통과됐으니 밀양 송전탑 공사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일 것입니다. 정작 밀양 주민들은 반대하는 송주법이 '밀양 지원법'이라는 별칭으로 통과되고 언론플레이에 활용되니, 밀양 주민들로서는 속이 터질 일입니다.
지난 연말에 이렇게 우울한 소식이 있었지만, 2014년을 절망으로 시작할 수는 없겠지요. 올 한해에도 여러 가지 계기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올 한 해 동안 계속 이슈가 될 것입니다. 52개 철탑 중에서 공사가 끝난 것은 아직 몇 개 안 됩니다. 그래서 밀양에 대한 연대활동은 올해에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1월 25일에는 밀양 희망버스가 다시 밀양으로 떠납니다. 전국의 시민들이 다시한번 밀양에 모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충남, 강원 등지에서도 새로운 초고압 송전선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반대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전국적으로 송전탑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것입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신규 원전 문제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 한국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탈(脫) 핵(탈 원전)과 에너지 문제는 2014년에도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올해 1월에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올해 내로 수집될 예정입니다. 정확하게 어느 부지에 몇 개의 원전을 건설할 것인지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정부의 안은 원전 개수를 현재 23개에서 41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이 계획을 막으려면, 올 한해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문제
이미 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문제도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월성 1호기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입니다. 첫 번째로 수명이 끝난 원전은 고리 1호기인데 수명을 10년 연장해서 지금도 가동 중에 있습니다.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와는 다른 원전입니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월성 원전을 제외하고는 경수로입니다. 원자료의 열을 식히는 데 쓰는 냉각수로 보통의 물(경수)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월성원전은 무거운 물(중수)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중수로입니다.
월성 원전은 캐나다의 중수로 기술로 지은 것인데, 캐나다에서도 중수로의 수명 연장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안전 문제도 있지만, 폐기물이 많이 나온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중수로는 핵연료봉을 자주 교체하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가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 발전소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 현황(2011년 9월 현재)
위의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4개 원전 부지에 쌓여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양을 비교해보면, 월성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월성1호기는 더더욱 수명연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월성 1호기는 가동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용후 핵연료'를 쏟아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핵 폐기물도 본격적인 논쟁으로
2014년에는 핵 폐기물과 관련된 사회적 논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용후 핵연료'에 대해서는 작년에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이 위원회는 올해 연말까지 정부권고안을 도출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재처리를 염두에 두고 중간저장시설을 지으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재처리는 지난번에도 한번 언급한 것처럼,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올 한해는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지금 경주에 짓고 있습니다. 완공 시기가 여러 차례 연기되었는데 올해 6월이 완공 예정 시기입니다. 지반이 연약하고 지하수가 나오는 곳에 부지를 선정하는 바람에 공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여기에 공사를 강행하면 100% 방사능이 새어 나올 것이다'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경주 방폐장 문제도 완공시점에 다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기후변화 문제도 올해 중요한 고비를 맞게 될 것 같습니다. 20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는 올해 12월에 페루의 리마에서 열리게 됩니다. 2015년에 파리에서 열릴 21차 당사국 총회 이전에 마지막으로 열리는 총회입니다.
2015년에는 반드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열릴 20차 당사국 총회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야 합니다.
올해부터는 국내에서도 관련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몇몇 전문가들이나 환경운동가들의 관심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다가오는 대재앙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하반기에는 댐 건설도 뜨거운 이슈가 될 것
한편, 토건사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댐 건설 문제도 올 한 해를 달굴 이슈가 될 것입니다. 작년 말에 국토부는 댐 사전검토협의회라는 것을 구성했습니다. 여기에서 댐 건설 장기계획에 포함된 14개 댐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검토 대상에는 그동안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타당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어 온 지리산댐, 영양댐, 달산댐(경북 영덕), 지천댐(충남 청양)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구성되어 있는 사전검토협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 협의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댐 건설을 밀어붙이겠다는 식의 결론이 나올 경우에는 다시 댐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예정입니다. 지금도 경북 영양 등지에서는 군수나 관변단체들이 댐 건설을 밀어붙이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반대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올 한해도 편치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희망을 버리지는 않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6월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 선거를 통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먹거리 정책 등에 대해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