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재원의 『땅이름의 허와 실』 - 여우고개와 도룡동 그리고 한티와 곰티
기사승인 2018.10.18 0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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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고개는 산길이 넓지 않고 좁은, 가늘고 여윈(살찌지 않은)길이 나있는 작은 고개라는 뜻으로 ‘여윈고개’인데 ‘여우고개’가 되었다.
여우비도 마찬가지로 굵고 살찐 비가 아닌 ‘여윈비’가 ‘여우비’로 변한 것이다. 여우비가 올 때마다 여우는 팔자에도 없는 시집을 간다.
오솔길은 ‘외솔길’이다. 외따로 나있는 폭이 솔고 좁은 길이다. 여우고개와 비슷한 의미이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은 탄동천이 갑천으로 하여 이 동네를 휘돌아서 금강으로 빠지므로 물이 돌아나가는 물돌이, 돌물, 돌미르의 의미가 도룡道龍으로 변한 것이다.
여우고개나 오솔길이 여우나 오소리의 전용도로가 아니듯이 도룡동도 옛 도룡룡 서식지가 아니다. ‘토까이길’은 오솔길보다 더 좁은 토끼길이다. 여수麗水도 폭이 좁다는 뜻인 ‘여윈내’에서 유래된 것이다.
영주의 죽령은 원래 대(大)재 즉 큰재인데 ‘대’가 대나무로 변하여 신라 경덕왕때 죽령竹嶺으로 바뀌었다. 경북 청도군 풍각지방의 ‘죽바위’도 100명은 앉을 수 있는 큰 바위인데 그 대(大)바위가 죽바위가 되었다. 이효상 전 국회의장은 청도 각남면의 죽바위를 둘러보고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보다 훨씬 낫다고 하였다.
대치동의 치峙는 완만한 고개를 뜻한다. 거제도 연초면 덕치리와 익산시 함열읍 성매리 석티부락도 이와 같다. 대치는 한티이다. 큰 고개는 ‘검티’ ‘곰티’이다.
령嶺(재)은 대개 더 험하고 큰 고개이다. 대관령, 죽령, 조령, 팔조령 등이다. 대관령은 한번 넘어지면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는 험한 고개이므로 데굴령이라고 한 것이 대관령이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