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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현재인과경 제3권
10. 3계, 12연기법, 8정도를 관찰하다
[3계를 관찰하다]
그때 보살은 이미 밤중이 되자 곧 하늘 눈을 얻고 세간을 자세히 살펴보매 모두가 다 환히 보이는 것이 마치 밝은 거울 속에서 자기의 얼굴 모습을 보게 됨과 같았다.
모든 중생들을 보았더니, 갖가지 무리들이 한량없이 여기에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났고 행위의 선과 악을 따라서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고 있었다.
지옥 안에서 고문하며 다스리는 중생들을 보았더니,
혹은 끓인 구리를 입에 붓기도 하고.
혹은 구리 기둥을 안고 있게 하기도 하고,
혹은 쇠의 평상에 눕게 하기도 하고,
혹은 쇠 가마솥에다 삶기도 하고,
혹은 불 위에서 꼬챙이로 지지기도 하고,
혹은 범ㆍ이리ㆍ매ㆍ개에게 먹히기도 하고,
혹은 불을 피하여 나무 아래 있는데 나무의 앞이 떨어지며 모두 칼이 되면서 그의 몸을 베고 끊기도 하고,
혹은 도끼와 톱으로써 온몸을 베며 찍기도 하고,
혹은 뜨겁게 끊는 재로 된 강물 속에 던지기도 하고,
혹은 또 똥과 오줌의 구덩이 속에 던지기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갖가지 고통을 받는 것은 업보 때문이라 목숨은 끝끝내 끊어지지도 않았다.
보살은 이와 같은 일들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이들 중생들은 본래 나쁜 업을 지었으며, 세간의 즐거운 일을 하였기 때문에 이제 과보를 얻어서 극히 큰 고통을 당하고 있도다.
만약 사람들이 이와 같은 나쁜 과보를 보게 된다면 다시는 착하지 못한 업을 짓는 이는 없게 되리라.’
그때 보살은 다시 축생을 살펴보매 가지가지의 행을 따라서 여러 가지의 더러운 형상을 받았는데,
혹은 뼈와 살ㆍ힘줄ㆍ뿔ㆍ가죽ㆍ어금니ㆍ털이며 깃으로 되어서 죽임을 받는 놈이 있기도 하며,
혹은 또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서 배고픔과 목마름이 지극한 데도 사람을 모른 척하는 놈이 있기도 하며,
혹은 그의 코를 뚫었기도 하며,
혹은 그의 머리를 홀처 매어 있기도 하며,
언제나 제 몸의 살은 사람들에게 바치면서도 도리어 저희들끼리 서로가 잡아먹는 등
이와 같은 갖가지의 고통을 받았다.
보살은 보고 나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면서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은 언제나 몸과 힘으로써 사람들에게 바치면서도 또 매를 맞고 배고프거나 목마른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모두 이는 본래 나쁜 행을 닦았던 과보로구나.’
그때 보살은 다음에 아귀를 자세히 살펴보며 그들이 항상 살고 있는 어두컴컴한 속을 보았더니,
잠깐이나마 해와 달의 빛을 보게 되는 일이 없는지라, 곧 그들 역시 서로가 보지 못하며,
받은 형상은 길고 크며 배는 마치 태산과 같고 목구멍과 목은 바늘 만큼하며,
입속에서는 언제나 큰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항상 몹시 배고프며,
목이 마른데도 천억만 년 동안을 음식이란 소리조차 듣지 못하며,
설령 하늘의 비가 와서 그의 위에 뿌려지더라도 변하여 불 구슬이 되어버리고,
때로는 강과 바다와 내며 못을 지나가게 되면 물조차 변화되어 뜨거운 구리와 이글거리는 숯이 되어버리며,
몸을 움직이며 걸음을 걷는 소리는 마치 사람이 5백의 수레를 끄는 것과 같았고,
온몸의 마디마디가 모두 불이 되어 타고 있었다.
보살은 이러한 갖가지의 고통들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이들은 모두가 본래 간탐을 내어 재물을 쌓으면서도 보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죄의 과보를 받게 되는구나,
만약 사람들이 이런 고통 받음을 보게 되면, 보시하기에 인색하지 말고 설사 재물이 없더라도 살을 베서까지 보시하여야 하리라.’
그때 보살은 다음에 다시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중음(中陰)으로부터 보았더니,
처음 태 안에 들어가려고 할 적에 부모가 화합하면 뒤바뀐 생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곧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써 자기 몸을 삼으며,
태 안에 들어가서는 생장(生臟)과 숙장(熟臟)의 두 장(臟)의 사이에 있으면서 몸의 삶아짐이 마치 지옥의 고통과 같다가 열 달이 찬 연후에 태어나는데,
처음 태어날 때에 바깥 사람[外人]에게 안겨 붙잡히면서 거칠고 껄끄러움을 당하는 고통은 마치 칼이 스치는 것과 같으며,
이렇게 하여 오래지 않아서 다시 늙고 죽음에 돌아가고 다시 젖먹이가 되는 등,
다섯 갈래를 바퀴 돌듯하면서도 스스로 깨닫지를 못하였다.
보살은 보고 나서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생각하였다.
‘중생들에게는 이와 같은 환난이 있거늘 어찌 하여 그 속에서 다섯 가지 욕심에 탐착하고 멋대로 헤아리며 즐거움을 삼으면서 뒤바뀐 근본을 능히 끊지 않는가?’
그때 보살은 다음에 여러 하늘들을 보았다.
그 천자들을 보았더니 그 몸은 깨끗하여 먼지나 때가 끼지 않아서, 마치 참 유리(琉璃)와 같았고 큰 광명이 있으며 두 눈은 깜짝거리지 아니하였는데,
혹은 수미산 꼭대기에 살고 있기도 하고,
혹은 또 수미산의 네 진영에서 살고 있기도 하고,
혹은 또 허공 안에서 살고 있기도 하면서,
마음은 언제나 기쁘고 알맞지 않는 일이 없으며,
하늘의 아름다운 풍악을 잡히며 스스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밤과 낮을 몰랐고,
사방의 모든 풍치가 매우 아름답지 않음이 없었으며,
동쪽을 보면서 지나치게 집착하여 1년이 다되는데도 움직일 줄 모르며,
서쪽을 쳐다보다 즐겨 빠져서 여러 해를 지내면서도 돌아가지 않았나니,
남쪽이거나 북쪽 역시 다 그와 같았다.
음식과 의복은 생각만 하면 즉시 이르렀으며,
비록 이와 같이 뜻에 알맞은 일만이 있기는 하더라도 오히려 욕심의 불에 탐을 받았다.
또 그 하늘의 복이 다하여지는 때를 보았더니,
다섯 가지의 죽음의 형상이 나타났다.
첫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들고,
둘째는 눈을 깜작 거리고,
셋째는 몸 위의 광명이 스러지고,
넷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나오고,
다섯째는 자연히 본래 있던 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인데,
그 권속들이 천자의 몸에 다섯 가지 죽음의 형상이 나타남을 보면 마음에 그리움을 내며,
천자도 역시 스스로 자기의 몸에 다섯 가지 죽음의 형상이 있음을 보게 되고,
또 권속들이 자기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보는 그러할 때에 크게 괴로워하였다.
보살은 그 천자들의 이러한 일들이 있음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이 여러 천자들은 본래 조그마한 선을 닦아서 하늘의 즐거움을 받게 되었으나 과보가 다하려 하매 크게 괴로움을 내는데,
목숨이 끝난 뒤에는 그 천자의 몸을 버리고 혹은 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지기도 하리니,
본래 선한 행을 지음은 즐거움의 과보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이제 얻는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만이 많은 것이 마치 굶주린 사람이 독이 섞인 음식을 먹는 것과 같구나.
처음에는 비록 맛이 있다 하더라도 마침내 큰 환난이 생기니 말이다.
어떻게 슬기로운 이가 이것을 탐내며 즐기겠느냐?’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의 하늘들은 수명이 긴 것을 보고 곧 언제나 즐겁다고 여기다가 변하고 무너짐을 보면 크게 괴로워하며 곧 삿된 소견을 일으키면서 인과(因果)가 없다고 헐뜯는데, 이런 일 때문에 세 갈래[三途]를 윤회하면서 갖추 여러 고통을 받았다.
보살은 하늘 눈의 힘으로써 다섯 갈래[五道]를 자세히 살피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생각하였다.
‘3계 안에서는 즐거움이란 하나도 없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자, 한밤중도 다 끝났다.
[12연기법를 관찰하다]
그때 보살은 늦은 밤이 되자,
‘중생들의 성분에는 무슨 인연으로 늙고 죽음[老死]이 있는 것일까’ 하고 자세히 살폈더니,
곧 늙고 죽음은 태어남[生]으로써 근본이 되고, 만약 태어남을 여의면 곧 늙고 죽음이 없는 것인 줄 알았다.
또 이 태어남은 하늘로부터 난 것도 아니며 저절로 난 것도 아니며,
연(緣)이 없이 난 것이 아니고 인연으로부터 난 것이고,
욕계의 존재[欲有]와 색계의 존재[色有]와 무색계의 존재[無色有]의 업으로 인하여 났다.
또 ‘세 가지 존재[三有]의 업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세 가지 존재의 업은 네 가지 잡음[四取]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네 가지 잡음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네 가지 잡음은 사랑[愛]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사랑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사랑은 느낌[受]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느낌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느낌은 닿임[觸]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닿임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닿임은 여섯 감관[六入]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여섯 감관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여섯 감관은 이름과 물질[名色]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이름과 물질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이름과 물질은 의식[識]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의식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의식은 지어감[行]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또 다시, ‘지어감은 무엇으로부터 났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곧 지어감은 무명(無明)으로부터 난 것인 줄 알았다.
만약 무명이 스러지면 지어감이 스러지고,
지어감이 스러지면 의식이 스러지고,
의식이 스러지면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고,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면 여섯 감관이 스러지고,
여섯 감관이 스러지면 닿임이 스러지고,
닿임이 스러지면 느낌이 스러지고,
느낌이 스러지면 사랑이 스러지고,
사랑이 스러지면 잡음이 스러지고,
잡음이 스러지면 존재가 스러지고,
존재가 스러지면 태어남이 스러지며,
태어남이 스러지면 늙고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스러졌다.
이렇게 순서를 거슬러서 12인연(因緣)을 자세히 살피며 늦은 밤에 무명을 깨뜨리고 새벽이 되는 때에는 지혜의 광명을 얻어서 익힌 업을 끊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룩하였다.
[8정도를 행하다]
그때 여래는 생각하였다.
‘여덟 가지의 바르고 거룩한 도[八正聖道]는 바로 3세의 부처님께서 실제로 행하신 바요, 열반에 나아가는 길이었는데, 나도 이제 이미 실천하여 지혜가 통달하고 걸리는 바가 없도다.’
이때에 대지가 열여덟 가지로 움직여졌고 노리는 안개와 나르던 먼지가 모두 다 맑게 개었으며,
하늘의 북은 저절로 미묘한 소리를 내고 향기 바람은 천천히 일어나서 부드럽고 깨끗하고 시원하였으며,
여러 빛깔의 상서로운 구름은 단 이슬의 비를 내리고 동산 숲의 꽃과 열매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한참이었다.
또 만다라꽃[曼陀羅花]과 마하만다라꽃[摩詞曼陀羅花]과 만주사꽃[曼殊沙花]과 마하만주사꽃[曼詞摩殊沙花]과 금의 꽃ㆍ은의 꽃ㆍ유리 꽃ㆍ유리 등의 꽃인 7보의 꽃을 비 내려서 보리수를 둘러싸기 36요자나에 가득히 찼었다.
이때 여러 하늘들은 하늘의 풍악을 잡히면서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며 노래하고 찬탄하였으며, 하늘의 보배 일산과 당기ㆍ번기를 붙잡고 허공에 꽉 차서는 여래께 공양하였고, 용이며 신의 8부들의 베푸는 공양도 역시 그와 같았느니라.
그러할 때에 일체 중생들은 모두 다 인자하여지고 성내거나 해치려는 생각이 없어지며, 기뻐서 뛰놀며 마치 성도의 자취를 보듯 하였으며, 두려워하는 정이 없고 그 마음이 고르고 부드러워지면서 교만한 뜻을 여의며, 또한 아끼고 시새우고 아첨하는 마음이 없었졌다.
5정거천(淨居天)은 기쁨과 즐거움의 형상을 여의고 또한 모두가 기뻐하며 어쩔 줄 몰랐으며,
지옥의 고통은 잠시 동안 쉬게 되어 큰 기쁨이 생겼고,
온갖 축생들로서 서로가 잡아먹던 것들이 다시는 나쁜 마음이 없어지며,
아귀는 배가 불러져서 배고프거나 목마르다는 생각이 없었다.
세계 중에 어두컴컴한 곳으로서 해와 달의 거룩한 빛으로도 비출 수 없던 곳이 모두 크게 밝아졌는지라,
그 속의 중생들이 모두가 서로 보게 되었으므로 저마다 말을 하였다.
‘이 안에서 어떻게 갑자기 중생들이 있는가?’
큰 성인이신 법왕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큰 법의 광명으로써 그릇된 법과 어둠을 깨뜨렸기 때문에 온갖 것이 모두 다 밝고 환하게 되었다.
감자(甘蔗) 성바지의 선왕(先王)으로서 나라를 버리고 도를 닦아서 5통(通)의 신선이 되었거나 또 열 가지의 선을 행하여 하늘에 나게 된 이들은 모두 신통을 부려서 보리수에 도착하여 허공에 있으면서 기뻐하며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우리 감자 성바지 중에서 능히 모든 번뇌를 끊고 일체지(一切智)를 이루어 세간의 안목이 되었으니, 매우 기특하십니다.’
모두가 기뻐하며 뛰놀지 아니함이 없었으나, 오직 악마왕만은 마음으로 혼자 근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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