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
전국시대 때 4명의 군자가 있었다.우선 조나라때 평원군에 대해서 써본다.
진(秦)이 한단(邯鄲)을 포위하자 조는 평원군에게 초에 가서 구원을 청하고
초와 합종하게 하여 문하의 식객들 중 용기와 문무를 겸비한 20명을 동행시키고자 했다.
평원군은 “문(평화로운 방법)으로 승리를 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문으로 승리를 취하지 못하면 조정 아래에서
를 마시고라도 반드시 합종을 결정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선비들은 밖에서 구할 것 없이 문하 식객들로 뽑아도 충분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9명은 뽑았으나 나머지를 뽑지 못해 20명을 채우지 못했다.
문하에 있던 모수(毛遂)라는 자가 나와 평원에게 스스로를 추천하며,
“듣자하니 군께서 초와 합종하려고 식객 문하 20명을 수행시키기로 하고 밖에서 사람을 구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지금 한 사람이 부족하니 군께 바라옵건대 저를 수행원으로 채워서 가십시오.”라고 했다.
평원군이 “선생께서 이 조승의 문하에 이곳에 몇 년이나 계셨습니까”라고 했다. 모수는 “이곳에 3년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평원군은 “무릇 뛰어난 인재의 처세는 비유컨대 자루 속의 송곳과 같아서 그 끝이 삐져나오기 마련입니다.
지금 선생께서는 이 조승의 문하에 3년이나 계셨지만 좌우에서 칭찬하는 말이 없고 조승 역시 들은 바가 없으니 이는 선생이 능력이 없다는 것 아닙니까. 선생은 가실 수 없으니 선생께서는 여기 계십시오.”
라고 했다. 모수는 “신은 오늘 자루 안에 들어가길 청합니다. 이 모수를 자루 안에 넣어주시면 바로 뚫고 나올 것이니
어디 송곳 끝 뿐이겠습니까.”라고 했다. 평원군은 결국 모수를 데리고 갔다.
19명은 서로 눈으로 모수를 비웃었는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모수가 초에 도착할 때까지 19명과 논의했는데 19명 모두가 모수에게 탄복했다. 평원군이 초와 합종을 위해 그 이해관계를 논의하는데 해가 뜰 때 논의가 시작되어 한낮이 될 때까지 타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19명이 모수에게 “선생이 올라가시오.”라고 했다. 모수가 칼 손잡이를 꽉 쥔 채 빠른 걸음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 평원군에게 “합종에 따른 이해관계는 두 마디면 결정할 수 있거늘 지금 해가 뜨면서 합종을 논의하여 해가 중천에 오도록 결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왜 그렇습니까”라고 했다. 초왕이 평원군에게 “저 객은 뭣 하는 자요”라고 했다. 평원군은 “이 조승의 사인입니다”라고 했다. 초왕은 “꺼지지 못할까! 내가 지금 너의 주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네가 뭣 하자는 것이냐”라고 꾸짖었다.
모수는 검의 손잡이를 꽉 누르면서 앞으로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 꾸짖는 것은 초나라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10보 안이라면 왕께서는 초나라 사람의 숫자에 기댈 수 없습니다. 왕의 목숨은 이 모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저의 주군께서 앞에 계신데 어찌 꾸짖는단 말입니까? 또 이 모수가 들으니 탕왕(湯王)은 사방 70리 땅으로 천하의 왕이 되었고, 문왕(文王)은 사방 100리의 땅으로 제후들을 신하로 삼았는데 그것이 군사의 수가 많았기 때문이겠습니까? 그 대세를 잘 파악해서 그 위세를 발휘했기 때문이지요. 지금 초의 땅은 사방 5천 리에 무기를 지닌 병사가 100만이니 이는 패왕의 밑천입니다. 초의 강력함은 천하도 당해낼 수 없습니다. 백기(白起)는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수만 명을 거느리고 군대를 일으켜 초와 싸웠는데, 한 번 싸워 언영(鄢郢)을 빼앗고, 두 번 싸워 이릉(夷陵)을 불사르고, 세 번 싸워서 왕의 선조를 욕보였습니다. 이는 백세의 원한이자 조의 수치이기도 한데 왕께서는 그 원한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합종은 초를 위한 것이지 조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의 주군께서 앞에 계시는데 어찌 꾸짖는다 말입니까?”
초왕이 “맞소, 맞소! 정말 선생의 말이 그렇소. 삼가 사직으로 합종을 받들겠소이다.”라고 했다. 모수가 “합종이 결정된 것입니까?”라 하자 초왕은 “결정했소.”라고 했다. 이에 모수는 초왕의 좌우에게 “닭과 개와 말의 피를 가지고 오시오”라고 했다. 모수는 동쟁반을 받쳐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초왕에게 그것을 올리며 “왕께서는 피를 발라 합종을 결정하십시오. 다음은 저의 주군이고 그 다음은 이 모수입니다.”라고 했다. 마침내 합종이 어전 위에서 결정되었다.
모수는 왼손으로 쟁반의 피를 들고 오른손으로 19명을 불러서 “공들은 당 아래에서 서로 이 피를 바르시오. 공들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남의 힘을 빌려 일을 성사시키는 자들이라 하는 것이오.”라고 했다. 평원군이 합종을 결정하고 돌아갔는데, 조로 돌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 조승이 감히 다시는 인재를 고르지 않겠소이다. 이 조승이 인재를 고르면서 많으면 천 명, 적어도 수백으로 스스로 천하의 인재를 한 사람도 잃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모수 선생에게 실수를 했소이다. 모수 선생이 한 번 초에 가서 조나라를 구정(九鼎)과 대려(大呂)보다도 무겁게 만들었소. 모수 선생의 세 치의 혀가 100만 군사보다 강했소이다. 이 조승이 감히 다시는 인재를 고르지 않을 것이오.” 이에 모수를 상객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