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여래비밀장경 하권
[외도나 삿된 소견을 따르면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
대덕 가섭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차라리 여래께 선하지 못한 업을 일으킬지언정 외도나 삿된 소견을 가진 자들의 처소에서 공양을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만일 여래의 처소에서 선하지 못한 업을 일으키면 분명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서 결국엔 반드시 열반에 이르게 되겠지만,
외도나 삿된 소견을 따르면 분명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네가 한 말과 같다.
가섭아, 가령 어떤 사람이나 하늘이 붉은 전단(栴檀)에게 욕을 하며 손으로 내리치고는 움켜쥐고 땅에 내동댕이쳤다고 하자.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렇게 한 사람에게서 어떤 냄새가 나겠느냐?”
가섭이 말씀드렸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서 전단의 향기가 날 것입니다.”
“그와 같다. 가섭아, 만일 어떤 중생이 여래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널리 말한다면, 그 사람에게선 해탈의 향기가 풍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섭아, 어떤 사람이 똥과 오물을 주무르고 만진 뒤에 여러 악기와 온갖 꽃을 가져와 공양한다면, 그런 사람에게선 어떤 냄새가 나겠느냐?”
가섭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런 사람에게는 오직 똥과 오물의 악취만 있습니다.”
“그와 같다. 가섭아, 모든 외도를 가까이하고 공경하며 공양하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 또한 그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소견은 두려운 것이며, 지옥ㆍ축생ㆍ아귀 등도 두려운 것이다.
가섭아,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에게 대자비(大慈悲)가 있음을 믿고 정중히 공경하고 믿으며,
교만을 없애 교만하지 않고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이 없으며,
의지가 확고하고 업보를 이해하며,
정직하여 아첨하는 일이 없고 허풍과 거짓이 없으며,
여래의 처소에서 청정한 신심을 얻어 모든 감관에 탐욕이 없고 아첨이 없으며,
의지를 무너뜨리지 않고 청정한 믿음을 성취하며,
부처님의 대비가 중생에게 많은 이익을 준다는 것을 믿고,
부처님의 본행을 믿고 여래를 믿으며,
일체의 중생들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자.
이와 같은 마음이 있고 이와 같은 뜻이 있는데, 만일 음식이나 병에 쓸 약이나 필요한 것들이 모자라서 도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바른 지위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하자.
만일 필요한 것을 얻는다면 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바른 지위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것을 얻지 못해 굶주리고 목마르며 파리하고 약해져서 선을 닦지 못하고 도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하자.
이런 사람이 만일 여래인 부처의 물건이나 의복ㆍ음식ㆍ병에 쓸 약이나 필요한 것들을 가져가 스스로 입고 먹는다면,
가섭아, 나는 그에게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과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섭아, 이것을 여래비밀장의 법이라 하니, 은밀히 지니고 잘 수호해야 한다.
소견과 집착이 있는 그런 자들 앞에서는 깨우쳐 보이거나 연설해서는 안 되니, 그런 사람들에게 소견만 더하게 하지는 말라.
[진실을 이해한다는 것과 결밥]
가섭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말하자면 여래가 설하는 일체의 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무엇을 결박이라 하는가?
가섭아, 이른바 결박이란 탐착(貪着)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탐착하지 않고 둘로 분별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가섭아, 나는 이제 이런 집착 없는 자가 범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섭아, 파리함과 나약함과 번뇌는 허망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가섭아, 그는 실제가 아니고 생기지도 않기 때문이니, 이것을 진실이라 말한다.
[겨자씨만 한 불씨의 비유]
가섭아, 내가 이제 비유를 들어 실제가 아니며 망상으로 되는 일임을 보이리라.
가섭아, 마치 사람이나 하늘이 겨자씨만 한 불씨를 입으로 불어 더욱 번지게 하여 점차로 여러 물건을 태우고 큰 불더미를 이루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가섭아, 어리석고 못난 범부는 조그만 부정을 일으키고는 망상을 생각하여 여러 소견에 견고하게 집착하며, 일으킨 망상에 따라 그 여러 곳곳에 따라 결사(結使)를 늘어나게 한다.
가섭아, 만일 수미산과 같은 큰 불더미가 있더라도 의지하는 바가 없다면,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불은 한층 더 커지겠느냐, 점차 사그라지겠느냐?”
가섭이 말씀드렸다.
“그 불은 분명 사그라질 것이며, 다시 더 커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실제가 아니고 망상인 모든 번뇌들도 다시 일으키지 않고, 다시 집착하지 않고, 다시 망령되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즐기지 않고, 다시 분별하지 않으면 그것은 점점 사라지고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섭아, 이렇기 때문에 파리하고 약함이 실제가 아니고, 망상과 번뇌가 바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독의 비유]
가섭아,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독이 있는 집에 이르렀는데, 실은 독을 먹지 않았으나 스스로 놀라고 두려운 생각을 내어 큰 고통을 느끼면서 소리 내어 크게 부르짖었다고 하자.
‘나는 지금 중독되었다. 나는 지금 중독되었다.’
이때 훌륭한 의원이 있다가 실제로는 약이 아니지만, 그것을 병이 들었다는 사람에게 먹여 실제로는 없는 병을 없애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과 같다.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훌륭한 의원이 실제로 약을 이 사람에게 주었다면 이 사람이 살았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실제로는 독을 먹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독을 먹었다는 생각을 낸 것이니 실제로는 약이 아닌 것으로 그를 치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