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사론 제3권
8) 오결처(五結處)
오결(五結)이라 하는 것은,
애결(愛結)과 에결(恚結)ㆍ만결(慢結)ㆍ간결(慳結)ㆍ질결(嫉結)을 말한다.
[문] 오결에 어떤 성질이 있는가?
[답] 애결(愛結)이라 하는 것은 삼계(三界)에 대한 애인데, 한 세계에 다섯 종류가 있으니, 모두 열다섯 종류가 있다.
만결(慢結)도 또한 그렇다.
에결(恚結)도 다섯 종류가 있고, 간결(慳結)도 질결(嫉結)은 깊은 생각과 추리로써 끊어지니,
이 서른일곱 종류가 오결의 성질을 이룬다.
이 결(結)의 성질은 이미 종류ㆍ모습ㆍ몸에 있는 것이기에 자연히 모습[相]을 말하게 되고 모습을 말한 뒤에는 마땅히 행(行)을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結)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문] 결(結)의 뜻은 무엇인가?
[답] 속박되고 얽매인다는 뜻이 결(結)의 뜻이다.
고통 속에 얽매인다는 뜻이 결의 뜻이며 독이 섞인다[雜毒]는 것이 결의 뜻이다.
속박되고 얽매이는 것이 결의 뜻이라 한 것은 속박되는 것이 곧 번뇌며 번뇌가 곧 속박이라는 것이다.
[문]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답] 계경(契經)에 있는 문답을 보면 존자 사리불(舍利弗)이 존자 구치라(拘絺羅)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얽매이는 것인가?
구치라여, 눈이 색에 얽매이는가? 색이 눈에 얽매이는가?”
구치라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눈이 색에 얽매이지도 아니하고 색이 눈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나아가 의법(意法)에 이르기까지도 육근(六根)ㆍ육진(六塵)의 마지막인 의근(意根)과 법진(法塵)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법에 얽매이지도 아니하며 법이 생각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다만 이 가운데 음(婬)ㆍ욕(欲)만은 얽매이게 된다.
존자 사리불이여, 비유하면 두 마리의 소가 있는데, 하나는 검은 소이며 또 하나는 흰 소라고 하자. 하나는 고삐를 잡고 하나는 굴레를 씌워 매어 두었는데,
존자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검은 소가 흰 소를 매어 두었다느니, 흰 소가 검은 소를 매어놓았다는 말을 한다면,
존자 사리불이여, 그들은 평등한 말을 하였는가, 아닌가?”
사리불이 말하였다.
“아니다. 현자 구치라여, 왜냐하면 검은 소가 흰 소를 얽어 맨 것도 아니고 흰 소가 검은 소를 얽어 맨 것도 아니니, 모두가 고삐와 굴레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존자 사리불이여, 눈이 색에 얽매인 것도 아니고 색이 눈에 얽매인 것도 아니며,
생각과 법의 관계에 이르기까지도 생각이 법애 얽매이는 것도 아니고 법이 생각에 얽매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가운데 음과 욕의 경우 이것이 저것에 얽매이게 된다.”라고 하였다.
이것이 속박된다는 뜻이 곧 결의 뜻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고통 속에 얽매이는 것이 결(結)의 뜻이 된다고 하는 것은,
욕계의 결은 욕계의 중생들이 욕계의 고통 속에 얽매이고,
색계의 결은 색계의 중생들이 색계의 고통 속에 얽매이고,
무색계의 결은 무색계의 중생이 무색계의 고통 속에 얽매인다.
모든 욕계의 결은 이것과 저것이 서로가 서로를 얽어매어 고통 속에 얽히고설키는 것이며 이는 즐거움이 아니다.
모든 색계와 무색계의 결도 이것과 저것이 서로가 서로를 얽어매어 고통 속에 얽히고설키는 것이어서 이는 즐거움이 아니다.
이것이 고통 속에 얽매이는 뜻이 곧 결의 뜻이다.
결(結)이 ‘독이 섞인다[雜毒]’는 뜻이 된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묘한 생(生)이 세속에 처하여 정수에 들어가 가령 해탈을 할 경우 모든 입(入)이 제거된다.
모든 입(入), 그것은 성인이 제거하는 독이 섞인 결이다.
때문에 이것은 마치 지극히 묘한 음식에 독이 섞인 것과 같은데, 지혜 있는 사람은 능히 이를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독약이 섞여 있을지라도, 이와 같이 지극히 묘한 생을 타고난 사람은 세속에 처하여 정수에 들어가면, 그는 성인으로서 능히 독약이 섞인 결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얽매이고 고통 속에 얽매이고 속박당하고 하는 것이 결의 뜻이며,
또한 독약이 섞여 있다는 것도 결의 뜻이 되는 것이다.
이것으로 오결처(五結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