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본행경 제2권
10. 염부제수음품(閻浮提樹蔭品)
태자[菩薩]는 바로 이때에
울적한 마음으로 돌아왔네.
동산에 이르러 구경하자
덕의 빛남이 제석천왕 같았네.
모든 선성(仙聖)의 왕들이
여색과 미혹하지 않듯 하였네.
어느 때 농부들이 밭에서
밭갈이 하는 것을 보았네.
꿈틀거린 벌레를 밟아 터지자
곧 비통한 마음을 일으키어
어버이가 어린 자식을 불쌍히 여기듯
슬퍼하고 길게 탄식하였네.
그 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감추어진 창고가 문득 나타나
사방 1유순이 환하도록
7보(寶)가 가득하였네.
이내 뛸 듯이 기뻐하며
금을 가져다 보배그릇에 쓰되
옛날 왕들은 이름을 새겨
어느 그릇은 어느 왕이 만들었다 하고
과거 전륜성왕들을 이렇게
8만 4천 대(代) 동안이나
펴고 전하여 서로 이어왔지만
태자는 이름을 새기지 않았네.
그 7보가 쌓임을 보고
독사와 살무사같이 여기며
꽃같이 빛나는 얼굴을 돌려
몸을 굽혀 선대(先代)를 공경할 뿐
검푸른 빛의 눈에 눈물을 흘려
꽃 같은 얼굴에 비 오듯 하며
곧 자비로운 눈을 들어서
널리 허공을 우러러보았네.
슬픈 마음에 범천 같은 소리를 내어
그 좌우의 시종들에게 이르는 말이
“지난 옛적 모든 석가족 어른들은
세상에 용맹하고 교만했지만
나라며 왕위를 버리고 난 뒤엔
홀로 쓸쓸하게 어느 곳에 갔는가.
부역(賦役)으로 천하를 괴롭히고
한량없는 토지며 나라의 보배
창고에 쌓아 모았건만
그 주인은 죽고 없도다.”
마음으로 무상함을 생각하고
염부제나무 아래 나아가
금빛의 팔을 들어
금빛 허벅다리 위에 놓고
앉아 생각하며 굳게 움직이지 않으며
뜻을 모아 오로지 하나로 정하되
생기고, 없어지고, 합치고, 흩어짐을 보며
일정(一定)에 들었었네.
저 강가의 모래 수와 같이
모든 부처님의 뜻은 다름이 없어
아홉 가지 번뇌로 흐린 강물을
지혜의 구슬로 맑히듯
일체 세간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찰나 사이에
끝없이 한량없는 복락을
중생들에게 더하기 때문이라네.
또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켜
온갖 괴로움과 근심을 편히 하려고
자세히 일체를 두루 살피자
평등하게 제1선(禪)을 이루어
모든 욕의 악법을 버리고
크게 기쁜 해탈을 얻고
내지 제4선에 이르러
한량없이 청정함을 얻었네.
해가 기울어 점점 석양이 되자
모든 나무 그림자는 옮아갔으나
오직 염부제나무의 그늘은
일산처럼 태자를 덮어서
마치 사람이 길러준 은혜를 알고
숙업보[宿行報]를 버리지 못하듯이
그늘이 태자를 떠나지 않고
보답을 위해 버리지 못하듯 했네.
석가족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사자가 달리듯 빨리 이르러
태자가 나무 아래 있음을 보자
마치 구름 속의 해와 같았다네.
뛸 듯이 기뻐하면서
놀라움을 스스로 참지 못하여
자애로운 눈에 눈물을 흘리며
태자의 발에 절하고 슬피 탄식했네.
“한량없이 공경하는 마음으로써
이렇게 지금 두 번 절하노라.
원컨대 나라에 복덕이 있도록
버리고 떠나지 말라.
모두 다 뛸 듯이 기뻐하면서
마치 천상의 복록을 누림 같노라.
바라노니 어리석고 미한 것들을 버려
어두운 죄 구렁에 빠지게 말라.
태자는 이 세간의 덕망이 높으니
옛 선인(先人)의 이름을 나투어라.
일체가 믿고 의지하는 바이니
모든 석가족 가운데 영웅이로다.
이는 내 몸과 목숨이요
모든 채녀들의 제석천이며
중생들의 범천왕이니
널리 이들을 자재롭게 하라.
우리들의 목숨을 빼앗아
마치 강한 원수와 같이 말라.”
왕은 태자를 사랑하므로 허둥지둥
비참하게 다시 궁으로 돌아갔네.
왕이 떠난 뒤 오래지 않아서
태자는 선정(禪定)에서 깨어났네.
허공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니
세 천왕이 태자에게 한 물음이었네.
“천상과 인간의 대도사(大導師)시여,
바라건대 저희들의 말을 들으소서.
원컨대 존자는 꼭 출가할 때요
과거 한량없는 겁수(劫數)로부터
명(名)과 색(色) 두 가지 인연으로
두루 5도(道)에 노닐었다오.
뿌리에서 싹이 나서 유(有)에 이름
매우 크고 견고하거니
이제 지혜의 보습으로써
생(生)ㆍ사(死) 나무의 근원을 돌이키소서.
애착의 깊고 넓은 연못에는
어지러운 생각이 물고기들 놀 듯하오.
미혹의 우리에 덮이고 얽히어
질투와 진에의 빠르게 흐르는 물결 같다오.”
둘째 천왕도 청정하고 공경하는
뜻으로 아뢰기를
“지혜의 배를 타시고
번뇌 바다 저 언덕에 건너소서.”
셋째 천왕도 아뢰었네.
“교만의 바위 험한 산과
삿된 견해의 깊은 함정과
질투와 성냄의 낭떠러지며
병과 죽음의 골짜기들은
비탈지고 구불구불하니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써
모든 괴로운 산을 쳐부수소서.”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일어나자
광명이 빛나 금산과 같고
웅장한 걸음걸이 팔다리도 가뿐하고
목소리는 마치 우레와 같으며
눈은 검푸른 연잎과 같고
얼굴은 둥근 달과 같은데
집을 싫어하고 무위를 즐겨
마음은 출가할 생각뿐이네.
마치 화살 맞은 사자와 같이
아픈 마음으로 다시 궁에 돌아가
부왕의 궁전에 나아가서
정반왕에게 아뢰되
무릎을 꿇고 합장한 뒤 하는 말
“원하옵건대 저의 청을 들으소서.
집을 버리고 떠나가서
옛 성인의 업을 닦고자 하나이다.
만나고 모임은 반드시 이별이 있으니
뉘라서 능히 오래 보전하리까.”
왕은 그렇게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리는 물속의 달처럼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하다가
한참 만에 겨우 소리를 내었네.
“그런 생각만은 내지 말라.
지금은 그대가 출가할 때가 아니로다.
나이도 젊고 한참 아름다운데
산 숲에 살기엔 합당치 않도다.
지금은 바로 내가 그때로서
왕위를 버리고 법 가운데 들 것이거늘
그대는 덕망이 있는 태자이니
왕위를 잇기 바라노라.
땅의 귀신들도 가슴으로 바라고
전륜성왕을 찾고 있거늘
석가족은 그대로 인해 드러나리니
그대는 마땅히 왕위를 물려받으라.”
태자는 다시 깊고 무거운 소리로
부왕에게 아뢰어 말하였네.
“원컨대 부왕께선 네 가지 일로써
자신을 잘 보호하소서.
모든 병이 침노치 못하게 강하게 하고
늙음이 젊음을 빼앗지 못하게 하며
죽음이란 온 세상의 우환이니
목숨을 빼앗지 못하게 하며
이룬 일은 무너지지 않게 하소서.
이와 같음이 네 가지 일이오니
만약 반드시 잘 보호할 수 있다면
근심이 없이 살 수 있어서
여러 산과 늪에 가려 하지 마시고
태연히 백성들을 다스리소서.”
왕은 말하되 “이 네 가지 일은
능히 잘 보호할 수 없노라.
그대가 응당 왕위에 오르면
도리에 맞지 아니함이 없으리라.
왕위에 있으면서 법을 닦아
무위의 도에 이르라.
7보의 왕관을 머리에 쓰고
보배 옷으로 몸도 빛나리니
온갖 영화를 마음대로 누려
욕계(欲界)의 천자같이 하라.
모두 왕위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해탈을 이루었으니
역승(力勝)이란 왕도 그러하였고
불미(不迷)란 왕도 그러하였으며
식지(識知)란 왕도 또한 그렇고
무력(武力)이란 왕도 그러했다.
이들은 다 왕위에 있으면서
해탈의 길을 이루었다.
이렇게 다만 왕위에 있으면
두 가지를 잃음이 없으며
뜻에 자재함을 얻어
나라와 토지에까지도
방해하거나 폐를 끼칠 이 없으니
반드시 속히 성사되리라.
내가 바라는 것은 다섯 가지 옷을
그대에게 주어 장엄하게 함이로다.
그대는 보배 일산 밑에 있게 하고
나는 마침내 산과 늪으로 돌아가리라.”
태자는 겸손하고 공경스럽게
부왕에게 대답해 아뢰었네.
“만약 그 네 가지를 잘 보호하지 못하더라도
원컨대 보고 굳게 막으려 마소서.
비록 이것이 진짜 금으로 된 집이라도
불이 나면 마땅히 도망가야 하리니
지혜 있는 이는 마땅히 불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 합니다.
응당 깨달아야 합니다. 진짜 금으로 된 집과
또한 자재함이 구족하다고
비록 빨리 세 가지 불이 탄다 해도
버리고 도망치지 않으리까.
또 청정한 목욕 연못이 있어
연꽃이 하나 가득 찼고
그 속에 꿀벌들이 있다손
버리지 않겠나이까.
손에 큰 활을 버티어 잡아
매우 굳세고 날카롭게 조련되면
병(病)의 괴로운 살을 쏘아
맞추어 어긋나지 않듯이
둘러싸인 지옥에 떨어지면
염라대왕이 항상 사냥하리니
그가 와서 나를 빨리 쏘기를
어찌 미련스레 기다리고 서 있으리까.
만약 어떤 사람이 허공을 겁내어
방편으로 도망쳐 달아나도
가는 곳마다 허공이 보이므로
공포에 싸여 어쩔 줄 모르듯
이렇게 5취(趣)에는
무상함이 두루하기에
두려움 없는 곳으로 가려 하오니
이를 굳이 막아서는 아니 되나이다.”
그러자 정반왕은
묵묵히 대답하지 않고
손으로 태자의 손을 이끌어
일어나라고 일깨웠다네.
곧 옆에 신하들에게 명령해
환락을 더하고 굳게 지키니
그때 성(聖) 태자는
궁에 들어가 스스로 소일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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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불본행경
불본행경_10. 염부제수음품(閻浮提樹蔭品), 4선을 얻고 출가를 결심하다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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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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