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스스로 숨겨온 비밀
호모 사피엔스는 이보다 훨씬 더 불편한 사실을 계속 비밀로 해왔다.
오늘날 우리에게 문명화되지 않은 사촌들이 많을 뿐 아니라 과거에는 형제자매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1만 년간 우리 ㅣ종은 지구상의 유일한 인간 종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을 유일한 인류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 잇다.
하지만 '인간(human)'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호모 속에 속하는 동물'이고,
호모 속에는 사피엔스 외에도 여타의 종이 많이 존재했다
더구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사피엔스가 아닌 인류와 다시 한 번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살펴볼 주제다.
이런 논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나는 호모 사피엔스종의 일원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피엔스'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겠고,
'인류 human'란 표현 은 '호모 속에 속하는 현존하는 모든 종'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겠다
인류는 약 250만 년 전 도웁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에서 진화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우리보다 더 오래된 유인원의 한 속으로서 '남쪽의 유인원'이란 뜻이다.
약 2백만 년 전 이들 원시의 남성과 여성은 고향을 떠나 여행을 시작해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넓은 지역에 정착했다.
인류 집단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북유럽의 눈 덮인 숲에서 살아남기에 좋은 특질과
인도네시아이 찌는 듯한 정글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특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여러 종들이 생겨났고, 과학자들은 여기에 거창한 라틴어 이름을 붙었다.
유럽과 서부 아시아의 인류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 골짜기에서 온 사람)',
흔히 말하는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우리 사피엔스 보다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덕분에
유라시아 서부에서 빙하기의 추운 기후에 잘 적응했다.
아시아의 좀 더 동쪽 지역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
이들 '똑바로 선 사람'은 그 지역에서 2백만 년 가까이 살아남아, 가장 오래 지속된 인간종이 되었다.
우리 사피엔스가 이 기록을 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부터 1천 년 후에 존재할 지 여부도 의심스러운 마당에
2백만 년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시간이다.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에는 호모 솔로엔시스가 살았는데, '솔로 계곡에서 온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은 열대지방의 삶에 잘 적응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섬 플로레스에서는 고인류가 왜소화의 과정을 겪었다.
인류가 프로레스 섬에 도착한 것은 해수면이 이례적으로 낮아져서 본토에서 건너가기가 쉬운 때였다.
그러다 해수면이 다시 높아지자 일부 사람들이 자원이 부족한 그 섬에 갇히게 되었다.
식량을 많이 먹어야 하는 덩치 큰 사람들이 먼저 죽었고,
아무래도 작은 사랆들이 살아남기가 수월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프로레스 섬 사람들은 점점 난쟁이가 되었다.
과학자들이 '프로레스인(호모 프로레시엔시스)'이라 이름 붙인 이 사람들은
최대 신장이 1미터에 체중은 25길로그램 이하였다.
(2003년 발견된 이들 화석인류는 12,000년! ~ 9만 년 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석기를 만들 능력이 있었으며, 가끔 섬의 코끼리를 어찌어찌 사냥하기도 했다.
사실은 그 코끼리들도 왜소화된 종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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