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1권
10. 불설별미후경(佛說鼈獼猴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에 비구들이 모여 의논하여 말하였다.
“이 폭지(暴志)라는 비구니는 집과 생업을 버리고 도를 배워서 실천하기 위해 삼보에 귀의하였다. 그런 즉 부처님[佛]께서는 아버지가 되며 불법[法]은 어머니가 되고 비구 대중들[比丘衆]은 형제가 되는 것이다.
본래 도법(道法)으로써 사문이 되었으니 도의(道誼)를 따르고 닦으며 3독의 때를 버리고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승가를 시봉하며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心]을 행하여 득도하여야 하는데, 오히려 나쁜 마음을 품고 부처님을 비방하며 존귀한 분을 욕하고 대중 스님들을 가볍게 여겨 욕하니 참으로 괴이한 일이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 하는 말을 꿰뚫어 아시고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오셔서 물으셨다.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느냐?”
비구들은 자신들이 의논한 바를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비구니는 단지 이번 세상에만 여래에게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니, 태어날 때마다 그러했느니라.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과거 무수겁 전에 한 원숭이 왕이 있었는데 숲 속에서 과일과 물을 먹고 살았다. 일체의 기어 다니는 벌레나 숨쉬는 것들이나 사람 등을 불쌍히 여겨 다 제도하여 무위의 도에 이르도록 하였다.
그때 자라가 한 마리 있었는데 그와 친한 친구가 되어 지냈으며 서로 존중하며 애초부터 서로 거슬리는 일이 없었다. 그 자라는 자주자주 원숭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음식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하며 옳은 이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그런데 자라의 아내가 남편이 자주 외출을 하여 집에 없는 것을 보고 밖에서 음탕하게 처신해 절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자주 외출을 하는데 어디에 가는 것입니까? 밖에서 방일하여 함부로 지내는 것은 아닌지요?’
그 남편 자라가 대답하였다.
‘나는 원숭이와 친구가 되었소. 그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또한 이치[義理]를 깨닫게 해주는 이요. 자주 가서 경법에 대해 논하곤 하니, 유쾌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만 할 뿐 달리 방일한 짓은 하지 않소.’
그러나 그 아내는 그 말을 믿지 않고 그렇지 않을 거라고 하였다. 또한 자기 남편을 자주 유혹해서 불러내는 원숭이에 대해 화가 났다. 그래서 그를 죽여 버린다면 자기 남편이 그만 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자 곧 그 아내는 병이 난 체하고 자리에 누워버렸다. 그 남편은 열심히 약으로 치료하였으나 별 차도가 없었다.
아내 자라는 남편 자라에게 말하였다.
‘이렇게 힘써서 약으로 치료하는 데도 내 병은 깊어만 가네요.
당신의 그 친한 친구인 원숭이의 간을 먹어야만 나을 것 같습니다.’
그 남편이 대답하였다.
‘그는 나의 친한 친구로서 몸을 의지하고 목숨을 의탁하여 서로 믿는 사이인데 어찌 그렇게 해서 당신을 살릴 수가 있겠소?’
그 아내가 대답하였다.
‘부부라는 것은 한 몸인데 이제 나를 구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원숭이를 위하니 이는 진실로 도리에 맞지 않는 것 같군요.’
그 남편은 아내가 이렇게 조르자 그 아내를 중히 여겨서 원숭이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자주자주 그대의 처소에 왔었는데 그대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와보지를 않았소.
내 집에 한번 오셔서 약소한 음식이나마 드시기를 청합니다.’
원숭이가 대답하였다.
‘나는 육지에 살고 그대는 물 속에서 사는데 내가 어떻게 그대를 따라가겠소.’
자라가 말하였다.
‘내가 그대를 등에 업고 가면 갈 수가 있을 것이오.’
그러자 원숭이는 즉시 그를 따라 나섰다.
자라가 원숭이를 등에 업고 가는 도중에 원숭이에게 말했다.
‘그대를 청하는 까닭을 알고 싶지 않으시오?
사실은 나의 아내가 병이 깊은데 그대의 간을 복용하면 병이 나을 것 같다 하여 모셔가는 것이오.’
원숭이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어찌 그 말을 일찍 하지 않으셨소?
나는 간을 나무에 걸어놓고 가지고 오지 않았소. 빨리 돌아가서 간을 가지고 와야 하겠소.’
그리고는 즉시 되돌아가 나무 위에 뛰어 오르면서 기뻐하였다.
그때 자라는 원숭이에게 물었다.
‘그대는 마땅히 간을 가지고 나의 집에 가야 하거늘 오히려 나무 위로 올라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니 어찌된 일이오?’
원숭이가 대답하였다.
‘이 천하에 제일가는 바보 같으니라고, 간을 나무에 걸어 놓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오?
친구라고 하면서 함께 돌아가기를 꾀하여몸을 의지하고 목숨을 의탁한 사이인데 내 목숨을 위태롭게 하려 한단 말이오?
이제 나는 돌아왔으니 각자 자기 길을 갑시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자라의 아내는 바로 폭지 비구니였고, 자라는 바로 조달이었으며, 원숭이 왕은 바로 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