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승론 하권
2. 기론공품(譏論空品)(1)
[보살행]
【문】 당신은 앞서 조순(調順)한 승(乘), 즉 크게 수고스러운 승[苦乘]이 오묘한 과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보살이 얻는 경계는 명백히 알기가 아주 어려운 것 같다.
【답】 보살의 행처(行處)는 미묘하고도 심히 어려워 3아승기겁 동안을 지내야 성취할 수 있다. 무량백천억나유타겁 동안을 범부로 있는 때에는 출세간의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자 제바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였다.
무량억겁 동안에
항상 범부의 지위에 있으니,
미래에도 역시 이와 같음을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만 하리.
따라서 보살의 행처는 지극히 위대하고 또한 얻기가 어려워 중생을 산란하게 한다.
얻어 듣기도 매우 어렵고 또한 설법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수행함에 있어서이겠는가?
존자 제바는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설하였다.
중생은 보살법을 만나기 어렵고
그것을 듣거나 설하기 역시 어려우니
생사가 비록 끝이 없어도
법을 듣기 때문에 그 한계의 영역이 있네.
[10지]
【문】 존자는 십지에 관해 설하신 적이 있다.
지금 나를 위하여 분별하여 설해 달라. 무엇이 보살의 십지인가?
【답】 맨 처음은 환희지(歡喜地)이고, 두 번째는 이구지(離垢地)이며, 세 번째는 명지(明地)이고, 네 번째는 염지(焰地)이며, 다섯 번째는 난승지(難勝地)이고, 여섯 번째는 현전지(現前地)이며, 일곱 번째는 심원지(深遠地)이고, 여덟 번째는 부동지(不動地)이며, 아홉 번째는 선혜지(善慧地)이고, 열 번째는 법운지(法雲地)이다.
무엇을 환희지라고 하는가?
범부를 넘어서서 불가사의한 출세간도를 얻어 마음이 환희를 내므로 환희지라 한다.
무엇을 이구지라 하는가?
파계의 허물을 떠나기 때문에 이구지라 한다.
무엇을 명지라 하는가?
십이문(十二門)의 선(禪)을 의지하여 밝은 지혜를 얻기 때문에 명지라 한다.
[선(禪): 초선, 이선, 삼선, 선 등의 사선정(四禪定)과 자(慈), 비(悲),희(喜), 사(捨) 등 사무량(四無量)과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 등의 사공정(四公定)을 합하여 성립된다.]
무엇을 염지라 하는가?
증상(增上)의 각의(覺意)를 얻어 도품(道品)을 분별하여 번뇌라는 땔감을 불태우는 공덕이 치연하기 때문에 염지라 한다.
무엇을 난승지라 하는가?
십지(十智)를 닦아 익혀 비록 번뇌를 조복시키더라도 아직 뛰어나게 하지는 못하므로 난승지라 한다.
무엇을 현전지라 하는가?
십이인연을 능히 역(逆)으로 관조할 수도 있고 순(順)으로 관조할 수도 있어서 법이 현선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현전지라 한다.
심원지란 무엇인가?
마음이 부처님의 공덕과 지혜를 차례대로 받아 틈새[間]만큼도 남김없이 법상에 깊이 들어가므로 심원지라 한다.
무엇을 부동지라 하는가?
색(色) 등의 상(相)을 떠남이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부동지라 한다.
무엇을 선혜지라 하는가?
네 가지 변재에 들어가 일체의 음성을 이해하고 그 질문하는 것에 따라 1찰나 경에 모두 답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혜지라 한다.
무엇을 법운지라 하는가?
일체의 불법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마치 큰 구름이 법의 비[法雨]를 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법운지라 만다. 이상을 보살이 십지를 구족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십지는 보살이 안주하는 행처이며 일체의 지혜를 만족하게 안다.
『십지경』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하고 있다.
만약에 이와 같은 보살의 십지를 알 수 있다면,
이것을 ‘안주할 행처를 잘 안다’고 하며,
또한 ‘보살의 광대한 공덕의 처소를 잘 안다’고 하며,
또한 ‘여래의 무량한 공덕의 광대한 처소를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이와 같은 것을 잘 알지 못한다면, 내가 지금 결정코 맹세하여 말하는데, 이런 사람은 보살법이나 여래법에 대해서 완전히 다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보살마하살은 초발의(初發意)로부터 나아가 십지에 이르기까지 항상 네 가지 행을 닦아야 하니,
『보정경(寶頂經)』에서는 선지무명행(善知無明行)ㆍ제바라밀행(諸波羅蜜行)ㆍ분별도품행(分別道品行)ㆍ성숙중생행(成熟衆生行)을 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네 가지 행은 결국 두 가지 바퀴[輪]에 들어가니, 이른바 복덕의 바퀴와 지혜의 바퀴이다.
보살의 모든 지(地)는 다 두 가지 지과(智果)와 복과(福果)를 갖추고 있다.
【문】 무엇 때문에 두 가지 과를 성취하는가?
【답】 초지(初地)의 복과는 염부제의 왕을 위한 것이고,
제2지(第二地)의 복과는 사천하(四天下)의 주인인 전륜성왕을 위한 것이며,
제3지의 복과는 천제석(天帝釋)을 위한 것이며,
제4지의 복과는 염마천왕을 위한 것이며,
제5지의 복과는 도솔타천왕을 위한 것이다.
제6지의 복과는 화락천왕을 위한 것이며,
제7지의 복과는 타화자재천을 위한 것이며,
제8지의 복과는 일천 세계 범(梵)을 위한 것이며,
제9지의 복과는 이천(二千)세계의 범을 위한 것이며
제10지의 복과는 삼천대천세계의 정거천왕을 위한 것이니,
『화엄경』에서 자세히 설하고 있다. 여래 출생의 과보와 세계에 대간 섭수를 보살의 복의 바퀴라 이름한다.
무엇을 보살의 지혜의 바퀴라 하는가?
초지(初地)의 보살은 1찰나 경에 백 가지 삼매를 얻고 백 분의 여러 부처님의 신통을 보며, 백 개의 불국토를 지나고 백 개의 불세계를 움직일 수 있으며, 백 개의 불세계를 광명으로 두루 비추고 백 명의 중생을 성취시킬 수 있으며, 과거의 백 겁과 미래의 백 겁을 알 수 있고, 백 가지 법의 은에 들어 갈 수 있으며 백 가지 몸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한 몸으로 백 명의 보살을 장엄하여 권속이 피게 할 수 있다.
만약에 일력을 세우면 다시 이를 넘어서니, 백천만억으로 한량없고 가없으며, 또한 산수의 비유로도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가령 신력(身力)이든 광명력이든 신통력이든 안력(眼力)이든 성력(聲力)이든 행력(行力)이든 장엄력이든 주지력(住持力)이든 해탈력이든, 이와 같은 것들을 통해 갖가지 선업을 쌓으면 초주(初住)라 이름한다.
2주(住)의 보살은 천 가지 삼매를 얻으며, 초주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할 수 있다.
3주의 보살은 십만 가지 삼매를 얻으며, 나머지 내용은 초주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할 수 있다.
4주의 보살은 억 가지 삼매를 얻으며, 나머지 내용은 초주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할 수 있다.
5주의 보살은 천억 가지 삼매를 얻으며, 나머지 내용은 초주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할 수 있다.
6주의 보살은 만억 가지 삼매를 얻으며, 나머지 내용은 초주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할 수 있다.
7주의 보살은 백천억 나유타의 삼매를 얻으며 나머지 내용은 초주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할 수 있다.
8주의 보살은 십삼천대천세계 미진수의 삼매를 얻으며, 나머지 내용은 초주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할 수 있다.
9주의 보살은 십불세계 백천 아승기 미진수의 삼매를 얻으며, 나머지 내용은 초주에서와 같이 자세히 말할 수 있다.
십주의 보살은 십불세계 불가설불가설억 백천 나유타 미진수의 삼매를 얻으며, 모든 나머지 공덕은 초주에서 자세히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1찰나 경에 나아가 십불세계의 불가설불가설억 백천 나유타 미진수의 모든 부처님들을 볼 수 있다.
초주의 보살이 1찰나 경에 백불세계를 보고 나아가 백 명의 중생을 성취시킬 수 있는 것처럼 십주의 보살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