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동성경 하권
[초불지의 모습]
해묘심지보살이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초불지(初佛地)를 나타내 주십시오.
그 초지에 머물러 모든 여래의 경계를 현현하여 모든 성문이나 벽지불 등이 뛸 듯이 기뻐하게 해 주십시오.”
이때 세존께서 자신의 불국토를 나타내시니 무변아승기공덕제보구개부사의장엄불찰왕(無邊阿僧祇功德諸寶具蓋不思議莊嚴佛刹王)이라고 이름하였다.
그 길이와 너비가 백천억 나유타의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삼천대천세계의 티끌과 같은 모든 불국토만 하였다.
이때 모든 불국토가 무변아승기공덕제보구개부사의장엄불찰에 들어가 모두 같은 이름이 되었으며, 작은 수미산과 중간 수미산과 큰 수미산과 모든 흑산(黑山)과 작은 강과 중간 강과 큰 강과 모든 큰 바다와 모든 산림과 계곡과 반석과 봉우리와 절벽과 똥과 더러운 것과 모래땅과 험악한 곳이 모두 다 없어졌다.
지옥과 축생과 아귀 등의 도(道)와 천룡(天龍)과 야차(夜叉)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와 인비인(人非人) 등도 모두 없어지고, 예전의 불국토의 공덕과 장엄과 모든 영락 등이 없어졌다.
이 불국토 안에 있는 모든 땅은 모두 유리로 이루어지고, 고르고 평평하여 마치 손바닥 같으며, 대인다라(大因陀羅)의 감색(紺色) 금강(金剛)이 불국토 속에서 솟아나왔다.
가장 미묘한 보배 꽃으로 장엄한 아수가림(阿輸歌林)이 출현하니 보리수왕(菩提樹王)이라고 이름하였으며, 7보로 이루어지고 여러 묘한 색이 있었다.
이 보리수왕은 높이가 끝없는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불국토 안에 있는 티끌만큼의 세계만 하였고, 길이와 너비도 그와 같았다.
그 보리왕의 꽃은 온갖 묘한 보배로 되어 있고, 잎과 과실과 줄기와 가지는 사자무애마니(師子無礙摩尼)와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되어 있으니, 비유리(毘琉璃)와 붉은 진주관과 방울 그물과 비단 등이었다.
그 보리수에서는 번개 같은 불꽃이 솟아나 끊이지 않았으니, 금빛 혹은 마니빛 혹은 인다라감(因陀羅紺)빛 혹은 파리(頗梨)빛 혹은 일보(日寶)빛 혹은 월보(月寶)빛이었다.
저 보리수왕(菩提樹王)에서는 가장 묘한 향기가 났으니, 말하자면 침수향(沈水香)과 다가라향(多伽羅香)과 흑침수향(黑沈水香)과 다마라발향(多摩羅跋香)과 흑전단향(黑栴檀香)과 용전단향(龍栴檀香)과 우두전단향 등이었으며, 향기가 날 때에는 저 불국토에 두루 퍼졌다.
저 보리수왕에서는 노래로 찬탄하는 소리가 나기도 하였고, 보배 비가 모든 세계에 두루 내렸다.
저 보리수 밑의 동쪽에서 큰 연못이 생겨나니, 7보로 이루어지고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었으며, 마하보리지왕(摩訶菩提池王)이라고 이름하였다.
깊이는 끝없는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삼천대천의 티끌만큼의 세계만 하고, 길이와 너비도 이와 꼭 같았다. 염부단금 모래가 바닥에 깔렸고, 8공덕수가 충분히 꽉 차 있었으며, 연못 사방의 4계도(階道)에는 많은 보배가 채워져 있었으며, 온갖 여러 가지 보배로 난간이 갖추어졌다.
저 연못 물 속에서 커다란 연꽃이 솟아나니 선개부보리연화상왕(善開敷菩提蓮花相王)이라고 이름하였으며, 7보로 이루어졌다.
길이와 너비는 끝없는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삼천대천의 티끌만큼의 세계만 하였고, 7보로 만들어졌으며, 다시 백천억 나유타의 한량없고 끝없는 보배 연꽃들이 주위를 빙 둘렀다.
여러 가지 묘한 7보로 장엄하여 잎이 되었으며, 부드럽고 묘한 향기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 연화왕(蓮花王)의 대(臺) 위에서 보리연왕(菩提輦王)이 솟아나니 무변보엄식(無邊寶嚴飾)이라고 이름하였으며, 7보로 이루어졌다.
그 높이는 아승기의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삼천대천의 티끌만큼의 세계만 하고, 길이와 너비도 이와 꼭 같았다.
저 보엄식보리연왕(寶嚴飾菩提輦王)의 복식(服飾)은 가장 훌륭하고 가장 많으며 상중의 상[上中之上]이었으므로 저 보배로 장엄한 궁전 안에 있는 모든 복식과 모든 장엄과 신통력은, 백 분이나 천 분이나 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반딧불이 햇빛 앞에 있으면, 그 밝음이 가리어지는 것과 같아서 보배로 장엄한 궁전이 무변보엄식보리연왕 앞에 있을 때는 이와 같이 전혀 다시 나타나지 못하였다.
온갖 한량없고 끝없이 장엄한 영락과 모든 복식과 신통과 장엄과 광명이 모든 해와 달의 광명으로 하여금 모두 비출 수 없게 하여 정광(精光)과 모든 제석광(帝釋光)과 모든 범천광(梵天光)과 모든 수다회천광(首陀會天光)이 없어졌다. 저 무변보엄식보리연왕 앞에서는 모든 밝음이나 빛이나 환함이나 비춤이 없었다.
저 연(輦) 가운데에서 마하보리사자좌왕(摩訶菩提師子座王)이 솟아나니, 선조무애사자장엄(善照無礙師子莊嚴)이라고 이름하였다.
7보로 이루어졌고 빛과 색이 비할 데 없었으며, 여러 가지를 다 갖추었고, 가시가천의(迦尸迦天衣)로 그 위를 덮었다.
그 높이는 백억 항하사의 티끌만큼의 세계와 같고 길이와 너비도 그와 같았다.
석가모니께서 곧 저 사자좌 위에 앉으시니, 이름을 바꾸어 무구위공덕사자월광비로자나장유리당원통광상공덕위취일월지광왕(無垢威功德師子月光毘盧遮那藏琉璃幢圓通光相功德威聚日月智光王)여래라 하였다.
크신 몸은 백억 항하의 모래 수 같은 불국토의 티끌만큼의 삼천대천세계와 같으셨고, 모든 신체의 부분을 모두 다 갖추셨으며, 서른두 가지 대인(大人)의 모습을 채우셨으며, 80가지 좋은 모습[八十種好]으로 그 몸을 장엄하셨다.
정수리 뒤의 윤광(輪光)이 그 머리를 장엄하여 정수리를 볼 수 없으며, 그 몸이 청정하셨다.
비유하면 마치 해와 달이 거울 속의 빛을 비추는 것처럼,
저 여래의 몸도 역시 이와 같아서 살과 피와 골수(骨髓)가 없고,
부모의 태에 의탁하는 기간[歌羅羅時]이 없이 그 몸이 화생하시니,
청정하기가 마치 염부단금과 깨끗한 유리와 인다라 보배의 감색 광명 등의 색과 같았다.
여래의 몸이 청정하기가 이와 같아 모든 미세한 습기가 없었다.
저 부처님 세존의 여러 모습은 모든 지혜로운 스승의 모습을 갖추셨고,
모든 법에 자재하시어 저 언덕을 건너시니 무상등각(無上等覺)이시며, 가장 훌륭하신 대자(大慈)이시며, 가장 크신 분이시며,
사자장부(師子丈夫)이시어 이미 번뇌를 다 끊으시고, 단단한 금강의 몸에 백 가지 복덕이 모이며,
10력(力)을 구족하시고, 4무외(無畏)와 18불공법(不共法)을 구족하시고, 사자후(師子吼)를 하시며,
수명이 한량없으시고, 청정한 불국토에서 도(道)를 이루시어 자재하시며,
광명이 저절로 생기고, 한량없고 끝없는 보살 대중이 앞뒤로 둘러쌌다.
모든 보살의 각각의 색신(色身)이 다 구족하게 되고, 보배 나무 아래 있는 연못 안의 연화련(蓮華輦) 위의 사자좌에 앉으니, 그 몸이 서로 칭합(稱合)하며, 보살이 각각 스스로 장엄하는 것이 마치 여래께서 장엄을 구족한 것과 같았다.
이와 같이 불국토의 공덕이 엄정하고 몸이 청정하며 모두가 청정하니, 겁의 이름은 무변제장엄마하겁왕(無邊際莊嚴摩訶劫王)이었다.
그 겁은 청정하여 만약 이 광대한 불국토와 부처님의 행을 말한다면 말로 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은 깨달음을 이름하여 여래께서 부처의 초지(初地)에 머무신다고 한다.
이때 세존께서 해묘심지자재지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장부야, 네가 여래의 신통과 지혜를 보았느냐?”
해묘심지자재지통보살이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여래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장부야, 이것이 바로 부처의 초지이니, 매우 깊고 알기 어려우며 넓고 밝은 지덕[甚深難知廣明智德]이라고 이름한다.
선장부야,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정진원장엄공덕상일개진성주위왕여래(正眞願莊嚴功德相一蓋震聲主威王如來)와, 보덕명철장공덕신상정여래(寶德明徹藏功德身相淨如來)와, 부동리난광명여래(不動離難光明如來)와, 유신통력연화생공덕위상승영락마니왕여래(有神通力蓮花生功德威相勝瓔珞摩尼王如來)가 희락찰(喜樂刹) 중에 있으니, 천인(天人)이 존중하며,
또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와, 연화개부성왕여래(蓮花開敷星王如來)와, 용주왕여래(龍主王如來)와, 보덕여래(寶德如來) 같은 여래가 청정한 불국토에 태어나 득도한 것은 모든 여래가 초불지(初佛地)를 얻어 여래가 저 땅에서 이러한 신통을 부리고, 내가 오늘 신통을 부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해묘심지자재지통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5탁(濁)의 국토 중의 모든 불여래께서 현재 도를 얻기도 하고, 앞으로 도를 이루시게 된다면 저 세존께서는 현재 여래지(如來地)를 얻으시고 앞으로도 여래지를 얻으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장부야, 만약 모든 부처와 보살이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을 나타낼 수 있다면 여래지를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부처와 보살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 대자심(大慈心)을 일으켜,
중생들이 3유(有)의 빽빽한 숲 속에 갇혀 있고,
이 모든 중생이 무명의 어둠 속에서 애착의 그물에 덮여 그 부정(不淨)하고 전도된 삿된 견해를 믿어 한량없는 모든 고통으로 3악(惡)의 언덕에 임하며,
6도를 윤회하며, 번뇌가 전전(展轉)하여 과거[前際]가 없으며,
진여[本際]를 알지 못하며, 저 모든 중생이 모든 부처와 불법과 보살법을 알지 못하고,
또한 여실하게 모든 해탈을 알지 못하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선장부야, 모든 부처와 보살이 이와 같이 저 모든 중생이 모든 고통을 많이 받는 것을 안다.
선장부야, 이때 마땅히 부처가 5탁(濁)의 세계에 출현하거나, 혹은 도솔천에서 내려와 태(胎)로 들어가 태에 머물다가 처음 태어나고, 자라서는 궁중에서 즐겁게 살다가 출가하여 고행하면서 도량으로 향하여 악마를 항복시키고, 부처를 이루어 대법륜(大法輪)을 굴려야 한다.
모든 외도와 함께 논의할 때는 법에 의하여 오만한 자와 많은 무리를 항복시키고, 나아가서 죽음을 재촉하여 대열반을 드러낸다.
열반에 들고 나서 삼매력(三昧力)으로 자신을 드러내 크기가 겨자만 한 사리(舍利)로 나누어 뿌리니, 천룡(天龍)과 인비인(人非人) 등이 기쁜 마음을 내어 공양하기 위하여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사리장(舍利藏)을 만들며, 저 법 가운데 출가하여 고행을 닦고 지니거나 혹은 보리를 위하여 종자를 만들며, 번뇌의 바다를 건너 저 언덕으로 가기도 한다.
선장부야, 일체 모든 부처가 이와 같은 법이 있어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의 바다를 건너 저 언덕에 이르게 한다.
선장부야,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만약 5탁악세(濁惡世) 중에서 여래가 나타내는 신통력은 모두 부처가 응화(應化)한 것이거나, 혹은 모든 보살의 신통력으로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으로 응화하여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