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여래흥현경 제3권
6. 여래의 행념에 들어간다는 것(1)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자여, 무엇을 모든 보살이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마음으로 생각하시고 행하시는 곳에 들어간다고 하는가?
[첫 번째 인연의 문]
여래는 마음에 생각하는 것이 있지 않고 이름을 분별하지 않으시고 식(識)을 명료히 깨닫지도 않으신다. 여래는 마음이 없으므로 마침내 한량없는 생각에 들어갈 수 있다.
마치 허공에 의지하여 모든 것을 조립함으로써 나아가는 것에 따라 성취하는 것이 있으며, 또 허공은 아무것도 집착할 것이 없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인자여, 만일 도를 구하고자 하여 지혜를 의지한다면 모든 세속과 세속을 건너는 일이 부처님의 성스러운 지혜로 인하여 출현하게 된다.
또 여래의 지혜는 집착하는 바가 없다.
이것이 보살이 여래의 행념(行念)에 들어가는 첫 번째 인연의 문(門)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비유하면 마치 허공이
모든 형태를 받아들이기에
그것에 의지하고 집착하나
또한 허공에는 상념이 없듯이
여래의 묘하신 지혜도
이와 같이 집착 없으시니
일체 중생 구제하시되
나와 남이라는 생각 없으시다네.
[두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비유하면 법계가 모든 성문이 건너는 것과 모든 연각과 보살이 익혀 도달하는 것을 여의지 않으며,
또한 그 법계가 늘지도 줄지도 않는 것처럼 대도(大道)도 이와 같다.
여래의 지혜가 세간과 출세간[度世]의 지혜를 모으시고 만들어진 교묘한 방편을 분별하여 명료히 생각하실지라도 지혜는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신다.
이것이 두 번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비유하면 마치 성문지(聲聞地)와
연각승(緣覺乘)과
보살 대사(菩薩大士)가
모두 허공에서 생기듯이
대성 또한 이와 같으시어
공(空)을 깨달은 무극(無極)의 지혜이시니
마음이 평등하여 더함도 덜함도 없으시기에
마음에 드시고 안 드시는 일 없이 구제하신다.
[세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비유하면 큰 바다가 4대역(大域)의 80억 토지와 서로 연접하여 지형이 다하는 그 경계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 물을 얻을 수 있도록 자연히 물이 솟아오르되, 그 큰 바다는 또한 생각하는 바가 없는 것과 같다.
여래의 지혜도 이와 같으시어 두루 모든 중생의 마음에 이르러 도달하지 않는 곳이 없으시다.
모든 백성의 뜻이 생각하는 데 따라 가는 곳마다 청정한 법문에 이르시며 그것을 따르시기에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의 지혜를 획득하게 하신다.
또 여래ㆍ세존께서 지혜를 펴는 것이 모두 평등하시어 그들의 지성을 따라 기이하고 특별한 일로써 치료하니, 도덕이 세상에서 뛰어나시다.
이것이 세 번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비유하면 마치 네 개의 큰 바다가
80억의 지역과
모두 이어져
지형이 다하도록
물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어
자연히 솟아오르나
바다 또한 상념이 없는 것처럼
여래의 지혜도 이와 같으시다네.
모든 중생의 마음에 이르시고
지혜가 통달하지 못하는 일 없으시어
백성들이 좋아하는 데 따라
그들을 열어 인도하시니
청정한 밝음에 이르러
자연의 밝음 얻게 하시며
연설하시는 것 모두 평등하시되
여래께서는 상념 없으시네.
[네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비유하면 큰 바다에 저절로 네 개의 대여의보주(大如意寶珠)가 있어 한량없는 덕을 널리 모아 쌓는 것과 같다.
이 여의주가 생긴 것은 용신(龍神)이 덕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 큰 구슬이 있어서 온갖 기이하고 진기한 것을 내는 것은 모두 큰 바다의 은혜이니, 모든 보배를 낳으며 백성이 받들고 우러르며 구제하지 않는 일이 없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등집중보(等集衆寶)라 하고,
둘째는 무진음(無盡音)이라 하고,
셋째는 귀취(歸趣)라 하고,
넷째는 등집중사(等集衆辭)라고 한다.
또 이 대여의주를 생각하면, 아수륜(阿須倫)이나 가류라(迦留羅)나 진타라(眞陀羅)나 마휴륵(摩休勒)이나 모든 용이나 귀신이나 그 밖의 물짐승 같은 보통 부류들은 그 광명에 이를 수 없다. 왜냐하면 보배가 본시 바다의 왕인 용왕의 곳간에 있기 때문이다.
또 그 큰 바다의 모든 마니주에는 네 모퉁이가 있는데, 사방의 바다 용왕의 왕궁에 각자 따로 서 있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도 이와 같이 도덕의 빛이 혁혁하시니 네 가지 대보무극(大寶無極)의 지혜가 있으시다.
이 네 가지 대혜의 보배로 모든 중생과 배우는 이[學], 다 배운 이[不學]를 권화(勸化)하고 개도(開導)하시어 연각과 보살의 지혜의 보배에 이르게 하신다.
이 보배로써 이르게 하시므로 제도하지 못하시는 일이 없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법락(法樂)을 일으켜 의지할 데 없는 곳에 이르는 훌륭한 방편의 지혜와,
유수(有數)ㆍ무수(無數)ㆍ유위(有爲)ㆍ무위(無爲)의 법보장(法寶藏)의 지혜와,
모든 법계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때맞춰 연설하는 지혜와, 그
로써 때와 때 아닌 때에 요동(擾動)을 뛰어 건너는 지혜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다시 이 네 가지 큰 지혜로써 여래장(如來藏)을 구하시고 도(道)의 곳간[府庫]에 들어가시어 중생과 번뇌를 함께하지 않으신다.
세상 속에 계시면서 개사(開士)의 지혜를 체득하시어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사방을 노닐며 무상정진(無上正眞)을 익히게 하시고, 굳건히 머물러 불퇴전에 서게 하신다.
이것이 네 번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네 가지 보배의 거룩한 뜻
안묘장(安妙藏)에 이르고
그러므로 큰 바다 속에서
자연히 모든 보배 생겨
그 여의명주(如意明珠)
청정하고 묘함을 여의지 않고
사면(四面)을 분별하니
이르는 곳마다 광명 비추네.
여래의 네 가지 지혜
헤아릴 수 없고 한이 없으니
성스러움에 우뚝하게 안주하시어
다섯 갈래 세계를 인도하시네.
이 무극의 지혜에는
다른 상념 없고
오직 모든 시방만을 살피니
말씀이 통달하지 못하시는 일 없구나.
[다섯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저 큰 바다에 다시 네 개의 큰 보배인 여의주가 나타나니, 위신이 우뚝하고 광명이 끝이 없다.
이 여의보의 공덕의 빛이 큰 바다에 모여드는 물을 없애고, 또 그 바닷물이 다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것이 큰 바다가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여의대주(如意大珠)가 큰 바다로 하여금 항상 스스로 고여 있게 만든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해의 빛을 저장하고 있는 대여의보(大如意寶)와
사자(師子)걸음 대여의보와
광명을 비추는 대여의보와
끝까지 남김없는 대여의보이다.
이것이 네 가지의 큰 보배이다.
가령 큰 바다에 이 여의주가 없다면 물이 흘러넘쳐 사대 지역이 모두 쓸려버리고, 위신산(圍神山)과 대위신산이 다 물에 잠길 것이다.
햇빛을 저장한 여의보주는 두 가지 일로써 큰 바닷물을 변화시킨다. 그 빛이 비추어 그 물색을 없애는 것과, 그 색을 변화시켜 우유빛이 되게 하는 것이다.
사자걸음 여의보의 광명이 비추면 우유빛이 변하여 소(蘇)의 덩어리와 같이 된다.
광명을 비추는 여의보주가 그 빛을 비추면 소의 모습이 없어지고, 괴겁(壞劫) 때에 대화재가 일어나는 것처럼 화광이 맹렬하게 일어나 천지를 모두 태운다.
끝까지 남김없는 대여의보주의 광명이 큰 바다를 비추면 그것이 남김없이 홀연히 없어지니 돌아간 곳을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이 인자여, 여래ㆍ정각께서도 중생을 위하여 네 가지 지혜로써 모든 것을 비추시니, 이 빛을 모든 보살에게 밝게 비추심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여래의 삼매를 이루게 하신다.
무엇이 네 가지 지혜인가?
뭇 죄를 없애시는 것과,
법의 강물로써 은애를 다하시어 도화(道化)를 이루게 하시는 것과,
지혜의 밝은 빛으로써 세간을 비추시는 것과,
여래의 지혜는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이 평등한 성(聖)인 것이다.
이것이 여래의 네 가지 큰 지혜이다.
모든 보살을 위하여 뭇 공포를 참아내게 하시고,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의 근본을 심어 일품(一品)에 이르게 하신다.
모든 하늘[天]과 사람과 아수륜과 같은 혼탁한 속세의 무리들이 환난을 감당 못하고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때,
만일 여래의 고요한 경지를 만나 밝은 지혜의 빛을 쪼이면 모든 집착을 항복시켜 삼매에 설 것이며,
만일 법송(法頌)을 들으면 생사의 바다를 소멸시킬 것이다.
여래께서 개화시키시는 지혜를 만나면 삼매를 온 마음으로 즐길 것이며, 인하여 대성(大聖)의 신통과 미묘한 행음(行音)을 일으킬 것이다.
큰 지혜로 세상을 비추어 뭇 더러움을 없애고 신족행(神足行)에 이를 것이며, 능히 스스로 서서 세상의 대명(大明)이 될 것이다.
어둡고 가리워진 곳을 개도하되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을 것이며, 이 여래의 성스러운 지혜를 받음으로써 곧 능히 세속의 삿된 지혜를 항복시킬 것이다.
대인(大人)의 경지에는 삼매정(三昧定)이 없다. 모든 재업(財業)과 재물을 없애어 몸에 가진 것이 없으면 이 대도의 지혜를 체득하게 될 것이다.
만일 이 여래의 네 가지 지혜의 도덕광명이 없다면, 설사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여래ㆍ지진ㆍ정각의 삼매정경(三昧正定)을 체득하게 하고자 할지라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또한 생로병사도 없앨 수 없을 것이며, 4무소외(無所畏)도 없고, 본제행(本際行)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다섯 번째 일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한도 끝도 없는 바닷물에
네 가지 보배 있듯이
무극의 위엄 있으신 대력(大力)께
미묘하신 거룩함 있으시네.
사방에서 많은 물 흐르니
자연히 만 갈래 강이 되고
큰 바다에 흘러 들어가게 되나
큰 바다는 늘거나 줄어드는 일 없네.
지혜로 법좌(法座)에 처하시어
모든 집착 끊으시고
법으로써 널리 보시하시어
환희케 하시나 하신 말씀 없으시네.
안주하여 네 가지 지혜 있어
모두 개사(開士)와
최승(最勝)과 보살 되었으니
뭇 재난 있은 적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