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보살경 제2권
[살인자의 보리심]
이때 또 교시(敎示) 보살마하살이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리하여 오른쪽 어깨에 걷어 올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서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려고 하였다.
그가 합장하였을 때,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물과 땅에서 생겨난 온갖 오묘한 꽃이 피고, 빛과 향기가 미묘하여 손안에 가득하여 뛸 듯이 기뻐함이 한량없었다.
환희의 뜻으로 그 모든 꽃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거듭 뿌리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사람 죽이는 일을 다스리기 어려운 자는 이미 보리심을 내었습니까?”
이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는 마땅히 사람 죽이는 일을 다스리기 어려운 자에게 돌아가 묻는 것이 좋겠구나. 그 선남자가 그대를 위해 말할 것이다.”
이때 교시보살은 도리어 다시 합장하고 물었다.
“그대, 선남자여, 이미 보리심을 일으켰는가?”
그가 곧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지금 보리심을 일으켜 청정하고 흐리지 않는 것을 압니다. 나는 부처님의 큰 신통을 듣고서 바로 모든 악을 끊었습니다.
이리하여 또 이 무소유보살의 물음과 세존의 해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듣고서 믿고 받아 생각하여 지니며 관찰하여 의심함이 없게 되었습니다.
세존의 말씀에 일체 모든 법이 공하여 내가 있지 않으며, 태어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으며, 경계(境界)도 없습니다. 경계가 없는 곳에 허공의 장소도 없습니다.
그대 선남자여, 이러한 곳에서 무슨 마음을 일으키어 듣고자 하겠습니까?”
교시보살이 다시 물었다.
“선남자여, 그대는 중생의 몇 군데에서 보리(菩提)를 성숙시켰는가?”
그가 곧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무량하고 불사의(不思議)한 진에심(瞋恚心)을 일으키지 않는 온갖 중생에게 보리의 종자를 성숙시키고 안치(安置)했으며, 또 무변한 곳에서도 마땅히 가지고 있는 중생을 성숙시켰습니다.
선남자여, 비유하건대 허공에 수용하는 공간이 많은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법도 그와 같아 수용(受容)이 한량없습니다.
만약 믿고 받음이 있으면 그는 능히 성숙하며, 또 일체 중생도 성숙합니다. 마땅히 사특한 지름길에 들지 않아 악업(惡業)을 짓지 않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일체 중생을 위하여 이롭고 편안하게 하는 것으로 반연(攀緣)을 삼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말하겠습니다. 허망(虛妄)이란 없습니다. 부처님 스스로 깨달으신 것입니다.
만약 불세존(佛世尊)께서 예언을 주시지 않았더라도 나는 보리에서 스스로 예언을 이룰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보살의 종자를 믿어 그 안에 들었으며 이미 믿음[信忍]에 머물러 의혹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 가운데 이 모든 보살들은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보리심을 일으켜 근본을 삼습니다.
만약 이를 늘리고 키우고자 하면 차츰 보리의 열매와 일체의 지혜와 일체의 불법을 마땅히 깨닫고 마땅히 알아 밝히며, 차례로 한량없는 중생을 성숙시키며, 보리도(菩提道)에서도 또한 성취케 하여 보살의 부동법(不動法) 가운데 머뭅니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여여(如如)하여 차이나 다름[別異]이 없습니다. 능히 이렇게 되면 바라는 온갖 상(相)을 냅니다. 그리하여 여러 중생은 더러워진 사바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의혹이 없게 되며, 바라는 부처님의 큰 신통처(神通處)에 마땅히 들어 스스로 나의 소분(少分)을 봅니다. 왜냐하면 그 부처님의 신통은 한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과 세존께서는 큰 신통력으로 반드시 똑바로 깨우쳐서 여러 보살들이 만약 아직도 선근(善根:忍)을 얻지 못하고 있으면 오직 신행으로써 하도록 하고, 만약 여러 보살들이 선근[忍]을 얻었으면 부처님 신통력의 소분(少分)으로 이미 들어가는 것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