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무언동자경 하권
[금강제보살]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마치려고 할 즘,
그때 세존의 배꼽에서 어떤 보살이 출현했는데 자마금(紫磨金) 빛깔에 서른두 가지 모습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여든 가지 형상으로 그 위의를 갖추고 있었다.
그 보살은 배꼽에서 나오자마자 곧 거룩한 광명의 끝없는 빛깔을 내뿜어 다른 온갖 광명을 다 덮어버렸다.
그러나 세존의 광명만은 홀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때 그 보살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를 돌고는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집혜요(執慧曜)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는 공경히 여쭙기를 한량없이 하며, 저에게
‘근력이 좋으시어 행동거지가 강건하시고 다니시는데 가볍고 평안하십니까?’라는 말씀을 큰 성인께 전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이 60억 해(★) 보살들과 함께 이 모임에 와서 경전의 설법을 듣고 세존을 받들어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시방세계 큰 법회의 보살들에게 무언 보살이 그 지혜롭고 뛰어난 말재주로 선창하는 것을 보고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이 혜명삼매를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이 모든 보살들을 위해 응하는 대로 설법을 해주시어 이 혜명삼매를 얻어 끝없는 큰 법의 광명을 이룩하고 이 불국토에 나아가 자주 두루 맴돌도록 하여주소서.”
이에 사리불이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집혜요(執慧曜)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선 지금 현재 어느 곳에 계시면서 법을 강설하시고,
그 국토는 여기에서 얼마나 멀고, 어떤 국토이며,
또 여기에 와서 연설하는 저 정사(正士)의 이름은 무엇이고,
그 60억 해의 보살들은 도대체 어느 곳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대답하셨다.
“여기에서 동방으로 항하사와 같은 여러 불국토를 거치면 견고한 금강의 감각기관에 머무는 세계가 있는데, 집혜요여래께서는 지금 현재 그 국토에 계시느니라.”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 세계를 왜 ‘견고한 금강의 감각기관에 머무는 세계’라고 이름했는가?
그 국토는 땅 밑에서 땅 위에 이르기까지가 모두 매우 견고하여 파괴할 수 없으니 모두 금강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그 부처님의 본원력(本願力)으로 이루어진 것이니라.
왜냐 하면 그 부처님께서 견고한 금강의 행을 닦아 누구도 따르기 어려울 만큼 홀로 뛰어나시고, 여러 보살들도 금강의 행을 닦아 용맹스럽고도 견고하여 파괴할 수 있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몸의 위력이 위대하고 구족하기가 이와 같으니라.
가령 세계가 진흙으로 이루어졌다면 파괴를 당하여 조각조각 부서져 떨어지고 가늘게 흩어질 것이지만,
만약 어떤 사람이 저 세계에 태어난다면 그 몸이 금강처럼 견고하여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세계를 ‘견고한 금강의 감각기관에 머무는 세계’라고 이름하였느니라.
또 사리불이여, 그대가 질문한 지금 이 보살의 이름은 금강제(金剛齊)이니라.
이 금강제보살은 한번 마음을 일으키는 순간 철위산(鐵圍山)ㆍ대철위산(大鐵圍山)을 통과하고 항하사[江沙]와 같은 불국토를 뛰어 넘어 각각 그 항하사와 같은 부처님들의 배꼽 속에서 나올 수 있나니, 이것이 모두 여러 부처님의 위신과 공덕으로 이루어진 것이니라.
또한 여섯 신통의 지혜와 신족(神足)의 힘도 그러하니라. 그러므로 보살의 이름을 금강제라고 하였느니라.
또 사리불이여, 그대가 앞서 60억 해 보살들이 있는 곳을 물었는데, 그대가 저 보살에게 묻는다면 그대를 위해 대답해 줄 것이니라.”
현자 사리불이 금강제보살에게 물었다.
“족성자여, 60억 해의 여러 보살 대중이 어느 곳에 머물고 있습니까?”
금강제보살이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어르신[耆年]의 지혜가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하셨으니,
현자 사리불께서는 지혜의 눈으로 이 보살들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앞뒤로 찾아보십시오.”
그때 사리불은 그 성스러운 혜안(慧眼)으로 두루 널리 찾아보았지만 여러 보살들이 있는 곳을 알 수 없었다.
금강제보살이 다시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같은 부류의 동학(同學) 가운데 해탈한 이가 있을 것이니 그로 하여금 찾아보게 하시지요.”
그러자 사리불이 곧 아나율(阿那律)에게 부탁하였다.
“부처님께서 어르신의 천안(天眼)이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하셨으니,
그 보살들이 있는 곳을 찾아 봐 주십시오.”
그때 아나율은 또 그의 청정한 천안으로서 하늘ㆍ사람을 초월하여 온 삼천대천세계를 마치 손바닥 위에 놓인 과일이나 보배 구슬처럼 두루 살펴 찾아보았지만,
여러 보살들을 찾아보아도 끝내 알 수가 없었고 또한 그들이 있는 곳을 볼 수가 없었다.
현자 아나율은 사리불에게 말해주었다.
“제가 널리 찾아보았지만 그 여러 보살들이 어느 곳에 있는지 끝내 알 수 없습니다.”
금강제보살이 사리불에게 또 말하였다.
“여러 현자들께서는 육안(肉眼)만 갖고 계실 뿐이니 다시는 천안이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유하고 모든 삼매와 선정을 닦아 모든 국토를 두루 관찰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모든 국토를 보지 못하고 보살들이 어느 곳에 있는지 보지 못하는 것입니까?”
사리불이 또 물었다.
“그대 족성자여, 천안이란 어떤 종류이기에 저희들이 보지 못하는 것입니까?”
금강제보살은 대답하였다.
“사리불이시여, 제가 말하는 천안이란 본래 빛깔을 보는 것이 아니므로, 사리불을 비롯한 여러 제자와 모든 큰 성문들은 본래부터 저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천안의 덕이 어떤 종류인가?
또한 그 거룩한 광명은 누구도 당할 이가 없는 것입니다.”
사리불이 또 물었다.
“족성자여, 그대가 보았다고 말하는 형상은 어떤 종류이기에 저희들로서는 본래부터 볼 수 없다고 말하십니까?”
금강제보살이 말하였다.
“어르신께선 일찍이 저 견고한 금강에 머무르는 세계와 집혜요(執慧曜) 여래ㆍ지진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오늘 저 세계의 명칭을 처음 들었는데 무슨 인연으로 보았겠습니까?”
금강제보살이 말하였다.
“사리불이시여, 이와 같은 종류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불국토와 여러 보살들과 인민들과 중생들이 각각 태어나는 갈래가 다를지라도
보살대사라면 천안으로 모두다 빠짐 없이 두루 볼 수 있지만
일체의 연각들로서는 비록 천안을 지녔다 하더라도 볼 수 없습니다.
하물며 성문이 어떻게 볼 수 있겠습니까?”
금강제보살이 이렇게 말하자 여태까지 성문ㆍ연각의 승(乘)을 구하였던 6만의 사람들이 매우 기뻐하면서 곧 위없이 바르고 참된 불도를 향한 마음을 일으켜 동시에 소리를 내어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저희들도 몸소 부처님의 법안(法眼)을 얻게 하소서.
성문과 연각의 천안은 필요 없으니, 성문ㆍ연각의 천안은 가리고 덮이고 거리낌이 있지만
부처님의 법안은 어떠한 제한도 없고 또한 거리낌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금강제보살이 곧 그 형상 그대로 삼매에 들어 감응(感應)을 받아서 부처님의 신족과 그 성스러운 뜻을 나타내었다.
금강제보살의 그 위덕(威德)의 변화는 전생의 복덕과 착한 뿌리로 그대로 한량없는 거룩한 힘을 얻은 것이었다.
또 일체 법회에 온 대중들에게 60억 해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 몸에 들어 있으면서 각각 연꽃 위에 가부좌를 하고 합장하고 경전의 법을 들으면서도 부처님 몸을 가까이 하지도 멀리 하지도 않음을 모두 직접 보게 하였다.
이는 모두 다 여래의 끝없이 드넓은 은혜의 감응으로 그렇게 한 것이었다.
또 세존의 몸이 더 늘어나지도 않고 더 줄어들지도 않으며 아무런 거리낌도 없고 모두 예전처럼 손상되지도 않고 본래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내니,
법회에 모인 모든 대중들이 놀라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하였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고는 일어나 각각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따르기 어렵고 따르기 어렵습니다.
모든 부처님과 세존의 그 넓고도 크신 몸의 모습과 한량없는 위신과 공덕의 변화는 그 한계를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이제 60억 해의 보살들을 모두 부처님의 몸에 받아들여 앉히고서 경전의 법을 듣게 하되 큰 성인의 몸은 더 늘어나지 않고 더 줄어들지도 않음을 보았나이다.”
그때 금강제보살이 모인 대중을 두루 살펴보고 음성을 높여 말하였다.
“이 때문에 모두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의 몸은 바로 법신(法身)이어서 그 넓고 크기가 끝이 없고 상호가 없으며 둥글거나 모나지 않으니 법신은 끝이 없어서 헤아릴 수 없습니다.
또 여래ㆍ지진께서 마음을 일으키시는 순간,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물 큰 바다ㆍ강ㆍ시내 고랑ㆍ샘과 국토ㆍ주(州)ㆍ성읍과 숲[叢林]ㆍ초목과 모든 산ㆍ토지 모두다 부처님의 몸에 들어가지만
더 늘어나지도 않고 더 줄어들지도 않고 모두 예전의 모습 그대로 나타납니다.
또 여러 현자들이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천억 해 모든 불국토의 여러 보살들 약 천만 명이 세존의 미묘한 광명과 티끌 없이 깨끗한 상호를 멀리 바라보고 함께 모두 여기에 와서 친히 세존을 뵙고서 경전의 법을 듣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이 온 천하의 모든 하늘ㆍ백성과 제석ㆍ범천ㆍ사천왕에게 권유하여 그들의 옹호를 받아 모두들 스스로 귀의하여 일부러 와서 경전의 법을 듣게 해야 할 것입니다.
설령 오지 않는 자가 있거나 신통의 변화를 보지 못하여 발심할 수 없는 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러한 중생을 열어 교화하고 제도하기 위해서 모든 보살을 여래의 몸 안에 넣어 법을 듣게 하되 아무런 거리낌과 의심을 없게 하실 것입니다.
혹시 어떤 보살이 땅 속에 머물거나 보배 휘장 안에 들어 있더라도 자신의 몸이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모두가 부처님의 위신력과 도덕의 그 높고 거룩하고 한량없는 힘의 감동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때 여러 보살들은 부처님의 그 성스러운 뜻과 금강제보살의 지극한 원력과 위신력을 이어받았고,
60억 해 보살들은 모두 한꺼번에 위대한 성인의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일곱 번 돌고 각각 그 위덕(威德)과 신족의 힘으로 미묘한 자리를 조화로 만들어 그 위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