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광명동자인연경 제3권
[빈바사라왕이 광명 장자의 집으로 가다]
그 뒤에 광명 장자는 그 수건을 쓴 뒤에 볕을 쪼였다.
이때에 빈바사라왕은 신하들에게 에워싸여 전(殿)에 오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거센 바람에 수건이 날려 왕의 앞에 떨어졌다.
그때에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시종하는 신하에게 말하였다.
“이렇게 가는 모직천이 어디서 왔느냐? 왕이라야만 사용할 만하구나.”
시종하는 신하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일찍 들으니 전륜성왕이 왕위에 오르면 7일 동안을 하늘이 황금을 내린다고 합니다.
왕께서 지금 왕통에 오르셨으니 하늘이 가는 모직천을 내리셨으며 뒤에 오래지 않아 또한 반드시 황금을 뿌릴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르느냐?
나는 부처님의 기별을 듣되 광명 장자는 인간 가운데 태어나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으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이 가는 모직천은 반드시 그의 물건이 바람에 날려 여기 온 것일 터이니 그 사람을 불러서 돌려줌이 옳다.”
이때에 광명 장자는 곧 왕 앞에 이르렀다.
왕은 말하였다.
“전에 부처님께서 너에게 수기하시기를 인간 중에서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으리라고 하셨으니 지금 이 가는 모직천은 틀림없이 너의 물건일 것이다.
이제 너에게 돌려주노라.”
이때에 광명 장자는 몸을 구부리고 팔을 펴서 그 모직천을 받았다.
받고 보니 바로 자기 것이었다.
곧 왕에게 아뢰었다.
“이것은 곧 저의 집에서 쓰던 깨끗한 수건이온데 마침 햇볕을 쪼이려다가 바람에 불려 여기 왔습니다. 사실이 그러하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장자야, 부처님께서 너에게 수기하시되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아 상서로 움이 나타난다고 하시더니 부처님 말씀이 참되시기가 이와 같구나.”
다시 장자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수승한 형편이 이러하거늘, 어찌하여 너의 집으로 나를 청하여 한번 잠깐 구경하도록 하지 않느냐?”
장자는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왕께서는 지금 저의 집으로 행차하소서.”
“장자여, 네가 먼저 돌아가서 갖은 음식을 준비하여라.”
“대왕이시여, 하늘 복을 받은 이는 일부러 만들지 않더라도 저절로 준비되오니 왕께서는 행차에 임하소서.”
그때에 빈바사라왕은 신하들에게 에워싸여서 광명 장자의 집으로 갔으며 장자는 앞에서 인도하였다.
왕은 집에 이르렀는데 바깥문에서 문 지키는 계집종을 보았는데 얼굴빛과 몸매가 유달리 아름다웠다. 왕은 잠깐 멈추었다.
장자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어찌하여 멈추시고 나아가시지 않으십니까?”
“장자여, 너의 아내를 보려고 잠깐 멈추었노라.”
“그녀는 저의 아내가 아니옵고 문 지키는 계집종이옵니다.”
왕은 곧 나아가다가 가운데 문에 이르러서 또한 문지기 계집종을 보고 역시 나아가지 아니하였다.
“왕이시여, 어찌하여 멈추시고 나아가지 않으십니까?”
왕은 앞에서처럼 대답하였다.
장자는 아뢰었다.
“이는 저의 아내가 아니라 역시 중문지기 계집종이옵니다.”
왕은 곧 나아가서 중문에 들어갔는데 마니보로 된 땅 위에 벌레와 고기와 물 흐르는 모양을 보고
왕은 이것이 못인 줄로 여기고 거기서 또 잠깐 멈추었다.
“대왕이시여, 어찌하여 머무시고 나아가시지 않습니까?”
“이곳에 물이 있기에 가지 않노라.”
“대왕이시여, 거기는 물은 없습니다. 마니보로 이루어진 땅입니다.”
“장자야, 보배 땅이라면 어찌하여 여러 벌레와 물고기와 물이 흐르는 모양이 있느냐?”
“대왕이시여, 위의 도는 바퀴에 벌레와 고기들의 모양을 새긴 것이 밑에 있는 마니보의 빛에 비치어서 그렇습니다.”
왕은 이렇게 설명을 들었으나 오히려 믿어지지 아니하여 곧 자기의 반지를 빼어서 땅에 던지니 반지가 부딪쳐서 소리가 났다.
그때야 왕은 마니보 로 된 땅임을 믿었다.
이때에 빈바사라왕은 방으로 들어가서 사자좌에 앉았으며, 그때 장자의 아내가 나와서 왕 앞에 절하고 눈물을 흘렸다.
왕은 물었다.
“장자여, 너의 아내가 어찌하여 나를 보고 눈물을 드리우는가?”
장자는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아내가 왕께 절하고 어찌 감히 눈물을 흘리겠습니까?
다만 왕께서 입고 계신 옷에 배인 나무 연기가 눈을 쏘였기 때문에 갑자기 눈물이 흘렀나 봅니다.
대왕이시여, 하늘 복을 받은 이가 먹고 마시려 하면 여의보(如意寶)가 저절로 납니다.”
[빈바사라왕 장자의 집체서 7일을 머무르다]
이때에 빈바사라왕은 장자의 집에서 7일을 지났으나 왕궁에 돌아올 것을 잊었다.
이때에 모든 대신들은 함께 아사세(阿闍世) 태자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태자시여, 왕께서 광명 장자의 집에 계신 지 7일이 지났습니다.
나라의 정사에 방해되오니 태자께서 가셔서 왕께 청하여 환궁하도록 하셔야 되겠습니다.”
이때에 아사세 태자는 곧 광명 장자의 집에 가서 부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왕궁에 돌아가시기를 잊으시어 나라 정사에 방해되게 하십니까?’
왕은 말하였다.
“내가 이 집에 있은 지 겨우 하루가 지났다. 나라에 정사가 있으면 너는 어찌하여 잠깐 나를 대신해서 다스리지 못하느냐?”
태자는 아뢰었다.
“부왕께서는 이 집에 계신 지 7일이 이미 지난 줄을 아셔야 합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광명 장자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사실인가?”
장자는 아뢰었다.
“실은 그러하옵니다. 이미 이레가 지났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장자여, 너의 집에서는 어떤 모양을 보고 밤과 낮을 분별하느냐?”
장자는 아뢰었다.
“꽃이 피고 오므라짐으로 밤낮을 분별하며,
이상한 새가 울지 않음으로 밤낮을 분별하며,
마니보 구슬이 빛을 나타내고 내지 않음으로 밤낮을 분별하오나,
혹 꽃이 오므라졌어도 밤이 아닌 때가 있으며
꽃이 피었어도 낮이 아닌 때가 있으며,
구슬 빛이 숨었어도 밤이 아닌 때가 있으며
구슬 빛이 나타났어도 낮이 아닌 때가 있으며,
이상한 새가 잠잠한데도 밤이 아닌 때가 있으며
이상한 새가 화답하여 울더라도 낮이 아니기도 합니다.”
그때에 빈바사라왕은 이 말을 듣고 광명 장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 말씀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다는 것을 믿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네가 인간에 나타나서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는다는 그 일이 여실하구나.”
그때에 빈바사라왕은 말을 마치고 장자의 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