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선교방편경 제3권
[죽을 얻어먹고 보리장 가운데로 가서 정각을 이루는 것]
또한 다시 보살이 먼저 유미(乳糜) 죽을 받아먹고 기력을 더하여 바야흐로 보리장(菩提場) 가운데로 가서 정각(正覺)을 이루고,
어찌 다만 그 몸으로 하여금 수척하게 하고서 저 도량(道場)에 가서 정각을 이루지 아니했는가?
이른바 보살이 말세의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겨 먼저 유미 죽을 받아먹고서 바야흐로 정각을 이루었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말세의 중생은 모두 음식으로써 몸을 돕나니, 어떤 중생이라도 도의 과위를 구하는 자가 만일 음식으로 몸을 돕는 것이 없으면 그는 능히 도에 더 나아가지 못하고 모두 물러서는 마음을 내리라.
만일 음식으로 몸을 돕는 것이 있으면 모두 안온함을 얻으리니, 안온하기 때문에 모든 착한 법[善法]을 모두 기억하고 생각하며, 이에 능히 증진(增進)하여 도과에 나아가 구하리라.
나는 저 말세의 중생으로 하여금 이와 같이 배우게 하기 위하여 내가 먼저 음식을 받아먹고 그 후에 바야흐로 도에 나아간 것이다.
또한 저 유미를 올린 목우(牧牛) 여인으로 하여금 보시한 인연을 원만하게 하여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성취하게 한 것이다.
나는 그때에 받아먹고서 도량에 편히 앉아 보리과(菩提果)를 얻어 능히 한 삼마지(三摩地) 가운데에 머물러 천 겁(劫)을 지냈나니, 모두 분단식(分段食)의 힘으로 돕는 것을 말미암은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저 유미 죽을 받아먹었느니라.
[먼저 모든 마군을 항복 받은 것]
또한 다시 보살이 이미 보리수 아래 금강 자리 위에 있어서 어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과위를 속히 증득하지 않고 먼저 모든 마군을 항복 받았는가?
이른바 모든 악마의 무리를 용납하여 받을 수 없음이니, 보살이 만일 선교방편으로 용납하여 받지 않으면 저 모든 악마는 곧 마땅히 일체 중생을 어지럽히리라.
그러므로 보살은 그 자리에 앉아서 생각을 하되,
‘나는 오늘 등정각(等正覺)을 성취하는데, 이 삼천대천세계의 여러 중생 중엔 어떤 중생이라도 마음에 좋아하지 않는 이는 없으리라’고 생각하고서
모든 악마만은 마음에 좋아하지 아니하여 보살을 해하려 함을 관찰하여 알았었다.
보살은 그때에 또다시 생각하되,
‘나는 지금 악마와 함께 싸우지 않고 다만 신통력으로 변화하는 일을 지어 그들로 하여금 항복하게 하리라.
또 일체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들로 하여금 보살의 사자인 유희와 신통의 모양을 얻어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게 하여 이러한 인연으로 널리 최상 열반을 얻게 하리라’ 하였다.
그때에 보살이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곧 미간(眉間)에서 큰 광명을 놓으니, 그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널리 비추었고, 일체 마(魔)의 궁전은 모두 다 은폐 되었다.
그 광명 속에서는 이러한 소리를 내되,
‘지금 이 석가 종족 정반왕자(淨飯王子)는 전륜왕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 수도하여 보리장(菩提場)에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려 하도다’ 하였다.
이 소리를 낼 때에 또다시 무수한 하늘 사람과 4부(部) 대중이 보살의 처소에 와서 우러러보고 예배하며 공경하니,
이때에 일체 마왕(魔王)과 마의 권속은 이런 일을 보고서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고 놀래며 두려워하고 고심하며 크게 괴로워하였다.
이때에 악마의 무리들은 분심이 더욱 더하여 잠깐 동안에 네 병정[四兵]을 화현하여 보리장(菩提場)의 사면 백 유순(由旬)을 포위하고 갖가지로 변화하며 시현하여 교란하였다.
보살은 그때에 크게 자비로운 마음에 머물렀기에 비록 이런 모양을 보았으나 마음이 동요하지 않았고, 보살은 곧 보배 그물인 손으로 마를 항복받는 모양을 지었다.
이때에 모든 마들은 즉시 항복하였다.
그때에 84구지(俱胝)인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했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이 먼저 마(魔)의 항복받은 모양을 시현한 것이다.
이 모두 선교방편인 것이니라.
[보리심을 얻고 7주간 고요히 움직이지 않은 일]
또다시 무슨 인연으로 여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서 7주야간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 저 나무를 보면서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했는가?
이른바 색계(色界)에서 고요한 행(行)을 닦는 모든 천자(天子)들이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正等正覺)께서 가부좌하신 것을 보면 마음에 크게 기뻐하여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7주야간 1심(心)에 의지하여 고요히 머무셨나니, 이 마음은 얻을 수 없다’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할 때에 3만 2천 색계의 천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리니, 나는 미래 세상에 도를 닦는 자로 하여금 모두 이와 같이 고요한 행을 닦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래는 보리를 얻고서 7주야간 저 나무를 보면서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했느니라.
[최초에 범왕이 법륜 굴리기를 권한 일]
또다시 여래는 보리를 얻고서 무슨 까닭으로 최초에 범왕이 법륜 굴리기를 권했는가?
이 인연은 이른바 범천 무리들이 있어 범왕에게 근기를 따라 설법하기를 권했나니,
무슨 까닭인가?
저 범천 무리들은 범왕에게 의지했기 때문이며,
또 범왕이 능히 범천 무리들을 냈기 때문이며,
이 세상에선 범왕보다 가장 먼저 뛰어날 자 없기 때문이다.
그때에 범왕은 생각하기를,
‘여래 큰 스승께선 세간의 높으신 어른이시니 응하는 대로 중생의 근기를 모두 아시리라.
그러므로 나는 마땅히 그이에게 설법을 청하리라’ 하였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서 보리장(菩提場)에 와서 세존에게 정법륜(正法輪) 굴리시기를 권하였다.
저 범왕이 이와 같이 권할 때에 680만 범천 무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했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범왕이 가장 먼저 정법륜 굴리시기를 권했느니라.
지상이여, 여래의 대원경지(大園鏡智)는 일체 중생의 언어와 심행(心行)을 모두 환히 비추고 일체 짓는 바도 모두 용납하여 받으며, 중생의 최초 변제(邊際)를 비추어 보나니,
선근을 구족한 자와 선근(善根)을 구족하지 못한 자인 그들 중생의 가지가지 업보(業報)가 대원경지 속에 모두 다 환히 나타나느니라.
나아가 여러 부처님 여래의 지으신 보응(報應)도 또한 그 중에 나타나며,
보살이 보리장에 나아가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 일체 깨끗한 법과 가장 뛰어난 공덕을 원만 성취함과, 여래의 이미 일체 불선(不善)의 법을 끊고 이미 일체 업장을 청정히 하고 이미 일체 과실을 멀리 떠난 이와 같은 공덕이 대원경지에 모두 다 환히 나타나 비추느니라.
지상이여, 여래는 대비심(大悲心)으로부터 선교방편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널리 구원하고 제도하느니라. 비유컨대 의사가 의약을 잘 알아서 모든 병자에게 그 마땅함을 따라 달고 쓰고 매운 맛으로 조제한 좋은 약으로써 병을 따라 투약하여 모두 치유를 얻게 함과 같으니라.
여래 대사(大師)도 또한 이와 같아서 갖가지 선교방편을 구족하여 대의왕(大醫王)이 되어 모든 병을 잘 치료하되,
중생에게 무슨 병이 있는가 관찰하여 그에게 적응하도록 선교방편으로 구원하고 치료하여 모두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또 세간에 저 갓난아이를 자모(慈母)가 젖 먹이고 은혜로 기르며 사랑하고 아껴 적은 병과 괴로움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며, 만일 그 후 병이 생기면 자모는 곧 좋은 약을 골라서 먹게 하나니, 아들이 받아먹으면 안락해짐과 같으니라.
여래 대사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일체 세간(世間)의 아버지가 되어 모든 중생을 보되, 그 아들과 같이 생각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고뇌가 없게 하며,
만일 중생이 그들 업(業)을 지어 그 업보 얻어짐을 보거든, 여래는 그에 따라 곧 선교방편으로 구원하고 제도하여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지상이여, 이와 같이 말한 것은 이 선교방편인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