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흥기행경 하권
8. 부처님이 바라문여인 전사가 부처님을 비방하는 인연을 말씀하시는 경
[佛說婆羅門女旃沙諦佛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아뇩대천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 이들은 아라한으로서 여섯 가지 신족을 통하였으나 오직 한 비구 아난만은 그렇지 아니하였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아승기겁 전에 그때에 부처님이계셨으니, 명호는 진승(盡勝)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었다.
때에 바라나국(波羅奈國)에서 큰 비구 6만 6천 대중들과 함께 계셨는데, 모두 이들은 아라한이었다.
사리불아, 그때에 진승 여래에게 둘의 비구가 있어서
한 비구의 이름은 무승(無勝)이며 한 비구의 이름은 상환(賞歡)이었는데,
무승 비구는 여섯 가지 신통을 통하였거니와 상환 비구는 번뇌를 아직 없애지 못하였다.
그때 바라나국에 대애(大愛)라는 장자가 있어서 코끼리와 말이며, 7보를 지니어서 재물이 끝이 없었으며 대애 장자의 부인 선환(善幻)이라는 이는 단정하여 견줄 데 없었다.
두 비구는 그 집을 왕래하며 시주를 삼았는데
선환 부인은 무승 비구에게는 옷과 음식과 침구며 의약 등 네 가지를 모자람이 없게 공양하였지만, 상환에게 공양한 것은 지극히 미미하였다.
왜냐 하면 무승 비구는 모든 번뇌를 끊고 여섯 가지 신통을 두루 갖추었으나 상환 비구는 번뇌를 아직 다하지 못하여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상환 비구는 무승 비구가 편벽되게 공양 받는 것을 보고 질투를 일으켜 멋대로 비방하였다.
‘무승 비구는 선환과 간통하였으므로 도의 법으로써 공양을 하는 것이 아니요, 스스로의 은혜와 사랑으로써 공양할 뿐이다.’ ”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때 진승 여래의 제자 상환이라는 이를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다.
선환 부인을 알고자 하는가? 바로 지금의 바라문 여인 전사(旃沙)이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에 까닭 없이 무승 아라한을 비방하였는데, 이 죄 때문에 수천년 동안 지옥에 있으면서 여러 고통을 받았다.
이제 부처가 되어서 여섯 스승과 여러 비구들로서 번뇌가 다한 이와 아직 다하지 못한 이며 여러 왕ㆍ신민(臣民)ㆍ청신사(淸信士)ㆍ청신녀(淸信女) 등에게 법을 말할 때에 남은 재앙 때문에
다설 동녀(多舌童女)가 주전자를 넣어 배를 부르게 하고
나의 앞에까지 와서 말하기를,
‘사문은 무엇 때문에 자기 집안일을 말하지 않고 남의 일들을 말하는 것이오.
당신은 오늘 혼자 절로 즐기거니와 나의 고통은 모르시오. 왜냐하면 당신은 먼저 나와 간통을 하여 나에게 아이를 배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달이 임박해서 소유(酥迪)가 필요하오. 어린 아이를 길러야 할 터이니 모두 나에게 주시오’라고 하였던 것이니라.”
그때 모인 대중 모두가 머리를 떨어뜨리고 잠자코 있었는데,
때에 석제환인이 뒤에서 모시고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다가 신통력으로써 변화로 한 마리의 쥐가 되어 그 옷 속에 들어가서 주전자 끈을 물어뜯어버리자 갑자기 땅에 떨어졌으므로,
그때에 여러 4부 제자와 여섯 스승의 제자들이 주전자가 땅에 떨어짐을 보고서 모두가 크게 기뻐하여 소리를 지르면서 잘했다고 칭찬하며 한량없이 웃다가
모두가 소리를 같이하여 욕을 하였다.
“너는 불에 탈 죄인이로다. 재앙스러운 것이 어찌 이런 나쁜 뜻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깨끗하고 위없으며 바르고 참된 이를 비방하는데 이 땅은 무심도 하구나. 이런 못된 물건을 용납하며 싣고 있다니.”
여러 대중들이 저마다 이를 말할 때에 땅이 곧 갈라지면서 불꽃이 솟아 나오니,
여인은 곧 그 속으로 떨어지며 곧장 아비 대지옥으로 갔다.
대중들은 이 여인이 현재 몸으로 지옥에 떨어짐을 보았는데,
아사세왕은 놀라고 두려워서 털이 곤두섰으므로, 곧 일어나 합장하고 길이 꿇앉아 아뢰었다.
“이 여인이 떨어진 곳은 지금 어디이옵니까?”
부처님은 대왕에게 대답하셨다.
“이 여인이 떨어진 곳은 이름이 아비지옥입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여인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요, 바로 거짓말을 한 것인데 아비에 떨어지나이까?”
부처님은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인연의 법에는 상ㆍ중ㆍ하의 몸과 입의 뜻의 행이 있습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무거움이며 어떤 것이 중간이며 아랫니옵니까?”
부처님은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뜻의 행이 가장 무거운 것이며, 입의 행은 중간이요, 몸의 행이 아래입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부처님께 묻자,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몸의 행은 크게 나타나므로 이 일은 볼 수가 있고 입의 행은 귀로 듣는 것이므로, 이 두 가지 일은 세간에서 듣고 보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뜻의 행이란 생각을 낼 때에 듣고 보는 것이 없으므로 이는 바로 속임의 여러 행이어서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습니다.”
왕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뜻을 볼 수가 없사온데, 어떻게 홀로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다 하옵니까?”
부처님은 왕에게 대답하셨다.
“남자거나 여인이 가령 몸으로 죽이는 것과 도둑질이며 음행을 하려면 먼저 아침과 낮과 저녁의 어느 때에 할 수가 있는가를 생각하여야 하며 어디로 가야 되겠는가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부처님은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저 사람이 행동을 하려면 먼저 마음에서 헤아리고 견준 연후에야 시행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뜻이라는 못에 매달린 것이요, 몸과 입에 있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입의 행이란, 입의 행을 행하려 할 때에 먼저 뜻으로 생각하되,
‘큰 모임에 있으면서 법을 강론할 때거나 모두가 앉아서 타당한 계율을 판단할 때에,
나에게 물으면 나는 그의 말에 반대하되,
〈이것은 나에게 해당된 일이 아니다〉라고 할 것이며,
만약 그러한 말이 있으면 나는 그에게 반대하되,
〈이것은 다른 이의 의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뿐이다〉라고 하겠다.’
만약 이 세 가지 일을 행하되, 안 될 때면 다시 계략을 쓰되
‘장차는 가서 싸우며 말하기를
〈그는 너를 죽이려하고 너를 깨뜨리려 하고 너를 무너뜨리려 한다.
너는 나의 말을 따른 것이요, 다른 사람은 믿지 말라>고 하겠다’ 하여
만약 이렇게 두 가지로 다른 말을 쓰게 되면 거짓이 성립되고 그 바른 법을 없애는 것이므로 죽은 뒤에는 지옥에 떨어집니다.”
부처님은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입의 행은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으며 몸과 입에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왕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 때문이옵니까?”
부처님은 왕에게 대답하셨다.
“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는 모두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나니, 뜻으로 생각하지 아니하면 몸은 혼자 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몸과 입은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습니다.”
이에 세존은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뜻 속으로 깊이 잘 생각하고서
연후에 두 가지의 일이 행하나니
몸과 입으로만 부끄러워함이 아니로다
아직 뜻에서 부끄러워함이 아니로다.
먼저 뜻에서 부끄러워했어야
그런 뒤에 몸과 입이 부끄러워지나니
이 들은 뜻을 여의지 못하여
또한 홀로 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에 아사세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섧게 흐느꼈으므로,
부처님은 왕에게 물으셨다.
“왕은 무엇 때문에 슬피 우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중생들은 지혜가 없는지라 세 가지 일을 몰라서 언제나 손해만이 있기에 그 때문에 슬퍼하옵니다. 이 중생들은 다만 몸과 입이 큰 줄만 여기고 뜻이 깊고 오묘한 것인 줄은 모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몸과 입이 큰 것이요, 뜻은 작은 것이라 여겼으나 부처님에게서 듣고서야 비로소 뜻이 큰 것이며 몸과 입은 적은 것인 줄 알았사옵니다.”
부처님은 왕에게 물으셨다.
“본래는 어째서 몸과 입은 큰 것이요, 뜻은 작은 것으로 알았으며, 이제는 뜻이 크고 몸과 입은 적다고 말하십니까?”
왕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람이 산 것을 죽이면 사람이 모두 보게 되고 만약 도둑질과 음행을 하면 역시 사람들이 보게 되므로 이 몸의 세 가지는 천하가 다 보는 것이며,
입으로 행하는 거짓말과 나쁜 말과 이간질하는 말과 같이 지성스럽지 못한 것 등, 이 입의 네 가지 일도 천하에 듣게 하는 것이지만,
뜻의 세 가지 일은 귀로 듣는 것도 아니요, 눈으로 보는 것도 아닌지라,
그러므로 중생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크다고 여겼으나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과 뜻이 큰 것이요, 몸과 입은 적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 때문에 몸과 입의 두 가지 일은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나이다.”
부처님은 다시 왕에게 물었다.
“어떻게 뜻이라는 못은 큰 것이며, 몸과 입의 두 가지 일은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는지 알았습니까?”
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다설(多舌)여인이 비방을 하려 할 제 먼저 마음으로, 주전자를 매달아 배가 부르게 하고서 대중 가운데서 이러한 말들을 하리라고 하였을 것이며,
또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으므로 저는 뜻이 크고 몸과 입이 작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부처님은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어떻게 뜻이 크고 몸과 입이 작은 것인 줄 알았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만일 일을 행하려면 먼저 마음에서 생각을 내며, 그런 뒤에 몸과 입으로 행하옵니다.
그러므로 뜻이 크고 몸과 입이 작은 줄을 압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대왕이여, 이 일을 잘 알았습니다.
언제나 이를 배워야 하리니, 뜻은 크고 몸과 입은 작은 것입니다.”
이 법을 말씀할 때에,
대중 가운데 80비구가 번뇌가 다하며 뜻이 풀리고 2백의 비구가 수다원을 얻고,
4백의 비구가 사다함을 얻고,
8백 비구가 아나함 도를 얻고,
8만의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법의 눈이 깨끗하여졌고,
10만의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이 모두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으며,
20만의 귀신들이 3자귀(自歸)를 받았다.
이에 세존은 전생의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전승 여래의 때에
나는 비구로서 상환이었는데
무승 비구를 헐뜯었으므로
지옥에 오랜 동안 떨어졌었느니라.
이 남은 인연 때문에
다설 동녀가 와서
대중들의 가운데 있다가
앞에 서서 나를 헐뜯었느니라.
전생의 과보는 끝내 없어지지 아니하며
또한 허공에도 붙지 않나니
마땅히 세 가지 인연을 수호하여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이제야 나는 부처 도를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의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서
스스로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아라. 뭇 악이 이미 다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었으며,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과 신민이며 일체 중생들을 모두 제도하는데도 오히려 이 전생의 인연을 면하지 못하거든, 하물며 너희들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들이겠느냐?
사리불아, 마땅히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해야 하느니라.”
부처님이 이를 말씀하여 마치시니, 사리불과 5백의 아라한과 아뇩대용왕이며 8부 귀신 들이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