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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보요의론 제4권
[죄가 되는 선하지 않은 법을 버리는 것(1)]
여기에서 말하기를, 어떤 것이 죄가 되는 선하지 않은 법을 버리는 것인가?
「일장품(日藏品)」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미래 세상 가운데 모든 왕족[刹帝利]과 바라문(婆羅門)과 폐사(吠舍:평민)과 천민[首陀]이 저 정법을 수행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집ㆍ밭ㆍ토지ㆍ정원ㆍ노비ㆍ앉고 눕는 가구나 병에 쓰는 의약이나 나아가 네 발 가진 짐승 등의 이와 같은 일체를 침범하여 모두 빼앗아서 혹은 자신이 쓰거나 혹은 남에게 주어 쓰게 하면,
이와 같은 왕족과 바라문과 평민과 천민이 당장의 생에서 바로 스무 가지의 가히 사랑스럽지 않은 법을 얻습니다.
무엇이 스무 가지인가?
첫번째는 현자와 성인이 버리고 떠나가고,
두 번째는 향하는 곳마다 흠잡아 나무라는 말이 널리 퍼지며,
세 번째는 형제간의 사랑이 멀리 떠납니다.
네 번째는 원한을 품는 사람이 많이 생기고,
다섯 번째는 재물을 고루 갖추어도 한결같이 무너지고 허물어지며,
여섯 번째는 정신이 흩어지고 혼란합니다.
일곱 번째는 신분이 보잘것없고 뒤처지고,
여덟 번째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아홉 번째는 큰 고뇌에 항상 쫓깁니다.
열 번째는 마실 것에 독이 들어 있고,
열한 번째는 친구들이 가벼이 보고 멸시하며,
열두 번째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다툽니다.
열세 번째는 부모ㆍ처자ㆍ노비ㆍ친족들이 가르침과 명령을 행하지 않고,
열네 번째는 스스로 은밀히 하는 법과 스스로 은밀히 하는 재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 보여지며,
열다섯 번째는 스스로 은밀히 하는 사람과 스스로 은밀히 하는 모든 일을 다른 사람들이 말합니다.
열여섯 번째는 재물이 줄어들고 바닥나서 다섯 갈래로 흩어져 돌아가며,
열일곱 번째는 가볍든 무겁든 병의 고통이 쳐들어와서 쫓기며,
열여덟 번째는 약 짓고 치료하는 사람을 모시려 해도 한결같이 버리고 떠나갑니다.
열아홉 번째는 피와 살이 말라붙어 온갖 고통을 받고,
스무 번째는 그 몸에 대변과 소변이 흘러서 더러움에 물들어 죽습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은 스무 가지는 가히 사랑스럽지 않은 법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당장의 생에서 반드시 바로 얻을 것입니다.
이것은 한결같이 저 정법을 닦는 사람들 자리를 침범하여 받아쓰고 있던 그 재물을 빼앗아 더러는 자신이 쓰거나 더러는 남에게 주었던 일에서 비롯합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저들의 목숨이 다하면 반드시 아비대지옥(阿鼻大地獄) 안에 떨어져서 한 겁이 다 할 때까지, 목이 마르면 구리 녹은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쇠구슬을 삼키며, 몸에는 불로 만든 옷을 입습니다.
이와 같이 크고 악독한 온갖 고통을 받으면서 그 겁(劫)의 수명이 다하면 지옥에서 나와 다시 아귀의 세계에 태어나서 드넓은 광야의 더없이 악독하고 험난하며 메마른 땅에 놓입니다.
사방에는 불길이 사나워서 불바람이 불어오며 그 땅은 단단하고 날카로워서 모양이 마치 칼끝과 같은데, 헤아릴 수 없는 백천 년을 지나면서 그 세계의 고통을 받고 그 뒤에 혹시 그것이 잠시 멸하면, 큰 바다 가운데에서 하나의 고깃덩어리가 됩니다.
크기가 백 유순(由旬)이나 되는데 과거의 업이 원인이 되어 저 바다 가운데 둘레 백 유순이 모두 뜨거운 불꽃과 구리 녹은 물로 가득 찹니다.
이와 같이 하여 백천 년의 많은 세월이 흘러 큰 바다 가운데에서 지옥의 고통을 받다가, 그것이 모두 멸함에 따라 다시 이 더없이 악독하고 험난하며 드넓은 광야 가운데로 돌아오면 산 모양을 닮은 고깃덩어리로 변합니다.
사방을 에워싸고 불바람이 불어오고 사방 곳곳마다 나는 새들과 달리는 짐승들이 모두 와서 씹어 먹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혹시 그것이 잠시 멸하면 다시 대지옥 가운데에 태어나며, 지옥이 이미 멸하고 이와 같이 크게 악독하고 고통스러운 과보를 여러 번 받은 다음에 한 겁을 채우고 나서 이에 사람의 몸을 얻습니다.
비록 부처님의 국토 안에 태어나더라도 다섯 가지의 탁한 일이 고루 갖추어져서 지혜가 없고 비어 있으며 눈은 한 쪽으로 치우쳐 붙고 게다가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합니다.
대왕이시여, 무릇 이와 같은 일들은 모두 저 정법을 닦는 사람들의 자리를 침범하여 그들이 받아쓰고 있던 재물과 도구를 빼앗은 일에서 비롯됩니다.’”
「월장품(月藏品)」에서 말한 것과 같다.
“‘모든 인자(仁者)들이여, 나의 법 안에 출가한 사람들 자리에 대해 큰 죄를 일으킨 사람들,
이른바 생명을 죽이는 일과 도둑질과 음란하고 삿된 행과 거짓말 등의 극히 선하지 않은 업으로 큰 죄를 일으키거나,
이른바 왕족과 왕[囉惹]과 나아가 주(州)와 성(城)과 마을의 관리로서 출가한 사람들에 대해 만약 국토와 주와 성의 머무르는 곳과 정사(精舍)에 대해 지나치게 가로막고 방해하여 거처로 삼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말로 굴복을 받거나, 이른바 욕설로 나무라고 훼손하거나, 혹은 몸으로 굴복을 받거나, 이른바 온통 몽둥이질을 가하여 추궁하는 사람들은
저 모든 곳에 이와 같이 끝없이 맴돌아서 한결같이 해탈하지 못하며 천인의 세계를 잃고서 반드시 아비대지옥으로 떨어진다.’
이 때 모든 천신들과 나아가 갈타포단나(羯咤布單那) 등이 그 처소를 떠나 일체 대중에게로 와서 삼보(三寶)에 대해 다 함께 최상의 청정한 마음을 발하여 일으키고, 온갖 모양으로 더없이 존중하는 마음을 내어 함께 이렇게 말했다.
‘저희들은 지금부터 당장 세존의 일체 가르침 안에서 맹서하여 지키고 보호할 것이니, 모든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와
아래로는 부처님의 계율을 파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이며,
다시 아래로는 부처님의 법 안에서 계행을 지키지 않고 단지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었으되 거두어들인 바가 없는 사람들까지,
저희들은 그들이 큰 스승이라는 생각을 일으켜서 한결같이 보호하여 일체의 재물로 오랫동안 봉양하고 거두어 돕겠습니다.
만약 다시 어떤 장소를 따라서든, 혹시 관리들이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 갖가지 인연으로 온통 몽둥이질을 가하여 추궁하면, 저희들은 관리들을 보호하지 않고 저들에게 닥쳐오는 모든 일을 그대로 놓아두겠습니다.
그 국토를 따라 만약 온갖 종류의 아첨하고 속이는 일과 실없이 싸우는 일과 죽이는 일과 질병과 배고픔과 외적의 침입과 때를 벗어난 바람과 비, 혹은 가뭄과 혹은 씨앗을 쓸어가는 큰 물 등 번잡스럽고 고통스러운 이러한 모든 일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저희들은 그들을 위해 이것을 멈추어 쉬도록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들은 반드시 다른 국토에 머무르면서 그곳에 있는 불자(佛子)들 자리를 보호할 것이나, 저희들은 이 국토에 대해서는 버려서 비워 두고 떠나가겠습니다.’”
『지장경(地藏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장(地藏)이여, 과거에 어떤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반좌라(半左羅)이고 왕의 이름은 최승군(最勝軍)이다.
그때 거기에 어떤 법이 있어서 마땅히 벌을 받아 죽게 된 사람이 목숨을 건지려고 몰래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조각을 목 위에 둘렀다.
그때 사형 집행인이 그 사람을 잡아 다섯 군데를 얽어 묶은 다음 내몰더니 미체걸람박가(尾體朅藍嚩迦)라는 커다란 언덕의 황폐한 숲 속까지 와서 그 사람을 버려두고 돌아갔다.
바로 그날 밤, 그 언덕의 황폐한 숲 속에 악안(惡眼)이라는 어떤 나찰녀(羅刹女)가 있었다. 5천 명의 졸개들과 함께 이 숲 속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그 사람은 다섯 곳이 묶이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조각을 두른 것을 보았다.
그를 보고 나서 즉시 오른쪽으로 돌면서 이마를 땅에 대고 예를 올린 다음 숲을 떠나갔다.
다시 거녜라날제(佉禰囉柰帝)라는 어떤 나찰녀가 있었는데, 천 명의 졸개들과 함께였다.
다시 정녕발(猙獰髮)이라는 나찰녀가 있었고, 다시 검구(劍口)라는 나찰녀가 있었다.
차례대로 숲 속에 들어왔다가 각기 그 사람이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조각을 두른 것을 보았으며, 보고 난 다음 비록 저마다 다시 배고픔이 절박하였으나 감히 침범하여 먹지 않고 이마를 땅에 대는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또한 과거에 최승복(最勝福)이라는 왕이 있었다.
거기에 어떤 지혜로운 신하가 있었는데, 그 법에 의해 마땅히 벌을 받고 죽게 된 사람을 술 취한 코끼리에게 넘겨주면서 이 사람에게 붉은 가사조각을 몰래 그 몸에 둘렀다.
그때 저 술 취한 코끼리가 코를 들어 올려서 죄인의 양쪽 허벅지를 감아쥐고는 그 힘 센 것을 다하여 땅바닥에 내팽개치려고 하였다.
그때 코끼리는 죄인의 몸에 붉은 가사조각이 둘려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청정한 마음이 생겨나서, 이로부터 죄인을 천천히 땅바닥에 내려놓고 그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면서 용서를 빌고, 다시 그 코로 죄인의 두 발을 문질러 씻겨 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장이여, 또한 저 코끼리를 살펴보건대 비록 쉴 겨를도 없이 걸어 다니는 몸을 받았으나 그때 가사조각을 두른 사람을 보고 이미 내버려 두고 갈 수도 있었지만 죄업을 짓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세계에서 어떤 천민[旃陀羅]이 왕 및 그 관리들과 사문과 바라문과 장자(長者)들 가운데에서 원래는 참으로 미련하고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총명하다는 자만심을 일으켜 아첨하고 거짓된 말로 세상을 속이고 현혹하여
≺나는 위없는 대승을 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미련하고 어리석은 천민이기에 뒷날의 과보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관찰하지도 않아서, 나의 법 안에 출가한 사람들에 대해 혹은 이 사람은 법기(法器)이고 이 사람은 법기가 아니라고 하는 등의 온갖 인연으로 잘못을 범하기를 엿보아 구한다.’
다시 말씀하셨다.
‘악독한 말로 극렬하게 질책하고 그 몸을 매질하며 받아쓰는 바의 재물과 육신을 가로막아 세우며 다시 세속에서 일삼아 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법규와 제도를 만들어 낸다.
더러는 그 더디고 늦어지기를 노리거나 더러는 그 일을 가로채기를 노려 이미 잘못을 범하기를 바라면서도 법규와 제도로 삼는다.
이와 같이 하거나 나아가 그 목숨을 해치려고까지 하니, 저 모든 사람들은 삼세의 일체 부처님과 세존에 대해 더없는 잘못을 낳고 반드시 아비대지옥 안에 떨어져 선근이 끊어 없어져서 서로 이어받을 것을 불태워 버린다.
일체의 지혜로운 사람들은 언제나 멀리 여읠 일이다.’”
대승보요의론 제5권
[죄가 되는 선하지 않은 법을 버리는 것(2)]
『지장경(地藏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또 어떤 왕족[刹帝利]과 전다라(旃陀羅:賤民)와 나아가 부유한 천민이 사방승중(四方僧衆)을 위해 절과 정원과 누각을 짓고 가축ㆍ밭ㆍ토지ㆍ일꾼ㆍ음식ㆍ의복ㆍ침상ㆍ의약과 혹은 꽃피고 열매 맺는 나무와 물감이 나는 나무와 향나무와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등 갖가지 일상용품을 마련하여 돕는 자리에 대해,
만약 스스로 침범하여 빼앗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 침범하여 빼앗아서 혹은 자신이 받아쓰거나 혹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받아쓰도록 하거나,
나의 법 안에서 출가한 사람에 대해 혹은 성내고 분풀이하거나 혹은 꾸짖고 욕보이거나 가로막아 세우거나 가벼이 여겨 얕보거나
정법 안에서 장애와 고난을 만들어 내거나 불법을 설하는 스승에 대해 번잡한 혼란을 일으키면,
이들은 한결같이 삼세의 모든 불세존(佛世尊) 자리에 대해 더없는 잘못을 일으키는 것이며 나아가 일체의 지혜로운 사람들 자리를 멀리 여의는 것이다.”
또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신다.
“‘인욕을 얻은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왕족의 왕으로서의 관정(灌頂)을 받고 아울러 부귀와 쾌락을 수용함을 나는 바로 허락한다.’
금강장보살(金剛藏菩薩)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왕족의 왕으로서의 관정을 받는다 하시니,
그렇다면 만약 인욕을 얻은 보살이 아니라면 그는 반드시 악업을 지어 나아가는 곳 가운데 어느 곳에 떨어집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금강장이여, 만약 인욕을 얻은 보살이 아니더라도 단지 열 가지 선한 업의 도를 능히 닦아 이룬다면 왕족의 왕으로서의 관정을 받고 아울러 부귀와 쾌락을 수용함을 나는 역시 허락한다.’
금강장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약 인욕을 얻은 보살도 아니고 또한 열 가지 선한 업의 도를 갖추지 않은 저 천민과 왕족과 왕이 세존의 깊고 깊은 가르침을 잃는다면 반드시 아비대지옥 가운데에 떨어질 텐데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해탈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왕족의 왕으로서의 관정을 받는 사람은 신력(信力)이라는 견고한 갑옷을 입고 삼보 안에서 널리 청정한 믿음을 내며, 또한 3승(乘)을 뛰어넘는 나의 법 안에서 흠잡아 헐뜯지 않고,
아래로는 하나의 사구게(四句偈)에 이르러서도 역시 가벼이 여겨 헐뜯지 않으며,
계율을 지키거나 계율을 무너뜨린 사람들 안에서도 한결같이 번잡하게 소란을 피우지 않으며,
아래로는 청정한 계율을 받지 않은 채 단지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만을 입은 사람들이나 모든 비구들에 대해서도 번잡하게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만약 여러 스님들에게 속한 것이든 또는 한 스님에게만 속한 것이든 받아쓰는 모든 물건들을 한결같이 침범하여 빼앗거나 가로막아 쓰지 못하게 하지 않으며,
항상 삼승을 뛰어넘는 정법을 받아 듣고 들은 대로 따라서 힘껏 수행하며,
삼승을 수행하는 저 모든 비구를 항상 친하고 가까이하며,
원력(願力)이 굳건하고 단단해서 거슬러 배신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모든 유정들에게 대승법을 가르쳐 주어 들어가도록 하고 다시 평안히 머물도록 하니,
만약 이와 같은 모양을 능히 갖춘 왕족의 왕이 있다면 마땅히 큰 부귀와 쾌락을 널리 받아서 쓰되 물러나 떨어지지 않는다.
앞의 불여래(佛如來)들께서도 한결같이 허락하시고 나도 역시 지금 이 일을 그대로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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