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월상녀경 하권
[월상녀가 부처님을 찬탄하고 출가하다]
그때 월상은 부처님으로부터 자기에게 주시는 수기를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땅에서 일곱 그루 다라수 높이의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월상은 그 높이의 허공에 머물러 있자, 곧바로 여자의 몸을 바꾸어 남자로 변하였고 즉시 대지는 온통 진동하여 큰 소리가 울렸으며,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큰 광명이 나타나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월상보살은 곧 그 허공에 머무른 채 이런 게송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가령 수미산이 흔들리고 허공과 땅이 뒤바뀌거나
아수라의 근거지가 모두 없어지고
큰 바다가 마르거나 달이 떨어질지라도
여래는 끝내 헛된 말씀을 하지 않으시네.
가령 시방 중생이 같은 마음이거나
혹은 불이 물로 되고 물이 불로 될지라도
무량한 공덕을 가지신 거룩한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이롭게 한다는 말씀 틀림이 없으시네.
대지와 허공이 뒤죽박죽이 되고
백(百) 국토가 겨자 속에 들어가거나
그물로 거센 바람을 포박할지라도
여래는 끝내 헛된 말씀을 하지 않으시네.
세존의 말씀은 이처럼 진실하시므로
나는 반드시 보리도에 머물렀으며
방금 대지가 온통 진동하였으므로
나의 보리를 증득함은 결코 의심할 나위가 없으니
나는 이미 보리와 수기를 얻었으므로
곧 법륜을 굴린들 아무 차별이 없으며
또한 세존이 말씀하시는 법을
나는 이미 수백 겁 동안 들었으니
천인(天人) 등 8부와
비구 등 4부 대중과
또는 한량없는 모든 보살을 위하여
그대들은 부처님께 의심을 내지 말아야 하네.
미래에는 모두 무분별(無分別)을 이루리니
그러므로 반드시 보리심을 낼 것이며
모든 법은 다 허깨비[幻化]와 같고
모든 부처님의 말씀도 꿈결[夢想]과 같아서
거기에는 남[人]도 돌봐주는 것도 없고
중생도 목숨도 부가라(富伽羅:補特伽羅)도 없기 때문에
이처럼 모든 법의 본성(本性)이란
비유하면 허공과 같아 다름이 없으며
내가 먼저 받았던 여인의 몸도
또한 텅 빈 것이어서 실다움이 없으니
실체가 없으므로 빈 것이 되고
빈 것이므로 물질도 취착(取着)도 없으며
이 몸이란 뒤바뀜과 분별로 생겨나는 것이며
분별이란 저 새가 공중을 나는 것과 같으니
부처님의 보리를 이루려고 하거나
또한 네 마군을 항복받으려 하거나
또한 삼천대천세계에서
미묘한 큰 법륜을 굴리려 하거든
그대들은 용맹하게 보리의 뜻을 내어
바가바(婆伽婆:부처님)를 존중하고 공양하여야 하네.
그렇다면 오래지 않아 공덕존(功德尊)을 이루고
부처님의 참 법신과 다름없이 될 것이니
이롭게 잘하시는 장부이시며
거룩한 사문이시며
두 발 가진 이 중에서 가장 높으신 이께
나는 정례(頂禮)드리며
또한 아끼는 물건을 보시하여 늘 애호하심을 받고
능히 법재(法財)를 베풀어서 자재함을 얻으려 하네.
부처님은 낙(樂)의 근본으로서 중생에게 낙을 주시고
또한 원수와 모든 마군을 항복받으시니
나는 마땅히 가장 높으신 이를 찬탄하고
자재하고 탐욕이 없는 이를 찬탄하며
나는 마음껏 시방 국토를 관찰하면서
모든 부처님의 부사의함을 보기 원하고
또한 광명 놓으신 지금의 부처님[釋師子]이나
시방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께서
다 동체로서 한 법을 깨달으신 줄 알았으니
진여법(眞如法)에는 모두 둘이 없으며
한량없는 중생도 똑같은 실제(實際)이므로
이 인(忍)을 얻는 이는 반드시 부처를 이루게 되리라.
이때 월상보살은 이 게송을 읊은 뒤에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였다. 그가 예배하고 미처 머리도 들지 못한 순간, 한량없는 백천 부처님이 그의 눈앞에 나타나셨다.
이 모든 부처님은 같은 소리로 월상보살에게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이룰 것이다’라는 수기를 주셨다.
월상보살은 그 백천 부처님께서 자기에게 수기 주시는 것을 직접 보고 온몸으로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모르면서, 곧바로 여래에게 출가할 것을 청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로 하여금 이 설법 중에 출가하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저 월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반드시 너의 부모에게 허락해 줄 것인지를 물어 보아라.”
그때 동자를 낳은 부모는 이 같은 신통변화를 직접 보고, 또 부처님으로부터 그에게 수기 주시는 것을 듣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허락하였으니, 그를 놓아 출가하게 해 주시기를 원하며, 또 저희들도 미래 세상에 이와 같은 법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이에 세존은 곧 동자를 놓아 출가하게 하셨다.
그 동자가 출가하자, 1만 2천 인(人)도 다 함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었다.
부처님께서 이 같은 법의 근본을 말씀하실 때, 70나유타의 모든 하늘 사람은 번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법 가운데서 청정한 눈[淨眼]을 얻었으며, 다시 5백 비구는 함이 없는 법[無爲法] 가운데 번뇌[漏]를 다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한편 2백 비구니도 그의 동류(同類) 2만 인과 함께 있었는데, 그 중에 혹은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지 못한 이도 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월상보살과 장로 아난과 모든 보살 대중 및 저 많이 모인 하늘 사람과 아수라ㆍ건달바 등 8부의 부류들은 환희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