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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정행소집경 제8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십시오. 세간의 모든 중생이 청정한 보시로 말미암아 복의 과보를 받게 되면 원수라도 그 과보를 능히 허물지 못하고 설령 백천 인이라도 능히 빼앗지 못하며, 가는 곳마다 복이 앞을 인도하며 다른 세상에 이르기까지 복이 또한 이와 같아서 마치 반려자처럼 항상 따라 다닙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전생에 쌓아 모은
광대한 모든 복행(福行)으로 인하여
지금 인간의 왕이 되어
길상을 두루 갖추었으니 존귀하여라.
백천 명의 따르는 이
왕의 앞에 머물러 서 있고
복력이 거두어들이는 까닭에
우러러 보며 다 두려워하는 구나.
마땅히 알라, 저 복업은
눈이나 배, 손과 발 같이 여겨
항상 가지고[任持] 사랑하고 보호하며
상속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라.
내가 옛날에 보시 행을 닦을 때
일체를 다 능히 베풀었는데,
오직 코끼리 한 마리만 남겨두어
마음대로 타고 다녔네.
산림에 즐겨 의지하고
모든 선정 닦고 익히니
때로 저 모든 백성이
모두 와서 서로 따랐네.
혹은 손에 흰 불자[白拂] 들고
혹은 양산[傘蓋]을 가지고
또 모든 자리를 가지고서
이르는 곳마다 상을 펴며
저들은 각각 왕께 아뢰었네.
‘우리들은 복과 지혜 없으니
지금 다 친근히 하여서
같이 모든 선행 닦고자 하나이다.’
복은 가장 훌륭한 재물이 되니
항상 진실한 즐거움 얻을 수 있고
복은 첫째가는 친족이 되어
안온한 곳에 이르도록 인도한다네.
복은 손바닥에 놓여 있는
여의보(如意寶)와 같아서
최상의 길상을 짓고
소원을 모두 이루어지게 한다네.
특수하고 미묘한 색상(色相)
5욕(欲)의 쾌락 누리고
말을 하면 사람들이 즐겁게 들으니
매우 교묘하고 지극히 명료하여라.
수명은 길어지고
안온하여 근심 고뇌 없어지며
모든 중생들이 그를 보기를
친한 벗을 대하듯 하네.
만약 모든 유정이 훌륭한 복전에서 그 바른 이치에 순종하고 오로지 보시를 베풀면 반드시 금생에 재물이 풍요로워지고 상응한 복의 과보를 얻을 것이다.
마치 금만부인(金鬘夫人)이 부처님의 공덕에 관해서 듣고 마음으로 우러러 찬탄하며 자기가 지니고 있던 미묘한 금꽃 장식[金鬘]을 여래에게 받들어 올렸던 것과 같고,
또 선사왕녀(善思王女)가 미묘한 음식으로 존자 수보리(須菩提)에게 공양하였던 것과 같고,
또 수발(修髮) 바라문 여인이 스스로 머리털을 잘라서 그 값어치만큼의 죽을 가지고 저 존자 대가전연(大迦旃延)에게 공양을 올렸는데 머리털이 다시 본래와 같아진 것과 같나니,
이 세 사람은 청정한 보시로 인하여 현재의 몸으로 다 나라의 왕후가 된 것이다.
또 복엄(福嚴) 장자는 몸소 가서 부처님과 모든 아라한을 청하여 집에서 재(齋)를 경영하였지만 재가 끝난 뒤에 창고가 다시 넘쳤으며,
소치는 여인이 전단향을 가지고, 또한 농사짓는 여인이 맥견화(麥䅌花)를 가지고 부처님 탑에 공양하여 모두 하늘에 태어난 것처럼,
이와 같이 현재 과보의 인연을 받게 된다.
이는 『승군왕경(勝軍王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머무실 때 승군대왕(勝軍大王)의 말리부인(末利夫人)이 첫 딸을 낳았다.
그런데 딸은 열여덟 가지의 지극히 추한 모습을 지녔으므로 점점 자라서 나이가 차 마땅히 시집갈 곳을 찾았으나, 모든 귀족들은 혼인하기를 꺼렸고 낮은 가문의 집안은 왕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외국의 어느 장자의 아들이 오래 이 성에 머물면서 비용을 모두 탕진하고 홀로 이리저리 헤매며 다녔는데, 아직 짝이 없었다. 신하가 왕에게 사실을 알리자,
왕은 곧 그를 불러서 말하였다.
“나에게 큰 딸이 있는데 그대를 사위로 맞아들이고자 하니, 만약 서로 친히 지내면 길이 죽을 때까지 부귀할 것이요, 설사 그대의 나라로 돌아가더라도 함께 가야 하리라.”
그리하여 왕의 딸은 곧 가장 미묘하고 기이한 보배와 여러 가지 보배로 그 몸을 꾸민 뒤에 그의 아내가 되었는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물도 함께 주었다.
장자의 아들은 곧 왕의 딸을 취하여 아내로 삼은 뉘에 오래지 않아 같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니 그의 모든 친족들은 예를 베풀고 그의 아내를 보고 싶어 하였다.
그러자 장자의 아들이 말하였다.
“나의 아내는 왕의 딸인데 어찌 쉽게 볼 수 있겠습니까?
만약 꼭 보려면 날을 받아야 합니다.”
뒷날 모든 친족들이 다시 그 집에 모이니,
장자가 말하였다.
“가셨다가 7일이 지난 뒤에 성(城)의 꽃동산에 나갈 것이니, 그곳에서 함께 만납시다.”
대중이 다시 자세하게 물으니
‘저의 말은 진실합니다. 만약 가지 않으면 나는 마땅히 벌금 50만 냥을 드리리다’라고 말하였다.
그 장자의 아들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서 먼저 일부분을 방 안에 두고 부인에게 말하여 알려준 뒤에 굳게 문을 잠갔다. 그리하여 장자의 아들은 벌금과 음식들을 들고 약속한 동산으로 갔다.
이때 여러 대중이 동산에 있다가 멀리서 그 장자의 아들이 오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가 홀로 오고 있으므로 다 같이 비난하였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였구나. 먼저 약속한 대로 하지 않았다.”
장자의 아들은 동산에 도착한 뒤에 친족들에게 말하였다.
“저의 아내를 만나지 못하였다고 해서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벌금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대중이 말하였다.
“그대는 처를 높이 숭배하여 달빛조자도 보지 못하는 깊은 방에 숨겨두었는데, 어찌 하물며 우리들이 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왕의 딸은 방에서 스스로 슬픈 생각에 잠겼다.
‘나는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생김새가 너무나 추하니 대제 어떤 악업으로 이렇게 비루(鄙陋)함을 불러왔는가?’
그러고 나서 성난 목소리로 탄식하여 말하였다.
‘괴롭고 괴롭다. 나의 남편은 나 때문에 수없이 많은 부끄러움을 받게 되었고 항상 거짓말을 하고 또 책망의 벌을 받게 되었으니, 이렇게 세상을 살아간다면 설령 살아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곧 비단 머리띠를 가지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으려 하였다.
그때 집을 지키는 귀신이 이 일을 보고 나서 왕의 딸에게 말하였다.
“내가 마땅히 풀어줄 것이니, 그 생명을 보전하여 젊어서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마땅히 아십시오.
세존께서는 끝없는 대비(大悲)로 항상 저들 유정들을 구하고 제도하기를 즐거워하시니, 언제나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진리의 본질[法要]을 설하여 알고 믿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탐욕의 더러운 때를 씻어 버리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성냄의 허물을 씻어버리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어리석음의 허물을 없애버리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일체의 선근(善根)을 불어나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생사의 진흙에서 벗어나오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윤회의 고해(苦海)에서 초월하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번뇌의 결박에서 해탈하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나쁜 지혜의 독화살을 뽑아 버리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네 가지 폭류(瀑流)를 끊고 피안(彼岸)에 이르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3악도의 온갖 고초를 벗어나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법의 물을 베풀어 갈애(渴愛)를 씻어버리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경계(境界)의 악성 종기를 싫어하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무명의 알 껍질을 깨뜨리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아만(我慢)의 높은 산을 꺾어 항복하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모든 악을 멀리하고 부끄러움의 옷을 입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지계와 선정과 지혜의 3학(學)을 갖추어 닦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모든 법을 통달하여 마음에 자재함을 얻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청정한 지혜의 눈을 얻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그들로 하여금 대해탈문(大解脫門)에 뛰어 들어가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에게 보리심이 일어나게 할 것인가?
이제 나는 어떤 중생의 머리에 보리의 꽃다발을 걸어줄 것인가?
이제 나는 마땅히 승군왕(勝軍王)의 딸이 추하고 비루한 모습을 바꾸어 소원대로 이루어지게 해 주어야겠다.’
이것이 바로 세존께서 찰나찰나 생각마다 모든 중생을 관찰하셔서, 혹은 가깝거나 멀거나 혹은 많거나 적거나 혹은 수승하거나 열등하거나 상ㆍ중ㆍ하의 성품에 관계없이 모두 능히 구원하고 제도하며 지혜의 눈으로 모두 살피시되 남기거나 버림이 없는 것이니,
게송에서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은 중생을 버리지 않으시니
멀거나 가깝거나 다 교화 제도하시니
마치 열매가 무르익으면
자연히 단 맛이 생겨나는 것과 같네.
그러므로 모니존(牟尼尊)께서는
원수거나 친한 이나 오직 한 생각으로
모든 중생 이롭고 즐겁게 하시고도
그 과보를 바라지 않으시네.”
그때 세존께서는 먼저 나형외도(裸形外道) 니건자(尼乾子)를 이끌어 교화하시기 위하여 대인상(大人相)을 나타내고 보배 연꽃에 앉아 붉은 옷을 입고 계셨으니, 마치 태양이 처음 솟은 것과 같았다.
모습이 고요하며 편안하게 위의를 갖추어 머물러 계시는 것이 마치 금산(金山)과 같아서 펼쳐진 빛이 끝이 없었으며,
무수한 사람과 하늘의 큰 법회에 머물러 계시니 마치 뭇 별들 속에서 보름달이 나타난 것과 같았다.
또한 천궁(天宮)의 보배 다라수(多羅樹)가 미풍에 천천히 움직이는 것과 같아서 사람들이 즐겨 의지하고,
산호 줄기와도 같이 보배 꽃으로 장식되었으며 금 소반 위에 큰 등불을 켠 것과 같았으며,
향기 나는 흰 코끼리가 니련하(尼連河)에 들어가니 금 연꽃의 꽃가루가 모여드는 것과 같았으며,
또한 봄에 갈니가수(羯尼迦樹)에 금꽃이 만개하면 대중들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과 같았다.
모든 유정을 능히 잘 다루고 이끌며 온갖 악도에 들어가도 피로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착한 길로 이끌고 교화하시며 모든 법을 잘 설하시어, 그들로 하여금 모두 발심하여 안온한 즐거움을 얻게 하였다.
모든 유정은 무시이래로 서로서로 잇달아 지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등의 온갖 악을 행하였지만, 원수이거나 친한 이거나 또는 원한을 맺지도 않고 친하지도 않은 이까지도 평등하게 불쌍히 여기셨다.
마치 외아들인 양 여기셔서 그들을 모두 험난한 윤회에서 벗어나오게 하시니 마치 태양이 어둠을 깨뜨리는 것처럼 다하여 남음이 없게 하셨다.
이때 세존께서 일체지의 소리[一切智聲]로서 그 외도를 위하여 간략히 진리의 본질[法要]를 설하셨다.
“마땅히 알라. 세간의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법을 지혜로써 깨달아 통달하면 모두 텅 비고 고요하지만, 허망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진실한 견해에서 미혹되었으니, 자성열반(自性涅槃)은 본래 청정하다.”
그 외도는 이 설법을 듣고 마음에 깨달음을 열어 능히 굳게 집작하였던 아만을 끊어버렸으니, 비유하면 사자가 우레 같은 소리를 내면 거대한 바위가 저절로 갈라지는 것과 같았다.
그때 저 여래께서는 저 외도의 견해를 꺾고 논의에서 이기신 뒤에 대신통을 나타내어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으로 오르시니, 그곳에 있던 모든 중생이 한결같이 부처님의 공덕을 일컬어 일체 세간에서 능히 이길 자가 없다고 찬탄하였다.
또다시 가장 수승하고 번뇌 없는 무견정상(無見頂相)의 오슬니사(烏瑟尼沙:육계상)를 나타내시니, 육계(肉髻)는 오른쪽으로 돌고 감청색이었으며 윤택하여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다시 미간에서 백호상(白毫相)의 광명을 놓으시니 가을밤의 보름달과 같았다.
이것은 여래 제일의 공덕이요, 범천(梵天)의 작은 선[小善]으로는 감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것은 부처님께서 남을 이롭게 하는 대비로써 일으키신 것이어서 설사 미진수같이 많은 중생들이 모여 정사유(正思惟)에 머문다 할지라도 능히 저 오슬니사는 헤아릴 수 없었다.
강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으며,
이루어짐도 아니고 허물어짐도 아니요,
바쁘지도 않고 한가하지도 않으며,
움직임도 아니고 고요함도 아니요,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으며,
억세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으며,
가라앉지도 않고 들뜨지도 않으며,
평평하지도 않고 험난하지도 않으며,
말다툼도 아니고 잠잠한 것도 아니며,
합한 것도 아니고 흩어진 것도 아니며,
집착도 아니고 여읜 것도 아니며,
부지런한 것도 아니고 게으른 것도 아니며,
생각함도 아니고 건너감[度]도 아니며,
병(病)도 아니고 고뇌함도 아니며,
모든 중생과 평등하게 함께 있어 가장 수승한 길상이요 제일의 공덕이었다.
그러자 그 외도는 마음이 깨끗해져 믿고 이해하였고, 부처님 법 가운데 안온하게 머물게 되었다.
이때 왕녀는 방 안에 있다가 부처님의 광명을 받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크게 평안해져서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 세상에 머무시면서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시니, 액난이 있는 자는 모두 구제받았다. 이제 세존께서 대비를 버리지 마시고 불쌍히 여기셔서 덮고 보호하시어 제 앞에 몸을 나투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멀리서 공경하여 예를 올리면서 구슬프게 눈물을 떨구었다.
부처님께서 그 뜻을 아시고 문득 그녀의 방이 엄숙하고 청정해지게 만드셨다.
그러고 나서 여래께서 땅에서 솟아 나오시니, 몸은 진금색이요 상호가 단정하고 엄숙하였다.
그러자 왕의 딸은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며 미묘한 꽃과 향으로 경건하게 공양하고 보배와 영락을 받들어 보시하며 합장하여 예를 드리고 공경하며 친근하였다.
순간 부처님의 그림자가 몸을 가리더니 그녀는 홀연히 곱고 깨끗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음으로 크게 환희하며 헤아릴 수 없이 기쁨에 겨워 뛰다가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씀드렸다.
가장 훌륭하신 석사자(釋師子)님
지라(枳羅) 암굴에 의지하시어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할 줄 알아
세간의 과실(過失) 여의셨네.
지혜를 날카로운 어금니로 삼고
부끄러움[慚愧]으로 수염과 머리카락 삼았으며
모든 마(魔)와 원수를 항복받으셨으니
사슴(麋鹿)이 갉아먹는 것 같네.
인욕으로 견고한 갑옷과 투구 삼고
자비의 힘을 활로 삼아서
저 지혜의 화살을 잘 쏘아서
영원히 번뇌의 적을 죽이시며
8해탈을 연못 삼고
정행(正行)을 둑과 언덕으로 삼았으며
더러움 없는 정진의 물로
깨달음[覺意]의 연꽃을 피우셨네.
용맹으로 모든 허물 여의시고
3유(有)의 뿌리 뽑아버리며
평등한 법의 약[法藥]을 보시하여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병 고치셨네.
맹렬한 위덕 고루 갖추시고
상호(相好)로써 장엄하셨으며
공덕의 마음을 증장하시어
뭇 중생들을 짊어지셨네.
위의(威儀)에 잘 머무시어
모든 근(根)이 어지럽지 않으시니
구바라(拘嚩羅) 꽃과 같아
보는 이마다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키네.
두려움 없고 때에 물들지도 않았으며
더없이 마음 고요하시며
온갖 속박에서 벗어나
일체지(一切智)를 이루셨네.
모니(牟尼) 대우왕(大牛王)께서는
세간과 더불어 같은 이 없으시며
능히 모든 중생의
병과 걱정 근심 구원하셨네.
붉은 승가리(僧伽梨) 입으시고
고요히 움직이지 않으시니
나는 모든 비유로
청정하신 마음 찬양하네.
금 다라수(多羅樹)가
줄기 치솟아 길고도 곧은 것과 같고
또한 빛나는 금 기둥 같아
광명 한없이 빛나시네.
또 저 금덩이에
전단의 진흙을 바른 것 같으니
이와 같은 부처님의 상호는
비교하여 능히 알 수 없도다.
어떤 때는 묘금산의
높게 치솟은 봉우리 하나가
맹렬한 바람에 날려 와서
우뚝 이곳에 멈추어 선 것 같다고도 하고
어떤 때는 아수라가
하늘의 주인[天主]과 싸우다가
그 금수레가 떨어져
홀연히 여기에 나타났다고도 하고
어떤 때는 금과 뒤섞여서 이루어진
특출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제석의 깃발이
홀연히 여기에 나타났다고도 하고
어떤 때는 다문천(多聞天)의
온갖 보배로 꾸며진
미묘한 보배 누각이
홀연히 이곳에 나타났다고도 하며
어떤 때는 지지불모(持地佛母)가
미묘한 보배의 창고를 토해내어
갖가지 광명을 놓은 것이
홀연히 여기에 나타났다고도 하네.
부처님께서 교화를 펼치고 나신 뒤에 홀연히 모습을 감추셨다.
이때 저 왕의 딸은 가부좌를 맺고 앉아 일심으로 한곳에 집중하여 부처님을 생각하였다.
그때 장자의 아들은 앞서의 그 동산에서 여러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기 때문에 취해 있었다.
그러자 대중들이 서로 의논하였다.
“저 사람이 손에 들고 있는 문의 열쇠를 쉽게 빼앗을 수 있으니, 열쇠를 가지고 빨리 그 집에 가서 문을 열고 부인을 보자.”
그러고 나서 곧 집으로 가 그의 아내를 보니, 그 모습이 천녀와도 같았으므로 모두 다 깜짝 놀라 자신들도 모르게 저절로 예를 드렸다.
장자의 아들도 돌아와 아내의 단정한 모습을 보았는데, 부인은 앞에서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알리고 난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 세존께서는 최상의 복전이시니, 이제 나는 다시 가서 공경하고 공양 올리고자 합니다.”
그 아내는 불사를 하고 나서 스스로 서원하였다.
“만약 나의 이 몸의 모든 악업으로 인하여 이 추한 모습의 과보를 불러 왔었다면 다시는 그 과보를 받지 않게 하시고, 나아가 세간의 모든 중생이 추하고 비루한 몸을 여의고 모두 단정함을 얻게 하소서.”
그러고 나서 곧 부처님 앞에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세존께서는 미묘한 색상(色相)을
장엄하게 다 구족하시어
능히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보는 자는 뜻하는 바를 얻게 하십니다.
저는 지금 적은 선(善)이나마
널리 모든 유정들에게 미치리니
그들의 모든 추하고 비루한 인연 없어지고
모두 단엄한 과보 얻게 하여 지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진 여인이여, 나는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으며 공양도 구하지 않으며, 모든 중생이 받는 업보를 따라 대비심을 일으켜 구호하느니라.”
그러고 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세간 이끄는 스승이라
이름과 이양(利養)을 구하지 않으며
저 5욕의 깃발을 능히 부수어
중생의 모든 마음 고요하게 하도다.
3명(明)과 2행(行)을 구족하여
마땅히 사람과 하늘에 길상(吉祥) 지으며
이미 온갖 마와 원수의 항복 받았으니
필경에는 능히 나를 이길 자 없도다.
3유(有)의 모든 근심과 허물 영원히 여의어
열뇌(熱惱)가 생기지 않고 마음에 해탈하였으며
또 저 습기(習氣)를 남김없이 없애어
세간의 광대한 공양을 받도다.
설사 어떤 중생이 와서 악하게 굴어도
그 마음 움직이지 않으니 허공과도 같으며
맹세코 마땅히 저 어리석은 범부를 짊어지려고
원만하고 분명한 무루지(無漏智)를 깨쳤도다.
만약 비구와 사부 대중이
모두 다 내게 와서 즐거이 법을 들으면
한결같이 모든 율의(律儀) 구족하게 하여
반드시 지혜로운 이가 되게 하리라.
나는 바로 정반왕(淨飯王)의 태자이며
산과 계곡에 살면서 고행을 기꺼이 닦아
생로병사 고통의 근원 벗어나
이로 말미암아 위없는 진리를 얻었네.
저 왕의 딸이 부처님 세존께 청정한 마음으로 보시함으로 말미암아 현재의 몸으로 단정하고 고운 모습을 얻게 되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기꺼이 최상의 쾌락을 구하려면 마땅히 부처님 처소에서 청정하게 공양하라.
이것이 부처님께서 설한 복개정행(福蓋正行)이니, 너희들 비구는 항상 즐겁게 받아 지녀 보시와 지계와 선정을 부지런히 닦고 배워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