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마라경 제2권
[세존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에 세존께서는 앙굴마라를 향하여 게송을 말씀하셨다.
오너라, 앙굴마라여,
출가하여 삼귀(三歸)를 받을지어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이 법은 바로 대승(大乘)이니
걸림없는 지혜라고 합니다.
일승(一乘)으로서 하나의 귀의처가 되며
부처님은 제일의(第一義)인 귀의처입니다.
불법은 하나인 이치이니
여래의 미묘한 법신입니다.
승가[僧]를 여래라고 하며
여래가 곧 승가입니다.
법과 비구승 이 둘은
바로 방편의 귀의처[方便依]요
여래는 방편이 아니고
제일의인 귀의처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늘에
여래께 귀의하오니
모든 귀의 중에서도
여래만 진실한 귀의입니다
만일 흥거(興渠)를 먹으려면
응당 진실한 것을 취할 것이니
진짜를 버리고 헛것 먹으면
나나 남이 모두 이익 없으리니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천 명의 의원도 못 고치리.
이와 같이 제일의(第一義)를 버리고
방편의를 닦아 익힌다면
이는 곧 어리석은 무리니
천 부처님도 능히 구출 못하리다.
그때 세존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동진(童眞)의 청정한 계[동진은 사미의 다른 이름이다. 계범본(戒梵本)에서는 이를 식차(式叉)라고 하였는데 배움이라는 뜻이며, 또는 수순하여 어김이 없다는 말이다]를 받아 지닐지어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것이 동진이며
어떤 것을 구족계라 하고
어떤 것이 참다운 사문이며
어떤 것이 복전(福田)이옵니까.
그때 세존께서 잠자코 계시자 앙굴마라는 또 게송을 말하였다.
만일 이 하나인 귀의처가
바로 제일의인 귀의처인 줄 모르며
둘의 귀의가 방편으로
세워진 줄 알지 못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세간의 동진인 줄 알아야 합니다.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못했으면
어떻게 사문(沙門)이라 말하며
제일인 귀의처를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청정한 귀의처라고 하겠습니까.
여래가 제일의인 귀의처임을
만일 능히 알지 못하며
청정하게 귀의하지 못하면
어떻게 사문이라고 하겠습니까.
진실인 귀의를 알지 못하면
어떻게 복전이 되겠습니까.
이 둘의 귀의처에 대해서
진실인지 방편인지
차이점을 잘 알지 못하면
이야말로 세상의 동진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생명을 살해하지 않는 계율을 받아 지녀야 한다.”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죽이지 않는 계를
결정코 받아 지니지 못하겠고
항상 중생의 목숨 끊는 것을
저는 꼭 받아 지니겠나이다.
중생이라 하는 것은
한량없는 모든 번뇌이니
그를 만일 항상 해친다면
이야말로 불살생계 지닌 것이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거짓말하지 않는 계를 받아 지녀야 한다.”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거짓말하지 않는 계를
결정코 받아 지니지 못하겠고
항상 일체의 법에서
거짓말하는 것 받아 지니겠습니다.
허망한 말을 받아 지니는
그것이 바로 불법이오니
허망한 말이라고 하는 것은
온갖 법이 공하다는 것입니다.
또 허망한 법 있는데
성문과 그리고 연각과
보살이 행하는 바로서
세간의 일을 따르는 것입니다.
또 허망한 법이 있는데
제가 세상에 출현하여
구족계를 받아 지니고
아라한을 성취한 그것입니다.
저는 온갖 음식 받아 먹고
그들이 보시한 일 건설하며
혹 가고 오고 거닐기도 하여
아홉 군데[九道]에서 온갖 샘[漏]이 흐릅니다.
저는 가죽 신을 받아 신고
이쑤시개와 옷과 약을 받아 쓰며
주리고 목마르며 잠자기도 하고
손톱을 깎고 수염과 털 깎습니다.
몸 안의 가지가지 병환으로
병에 따라 여러 약 먹사오니
저는 장차 열반하기를
섶이 다하여 불 꺼지듯 하리다.
그 밖의 허망하고 거짓인 법으로
나아가서는 저의 방편으로써
세간에 두루 다녔습니다.
항상 그러할 적마다
허망한 말에 물들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에는 진실과 자리를 말하리니
목건련이여, 잘 들으시오.
진실과 자리라고 하는 것은
이른바 여래장 그것입니다.
제일의(第一義)인 항상한 몸이며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몸과
제일 변하여 바뀌지 않는 것과
항상한 몸도 역시 그러합니다.
제일의인 고요한 몸과
미묘한 법신은 진실하나니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것이
그 몸을 어떻게 나타내겠습니까.
그러므로 거짓인 법이 생기나니
이것이 바로 부처의 가르침입니다.
온갖 허위를 떠났나니
그러므로 부처라 말합니다.
비유컨대 소를 기르는 사람이
송아지가 만약 죽을 때에는
그 가죽을 딴 송아지에게 덮어주어
어미 소를 기쁘게 하듯이
여래도 역시 그와 같아서
세간의 정도를 따라 순종하여
귀먹은 사람들 속에서는
귀가 먹은 모양을 보이시며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되
저 소 기르는 사람처럼 하시면
중생들은 이 모습 보고서
여래가 세상 사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소를 기르는 사람처럼
한량없는 온갖 모양으로
갖가지 교묘한 방편을 써서
모든 중생 인도하십니다.
만일 저 소 기르는 사람이
진짜와 다른 송아지를 보인다면
저 소의 젖이 나오지 않으리니
그러므로 방편을 베푼 것입니다.
여래도 역시 그와 같아서
만일 자성(自性)의 몸만 보이면
온갖 세상 사람들 중에
그 누가 그 모습 보겠습니까.
그러므로 교묘한 방편으로써
세간을 따라 시현하시어
널리 해탈 얻게 하시나니
이것이 바로 불법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지금부터
허위인 일만을 항상 행하며
나아가서는 중생을 살해하여
허망한 모든 일을 끝까지 하겠으며
허망 떠난 것을 받지 않으리니
곧 저의 계율이 청정하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술 마시지 않는 계를 지녀야 한다.”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술 마시지 않는 계를
능히 받아 지니지 못하겠고
항상 술 마시는 계를 받아서
오랫동안 늘 방종하겠나이다.
그로 말미암아 크게 부르짖고
다섯 갈래[五道]에 두루 윤회하며
한결같이 가장 즐거우리니
이것은 술이라고 말하나이다.
저 대승(大乘)으로부터 생긴
위없는 부처 갈무리의 술인
이 술을 저는 지금 마시어
스스로 만족하고 중생에게 권하겠습니다.
거기에 항상 머물러 변치 않고
기뻐하여 좋다고 찬양하며
여덟 소리로 크게 외치면서
끊일 새 없이 잔뜩 취하겠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음행하지 않는 깨끗한 계를 받아 지녀야 한다.”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음행하지 않는 계를
능히 받아 지니지 못하겠고
저 애욕에 탐착하는 것을
저는 꼭 받아 지니어
음녀의 집에 항상 놀면서
그녀와 함께 서로 즐기겠습니다.
삼매의 낙으로 아내를 삼고
자리의 법으로 아들 삼으며
자비한 마음으로 딸을 삼고
공한 법을 집으로 여깁니다.
한량없는 바라밀다로써
높고 넓은 평상 만들고
모든 번뇌로 호위 삼으며
비밀한 말로 음식 삼겠습니다.
총지(摠持)로 동산을 만들고
7각(覺)의 꽃으로 장엄하며
법의 말씀으로 나무숲을 삼고
해탈인 지혜로 과일 삼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인 5락이라 말하리니
이는 슬기로운 이의 마음 법이요
어리석은 이의 경계가 아닙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주지 않으면 갖지 않는 계를 받아 지녀야 한다.”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도둑질 않는 계를
능히 받아 지니지 못하겠고
항상 훔치는 것을 받아서
남의 재물을 뺏고 훔치겠습니다.
주지 않는 것은 보리(菩提)이니
누구도 그것을 줄 이가 없습니다.
주지 않는데 스스로 취하니
그러므로 저는 훔치는 자입니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앉으시어
얻거나 또 잃지도 않으시니
이것이 바로 자성(自性) 법이어서
가장 훌륭하여 더 이상 없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노래 부르거나 춤추지 않는 계를 받아 지녀야 한다.”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꼭 노래와 춤 익히어
노래하는 건달바의 게송으로
여래장을 선전하고 알리어
좋다고 찬탄하고 찬양하겠습니다.
저 여러 부처님의 처소에서
여래가 항상 머무심 들으면
대승인 그 수다라(修多羅)를
항상 미묘한 소리로 외우며
긴나라(緊那羅)와 건달바의
풍류 아뢰는 소리와 같이
한량없는 온갖 미묘한 음성으로
모든 경전에 공양 올리겠습니다.
만약 그 어떤 중생이라도
이러한 공양 항상 올리면
미래에 같은 이름의 부처된다고
여러 부처님께서는 모두 수기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