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발보리심파제마경 하권
[법문의 종류, 네 가지 아함 등]
그때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거룩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을 훌륭하게 설명하여 주시니, 그것이 곧 보리의 진리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현세 중에서 이와 같은 진리를 사랑하고 좋아하여 깨달아 안다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이 세간에서 큰 용맹을 얻고, 미래 세상에서는 보리에 편안히 머물러 훌륭한 법을 설하여 널리 많은 사람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지금 이미 바른 지혜를 얻어서 이와 같이 이익이 될 만한 말을 하는구나.
바라문이여, 만약 어떤 이가 지금 내 앞에서 이 법을 듣고 나서, 내가 열반한 뒤 말법 세계에서 이 바른 법을 써서 지니거나 독송한다면, 이런 사람은 성인의 도를 사랑하고 좋아하여 보리심을 발할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바라문이여, 내가 지난 옛날 보리를 구할 때, 한 아란야(阿蘭若:修行處)에서 어느 비구[苾芻]가 이 법을 설하는 것을 잠시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 법을 들으면서 문득 눈물을 흘리며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宿世]에 어떤 업장(業障)으로 이런 바른 법을 일찍이 듣지 못하였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가지고 있던 음식을 그 비구에게 주고 뒤에 다시 아뢰어 말하였다.
‘지금 들은 법을 저는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즐겁게 듣겠사오니, 부디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 그 비구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위하여 설명하여 주었다.
바라문이여, 나는 그때 이 법을 듣고 나서 곧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바라건대 나는 미래 세상에서 이 바른 법을 가지고 말법 세계에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호념(護念)하여 버리지 않고 있다가 중생을 위하여 널리 연설하오리다.’
바라문이여, 나는 그때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바른 법을 나는 어느 때라도 중생을 위하여 마땅히 설할 것이며, 훗날 말법 세상에서 모든 중생들이 조금이라도 이 법을 사랑하여 즐겨 닦고 익히겠지만, 그러나 다음 그 다음 세상에 이 법은 비록 있으나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지 아니한다면, 나는 이 일로 매우 슬프고 마음 아플 것이다.’
바라문이여,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 명호가 무량광(無量光)이라고 하는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께서 나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 원력 때문에 그 과보를 이룰 것이니라.’
바라문이여, 이런 뜻이 있었으므로 내가 일체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가련하게 여기나니, 어리석음과 어둠이 쌓이고 쌓여서 윤회의 두려움을 받기 때문이니라.
뒷날 말법 세상에서 어떤 비구가 이 바른 법에 대하여 싫어하여 여의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금지하는 계율을 허물어 잘못된 율의(律儀)를 수행한다면, 이 인연 때문에 이와 같은 바른 법을 펴서 통하게 하지 못할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바라문이여, 나는 모든 중생들을 유익하게 하기 위하여 널리 이 경을 설하느니라.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이 바른 법은 곧 광대한 법문(法門)이니, 모두 네 가지 아함(阿含)에 잘 거두어 둘 것이다.
어떤 것이 저 네 가지인가?
이른바 『잡아함(雜阿含)』ㆍ『장아함(長阿含)』ㆍ『중아함(中阿含)』ㆍ『증일아함(增一阿含)』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아함 등으로 일체 성문의 법장(法藏)을 다 거두어[摠攝] 수록하니, 모든 성문의 사람으로서 만약 이 가운데서 배우고 닦는 사람은 곧 성문의 법장을 행하여 능히 성문승의 과(果)를 출생시키며 또 성문보리의 분법(分法)을 거두리라.
또 이 경에는 저 일체 최상의 설법인 보살의 법장을 거두어 두었나니,
이런 까닭에 모든 법의 어머니[諸法之母]라 하며, 비나야장(毘奈耶藏)ㆍ아비달마장(阿毘達磨藏)도 또한 이 경에 포섭되며, 나아가 8만 4천의 법문 하나하나가 다 이 경에서 나오느니라.
또한 이 경법(經法)은 곧 일체지지(一切智智:부처님의 지혜)로서 최상의 근본이며, 또한 성문과 연각의 지혜도 내느니라. 광대하고 매우 깊어 불가사의하니, 이 큰 광명이 널리 삼계[三有]를 비추리라.
이것은 곧 일체지의 근본을 따라 모든 부처님의 보리에 있는 보시 공덕을 출생시키며, 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와 저 가장 수승한 해탈(解脫), 이와 같은 등의 온갖 공덕이 들어있는 법장[藏]을 출생시키니, 이 경에서 그 진리를 다 설했느니라.
또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4성제법(聖諦法)도 이 경전 가운데 설했느니라.
요점을 말하자면 이 경은 제행무상(諸行無常)ㆍ제법무아(諸法無我)ㆍ열반적정(涅槃寂靜)이 다 설해져 있다.
이런 뜻이 있으므로 만약 성문승이나 연각승이나 혹은 대승법이나 그 근기를 따라서 이 가운데에서 자세히 설하였느니라.
또 이 경은 모든 법 가운데에서 저 보리심을 크게 칭찬하였으니, 이런 까닭에 이 경이 가장 으뜸이요, 가장 훌륭하니라.
바라문이여, 만약 어떤 이가 현재에 모든 부처님을 뵙고 직접 이 법을 듣는 자가 있으면, 이 사람은 이미 과거에 부처님을 따라서 『마하연보엄경(寶嚴經)』을 들었으며, 그 경에서 이미 이 법을 들었을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경법(經法)은 3세(世) 중에 일찍이 단절된 적이 없으며 그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듣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때 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 법은 가장 으뜸이며 매우 심오합니다.
만약 모든 지혜 없는 중생이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의 법장인 최상의 바른 법을 듣고서도 깊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마땅히 어떤 인연으로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또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수많은 중생들이 이 대승 최상의 법에 대하여 마음에 의혹을 내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 중에 백 구지(俱胝) 천마(天魔)의 궁전과 백 구지 마왕 하나하나가 각각 백 구지 천마의 권속들을 두어서, 항상 이 최상법문을 엿보아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여서 여러 가지 방해할 일을 만들어 중생들로 하여금 써서 지니거나 독송하지 못하게 하느니라.
왜 그런가?
이 삼천대천세계에는 많은 중생들이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거나 또는 지금 이 대승의 법문을 듣고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다면, 이 앞에서 말한 공덕을 무게로 달거나 그 양(量)을 헤아려 비교해 보더라도 이 보리심을 내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니,
이런 까닭에 천마가 틈을 엿보면서 방해할 틈을 찾아 마군을 보내어 방해하는 것이니라.
그러하기 때문에 수많은 중생들이 이런 인연으로 마음에 의혹을 내느니라.
바라문이여, 또 이 경은 모든 법 중의 왕이니라.
이런 인연 때문에 모든 어려운 일이 많으니라.”
그때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방편이 있어야 모든 마군들로 하여금 스스로 조복(調伏)하게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나에게 비밀총지법문(秘密摠持法門)이 있으니, ‘마를 깨뜨림[破魔]’이라고 이름한다.
내가 만약 이 법문을 설할 때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귀와 마귀의 무리들이 다 파괴되고 말 것이다.
바라문이여, 비유하면 태양의 광명이 나타나 이 세간을 비추면, 일체의 어둠이 다 사라지듯이 마귀를 깨뜨리는 법문도 또한 이와 같아서 내가 만약 설할 때에는 모든 마귀의 무리가 다 파괴되고 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