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타경 제4권
[모든 중생에게 다 바른 법을 듣게 하는 방편]
그때 약상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방편으로 모든 중생에게 다 바른 법을 듣게 하십니까?”
[괴로움]
부처님께서 약상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모든 중생에게 내가 태어나는 고통을 설했으나 그들은 듣지 않았다.
늙는 고통, 병드는 고통, 근심과 슬픔의 고통,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고통, 사랑하면서도 이별해야 하는 고통, 죽어 멸하는 고통,
약상아, 이것을 일체 괴로움이라 한다.”
[죽음]
그때 젊은 중생들이 이 법문을 듣고 나서 합장예불하고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도 죽음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젊은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모두 죽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저 젊은 중생들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죽음이 찾아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죽는 순간에 행과 식을 멸하는 바람[滅行識風]이 일어나며,
식이 전변하는 바람[識轉風]이 일어나며,
식과 상응하는 바람[識相應風]이 일어난다.
선남자야, 죽을 때가 되면 이 세 가지 바람이 행과 식을 움직인다.”
저 젊은 중생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어떤 세 가지 법이 죽을 때 신식(身識)을 괴롭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첫째는 칼의 괴롭힘이며, 둘째는 침의 괴롭힘이며, 셋째는 회초리의 괴롭힘이다.
이 세 가지 바람이 그 몸을 자르며 괴롭힌다.”
[몸]
저 젊은 중생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몸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불무더기를 몸이라 하며, 타는 것을 몸이라 하며, 어리석음을 몸이라 한다.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몸이라 하며, 가시 덩어리를 몸이라 하며, 무덤을 몸이라 하며, 물거품을 몸이라 하며, 무거운 짐을 몸이라 하며,
태어나는 괴로움을 몸이라 하며, 늙고 병드는 괴로움을 몸이라 하며, 죽는 것을 몸이라 한다.
사랑하면서도 헤어지고 미워하면서도 만나는 것을 몸이라 한다.”
[죽음과 태어남]
저 젊은 사람들이 다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몸에서 무엇을 죽음이라 하며, 무엇을 태어남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식이 멸하는 것을 죽음이라 하고, 복덕과 인연으로 식이 일어나는 것을 태어남이라 한다.
선남자야, 몸이라는 이름은 한량없는 억만의 근육과 맥이 서로 얽혀 있으며, 몸에는 8만 4천의 털구멍이 있다는 뜻이다.
다시 8만 4천의 호충(戶忠)이 그 안에 살고 있는데, 저 모든 벌레들도 죽어 없어진다.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할 때 모든 벌레가 공포에 떨며 서로서로 뜯어먹으므로 모든 고통을 받는다.
암수의 무리가 큰 슬픔과 번뇌를 내면서 서로 뜯어먹는다. 모든 벌레가 서로 뜯어먹는데, 오직 두 마리가 남아 7일 동안 싸우다가 7일이 지나면 한 마리는 명이 다하고 한 마리는 남아 있다.
저 벌레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싸움을 쉬지 않듯,
범부도 임종에 이르도록 쉴새없이 싸운다.
태어나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늙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병드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죽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 두 벌레가 죽음에 이르도록 쉬지 않듯이 범부 중생도 그러하므로 죽는 순간에 현성(賢聖)이 이렇게 꾸짖는다.
‘장부여, 너는 착하지 못한 짓을 저질렀다. 너는 어찌 세간의 고통을 보지 않느냐?
태어나는 고통을 보지 못했느냐, 병드는 고통을 보지 못했느냐, 늙는 고통을 보지 못했느냐, 죽는 고통을 보지 못했느냐?’
범부가 대답한다.
‘이와 같이 이미 태어나는 고통, 병드는 고통, 늙는 고통, 죽는 고통을 보았습니다.’
‘네가 만일 그런 고통을 보았다면 어찌 모든 선근을 짓지 않으며, 무엇 때문에 내세의 즐거움을 위하여 모든 착한 법을 닦지 않는가?
장부여, 내가 다시 너에게 묻겠다.
무엇 때문에 선근을 지어 나는 고통, 늙는 고통, 병드는 고통, 죽는 고통을 여의지 않는가? 무엇 때문에 바른 생각으로 하는 관법을 닦지 않는가?
너는 염부제에서 건치 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느냐?
중생이 보시 행하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중생이 부처님 복전에 선근의 씨를 심고 향기로운 꽃과 번개(幡蓋)를 부처님께 보시할 때 너는 보지 못했느냐?’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등 여래의 네 무리 제자들이 부처님 법 가운데서 괴로움과 악을 구제해 주십니다.’
현성이 꾸짖는다.
‘착하지 못한 장부야, 이와 같이 착하지 못한 업을 짓다니.’”
이때 법왕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뵙고
법고 치는 소리를 들으며
법 연설하시는 것을 볼 때
적멸하여 열반에 이르리라.
많은 중생들을 보니
복 짓는 자는 매우 적구나.
복은 내세를 즐겁게 하는데
무엇 때문에 짓지 않는가?
그 사람이 게송으로 법왕께 대답하였다.
나는 어리석고 지혜 없어
악지식을 가까이하여
착하지 못한 업 지었으며
욕심 때문에 마음을 미혹했습니다.
나는 오래도록 욕심을 익힌 과보로
지금의 고통을 받습니다.
중생을 많이 살해하였으며
화합승을 파괴하였으며
불탑과 절을 파괴하였습니다.
어리석고 지혜 없어
입으로는 착하지 못한 말을 하였으며
부모에게 욕을 하였습니다.
나는 아무 지각 없이
많은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내가 태어날 곳을 보았고
대규(大叫)지옥과
중합(衆合)지옥에 떨어져
큰 고통을 받았습니다.
다시 아비(阿毘)지옥에서
한량없이 심한 고통을 받으며
대연화(大蓮華)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습니다.
흑승(黑繩) 큰 지옥에서
백천 생 동안 고통을 받으며
일체 지옥에서
모든 고통을 다 받았습니다.
셀 수 없는 백천 겁에
큰 고통을 받았으며
흑암지옥을 헤매면서
출구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불가마 가운데 떨어져
더더욱 뭇 고통을 받았으며
다시 한 지옥이 있었는데
도검(刀劍)지옥이라 했습니다.
내 앞에 줄지어 늘어선
백천이나 되는 도검이
내 몸을 절단하였습니다.
자기의 업 때문에 고뇌를 받는 것이지
기술자가 지어낸 것이 아니며
업에 따라 자연히 생긴 것입니다.
큰 바람이 나를 일으켜
온몸을 두루 자르듯
나도 마땅히 이와 같이
지옥의 모든 고통 받았습니다.
일체 모든 중생들이
내가 이 고통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소유한 재물과 보배는
다 세간에 남겨 두었는데
아들과 딸, 그리고 형제
자매와 친척 권속과
부모와 아는 사람들
노비와 심부름꾼
소와 양과 모든 축생들
나의 뜻이 여기에 미혹했습니다.
금은 보배와
좋은 옷에 탐착하였으며
집 짓는 데 탐착하여
훌륭히 집 단장을 하고
아름다운 여인들과
피리와 악기 소리를 즐기며
이렇게 마음이 어리석은 자였습니다.
향기로운 목욕물에 목욕을 하고
이와 같이 자신을 즐기며
완악하고 어리석어 지혜 없는 몸을
갖가지로 공양하면서도
형제조차 돌보지 않았습니다.
허망한 마음으로 탐착하여
오늘 받는 한량없는
고통은 다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가장 맛난 음식을
탐착해 먹었으며
윤기 나는 향수를 머리에 바르고
보배 구슬로 머리를 장식하여
여색을 탐하여 스스로 미혹해 취했으나
지금은 구제해 주는 자 없습니다.
눈은 악업의 원인이니
보고 나면 탐심이 나며
귀는 갖가지 소리를 따라
듣고 나면 탐심을 냅니다.
팔에는 보배 팔찌를 차고
손가락엔 금 보배 가락지를 끼고
목에는 보배 영락을 걸었으며
발에도 금가락지를 끼었습니다.
금 보배로 그물을 만들어
서로 얽어서 몸을 덮었으며
몸에는 갖가지 보배를 붙였으니
이렇게 내 몸을 치장하면
세간에서 제일가는
몸치장이라 생각했습니다.
미세하고 부드러운 최상의 묘한 감촉으로
애욕을 키웠으며
갖가지 묘한 침상과 의자로
내 몸을 기쁘게 하였습니다.
갖가지 좋고 묘한 향을
내 몸에 발랐습니다.
전단향과 용뇌향을
내 몸에 바르고
사향 등 모든 향을
사용하여 몸에 바르며
첨복향(諂蔔香)과 수마나향(須摩那香)을
머리에 발랐습니다.
제일 정묘한 옷인
흰 털옷을 몸에 걸쳤습니다.
흰 코끼리 수레를 버리면
다시 말 수레를 타고
왕이 되어 국정을 다스리면
사람들이 다 공경하고 존중했습니다.
궁중의 모든 후비는
노래와 춤과 유희를 잘 배웠으며
광야에 있는 짐승들을
일없이 사냥하며 죽였습니다.
이런 악행 저지르면서
후세의 과보를 알지 못했으며
저 고기를 탐해 먹었기 때문에
이렇게 괴로운 과보를 받습니다.
어리석고 지혜 없어
당연히 죽음이 있음을 몰랐습니다.
내가 어리석은 마음으로
몸과 목숨을 양육했으나
죽음의 문전에 다다른 오늘에는
구해 줄 사람 하나 없습니다.
너희 모든 친족들아
나를 본들 무엇하리.
왜 좋은 옷을 입지 않고
무엇 때문에 스스로 근심스럽게 울며
무엇 때문에 머리를 빗지 않는가?
고통을 받다가
내 명은 다할 것이니
악을 더욱 많이 지었기 때문에
여우ㆍ이리ㆍ까마귀 등이
나의 이 육신을 먹을 것이며
이 몸을 영원히 기른다 해도
모든 벌레의 먹이가 될 것이다.
나고 죽음은 이 몸 때문이니
태어나는 일 있는 중생에게는
마땅히 이 같은 약을 주어
이 어려움을 여의게 하소서.
세상의 명의도 치료하지 못하며
구제해 줄 사람도 없습니다.
오늘 법의 약을 주시어
번뇌의 병을 멸하게 하소서.
갖가지로 이 몸을 기르지만
모인 것은 반드시 죽음으로 돌아갑니다.
세상에 더없이 존귀하신 분
모든 중생을 구제하시며
적멸에 든 모든 불자도
중생을 구제하고자
묘한 법약(法藥)을 베풀어
생사를 멀리 여의게 하십니다.
고기 먹으며 이 몸을 기르지만
모든 고통의 과보 알지 못하며
영원히 이 몸을 길러도
조그만 이익도 없습니다.
이 몸은 깜깜한 어리석음 덩어리라
조그만 은혜도 알지 못합니다.
처첩과 아들딸들도
그 은혜의 힘을 알지 못하고
잘 살도록 길러 주어도
구제하는 자 없습니다.
아는 이 하나 없이 절망하여
근심 걱정하면서 지옥에 들어갑니다.
중생은 태어나면서 고통이 있고
뒤에는 죽음의 고통 있으며
상(想)ㆍ행(行)ㆍ촉(觸)ㆍ수(受) 등은
중간의 고통이 됩니다.
어리석음 때문에 애욕에 결박되어
갖가지 세계[有]에 태어나고
애욕에 결박되어
경계에 탐착합니다.
중생은 무지하기 때문에
근심과 번뇌의 고통뿐
착한 법 알지 못하고
마음은 다만 명자(名字)에만 집착합니다.
후세를 알지 못함이
마치 악한 독사와 같으며
무명이 중생을 얽어매어
해탈을 멀리 여의게 합니다.
해탈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악업에 떠돌며
마음에 번뇌가 있기 때문에
중생은 생사에 머뭅니다.
번뇌가 모든 선법을 태움이,
불이 마른 나무를 태우듯 하니
5도(道)에 유전하며
조그만 즐거움도 받지 못하고
좋고 묘한 약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청정한 부처님 국토에서
세존께서는 법 바퀴를 굴리며
여래는 청정한 음성으로
계ㆍ정ㆍ혜를 설하십니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약상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악을 저지른 중생은 생명이 끝난 뒤에 모든 고뇌를 받지만 구제해 주는 자가 없다.
이제부터는 착한 과보를 가타(伽陀)로 설하리라.”
악업과 불선업을 지으면
반드시 지옥에 들어가
뜨거운 철환을 씹어 삼키며
끊는 구리 물을 마시리.
불의 비가 그 몸에 쏟아져
온몸이 불에 타며
어디 하나 빠진 곳 없이
골고루 고뇌를 받는다.
청정한 즐거움 알지 못하고
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어리석음으로 나쁜 법을 저질러
즐거운 과보를 멀리 여읜다.
부처님께서 금계 하신 법을 믿고
지혜를 닦아 익혀
청정한 계를 구족하면
속히 보리를 이룬다.
정진이 제일이니
청정한 불국토에 태어난다.
착한 법의 요점을 설하여
모든 중생을 거두고 보호하며
자비의 마음을 갖추어
청정한 범행을 닦으라.
또한 해탈지견을 갖추어
여래의 착한 이름 이루면
세간의 부모가 되리라.
보리심이 제일이니
이 법문을 설한 자
으뜸가는 선지식이며
이 법문을 듣는 자
반드시 더없이 존귀한 이 되어
세존의 10호(號)를 갖추고
적멸한 마음에 상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