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4권
[태자가 농부를 만나다]
태자는 듣고 나서 귀찮고 언짢아하면서 밤낮으로 생각을 하며 오로지 집 떠날 것만을 구하였으나 본래의 마음을 이루지 못하겠으므로, 가리사가라는 마을로 나아갔는데
가다가 중도에서 다섯 가지 큰 보배의 광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오더니 광을 맡은 신들이 말하였다.
“태자여, 이 보배 광들은 보살의 소유이십니다. 원컨대 보살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받아 주소서.”
태자는 말하였다.
“이들 보배 광을 뭇 보배의 무더기로서 중생들은 사랑하고 집착하겠지만 나는 구하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자 광을 맡은 신들은 보살의 말을 듣고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아채고 바로 같은 무리들을 이끌고 큰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때 태자는 점점 앞으로 나아가서 가리사가 마을의 지경까지 이르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저마다 소의 도구를 가지고 애쓰면서 밭갈이하고 씨를 뿌리며 손발은 추악하고 먼지와 흙투성이가 되어 있으며 옷은 해지고 굶주려서 힘이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갖가지로 괴로워하고 시달리며 있었으므로,
태자는 전생부터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을 품었는지라 보고서는 놀라며 묻자, 좌우에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태자께서 관할하는 곳의 밭갈이하고 씨 뿌리는 사람들입니다.”
태자는 듣고서 곧 말하였다.
“장정과 소를 놓아 보내서 멋대로 스스로가 살아가게 하고 관리들에게 다시는 얽매거나 가두지 않게 하여라.”
[태자가 선정에 들다]
이 말을 하여 마치고 바로 잠부나무 아래로 나아가서 거부하고 앉아 선정에 들었는데, 그 여러 신하와 종이며 백성들도 나무 아래서 에워싸고 모시며 서 있었다.
끼니때를 지나고서 정반왕은 생각하기를
‘태자가 밖에 나가서 이미 시간의 언약이 지났는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내가 스스로 가서 태자를 보아야 하겠구나’ 하고,
즉시 수레를 차려서 마을로 나아가다가 염부수(閻浮樹)에 이르자 비로소 태자가 삼마지에 들어서 몸과 마음이 꿈쩍하지도 아니하는데, 햇빛이 이전하는데도 나무 그림자는 옮아가지 않는 것을 보고 정반왕은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크고 거룩한 덕을 지닌 대장부로구나. 매우 있기 드문 일도 있다.
해는 옮아가며 머무르지 않는데 나무 그림자만은 옮아가지 않다니.”
그리고는 머리를 땅에 대고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하도다. 대장부야,
세간에선 매우 있기 드문 일이다.
탄생할 적엔 광명을 내쏘아서
대지가 모두 진동을 하였는데
이제 염부수 아래에 앉아 있으니
해는 옮아가는 데도 그림자는 그대로다.
이때에 대중들은 널리 보고 듣는데
나는 이제 귀명하며 예배하노라.
그때 태자는 선정으로부터 일어나서 바로 수레를 타고 가비라성을 돌아가다가 시타림(尸陀林)을 지나면서 그 숲 속에 죽은 사람들이 있음을 보았는데, 벌거숭이에 더러운 냄새가 나고 온 몸뚱이가 문드러져 있는지라, 세간에 대하여 깊이 싫증을 내며 왕과 태자는 가비라성으로 들어왔다.
이때에 관상하는 이가 있다가 태자의 거룩한 덕이 퍽이나 뛰어났음을 쳐다보고서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이제 이 태자는 이레 안에 만약 집을 떠나지 아니하면 틀림없이 전륜성왕의 위를 지니리라.”
그때에 관상(觀相)하는 이는 이에 게송(偈頌)으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제 아셔야 하리다.
실달다 태자께서는
이레 동안에 집 떠나지 않으면
전륜왕의 왕위에 오르시리라.
4대주(大洲)를 통솔하시어
넉넉하여 7보를 지니시리니
만일 정등각(正等覺)을 이루게 되면
법의 재(財)로 세간을 구하시리다.
그때에 관상하는 이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쳤고, 태자는 수레를 몰아 점차로 앞으로 나아갔는데,
[밀리아야]
이때에 석씨 성바지로서 가라차마(迦羅叉摩)라는 이에게 밀리아야(蜜里誐惹)라는 딸이 태자를 쳐다보매 위의가 높고 묵직한지라 찬탄하며 태자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버지는 해탈의 즐거움을 얻었고
어머니의 몸 역시 다시 그러하셔서
이 실달다를 탄생하셨나이다.
원컨대 저의 지아비가 되시옵소서.
장차 두 가지가 구족하신 어른 되어
원만하게 열반의 법을 증득하시어
이름은 사방에 두루 들리시리니
나는 이제 귀명하며 예배하옵니다.
그때 태자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곧 진주와 영락을 그의 위력으로써 창문 안에 던지자 여인의 목에 놓이며 걸렸다.
이때에 정반왕은 이 일을 보고서 즉시 2만의 궁인에게 밀리아야 여인을 에워싸고 왕궁으로 들게 하였다.
그때 태자에게는 세 부인인 야륜타라ㆍ오폐가ㆍ밀리아야와 6만의 궁인들이 아침저녁으로 공양하고 모셨지만 마음에 애착이 없고 오로지 버리기만을 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