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태자서응본기경 하권
[깨달음]
부처님께서는 정의(定意)를 얻으셨고 일체를 다 알고 보셨으므로 앉아서 스스로 생각하셨다.
‘이것은 진실로 미묘하여 알기도 어렵고 밝히기도 매우 어려운 것이구나.
높되 위가 없고 넓어서 끝이 없으며, 깊되 아래가 없으니 너무도 깊어서 헤아려 알 수 없느니라. 그리하여 크기로 말하면 천지도 에워싸고 작기로 말하면 틈이 없는 곳에도 들어간다.
옛날 정광(定光)부처님 때에 나에게 수기(授記)하시기를,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문(釋迦文)이라 하리라〉고 하셨는데,
이제야 과연 얻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겁으로부터 애써 고생하면서 구하던 것을 이제야 얻었구나.
스스로 기억해 보니 과거 세상에는 여러 가지 보시를 하였고, 사랑[慈]과 효도, 인(仁)과 의(義), 예의와 공경, 정성과 믿음으로 마음을 바르게 하고, 선(善)을 지켰으며, 마음을 비우고 성인의 법을 배웠다.
부드럽고 연약하게 마음을 깨끗이 하며,
6도무극(度無極:六波羅蜜)인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일심(一心)ㆍ지혜(智慧)를 행하고,
네 가지 평등심인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를 익히며,
중생들을 양육하되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듯 하였고, 여러 부처님들을 받들어 섬기는 등 덕 쌓기를 한량없이 많이 하였으며, 여러 겁 동안 애써 고생하였더니,
그 공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아서 이제야 다 얻게 되었구나.’
그리고는 기뻐하시며 스스로 말씀하셨다.
이제 깨달은지라. 부처님 극히 높아
음욕 버리고 깨끗하여 번뇌 없어졌으며
일체를 거느리고 인도할 수 있으니
따르는 이들 틀림없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리.
지은 복의 과보가 통쾌한지라
미묘한 소원 다 성취하였으며
빠르게 최상의 고요함을 얻었으니
나는 장차 니원(泥洹)에 나아가리라.
[목욕]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도를 증득하시고는 음식을 적게 드시고 신체가 텅 비고 가벼움을 스스로 아시고 천천히 일어나 물에 들어가셔서 깨끗이 목욕하셨다.
목욕을 마치시고 언덕으로 오르려고 하시자 하늘이 나뭇가지를 당겨 주었으므로 그것을 휘어잡고 나와서 나무 밑으로 걸어 가셨다.
그러자 5백의 푸른 새[淸雀]가 날아와서 부처님을 빙 둘러 세 바퀴 돌더니 가 버렸다.
[장자의 딸의 죽과 금바루]
또한 장자(長者)의 여식으로서 시집간 이래로 아들 낳기를 기원하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온갖 맛이 나는 죽을 만들어 산에 가서 나무 신에게 기도하고 나면 반드시 아들을 얻는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곧 죽을 만들어 금발우에 가득 담기 위하여 죽을 쏟아 부었는데 솥과 국자엔 조금도 묻지 않았다.
여인은 더욱더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몇몇 여인들과 함께 산 속에 들어가 좋은 나무를 바라보다가 곧 여종을 보내 먼저 가서 소제(掃除)하게 하였다.
여종이 그곳에 이르러 부처님을 보고는 어떤 신(神)인지 알지 못해서 돌아와 장자의 딸에게 보고하여 말했다.
‘어떤 신이 나무 아래에 앉아 있습니다.’
장자의 딸은 여종을 시켜 온갖 맛이 있는 죽을 머리 위에 이고 있게 하고는 꿇어앉아 음식과 함께 금발우를 진상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에게 착한 마음이 있으면 틀림없이 현재 세상에서 복을 얻어 진리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니라.’
모든 여인들이 멀리에서 절하고 물러갔다.
부처님께서 문득 죽을 드시고 나서 과거 세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증득했을 때를 기억해 보았더니,
그 부처님들께서도 모두 다 온갖 맛이 나는 음식을 받았고 아울러 금발우를 진상 받았는데, 지금 바친 이 그릇과 똑같은 것이 현재 문린용(文隣龍)의 처소에 있었다.
부처님께서 즉시 발우를 물 속에 던지자 저절로 거꾸로 들어갔는데, 물길로 7리쯤 거슬러 들어가더니 지난 과거의 세 개 발우가 있던 위에 떨어지니,
네 개의 그릇이 한 곳에 포개져서 한 개의 발우 모양을 하자 용왕이 기뻐하면서 다시 부처님께서 탄생하셨음을 알았다.
[나무신과 5백의 장사꾼]
부처님께서 정의(定意)에 드시어 7일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으시자
나무 신이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새로 도를 증득하시고 속시원하게 앉아 계신 지 7일이나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도 음식을 드리는 이가 있지 않으니, 내가 마땅히 사람을 구하여 부처님께 밥을 올리게 해야겠다’고 하던 차에
때마침 장사꾼 5백 사람이 산 한쪽을 지나가는데 우마차가 모두 쓰러져서 가지 못하였다.
그 장사꾼들 중에 두 대인(大人)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제위(提謂)였고, 다른 한 사람은 파리(波利)였다.
그들은 두려워하면서 다시 여러 상인들과 함께 나무 신에게 나아가 복을 빌었다.
그러자 신이 빛나는 모습으로 나타나 말하였다.
‘금세(今世)에 부처님께서 이 우류국(優留國) 경계에 있는 니련선(尼連禪) 물가에 계시는데 아직까지 음식을 바치는 사람이 있지 않았다.
다행히도 너희들이 먼저 착한 마음을 가질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큰 복을 얻게 될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부처님이란 이름을 듣고는 모두들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틀림없이 홀로 크고 높으신 분이실 것이다. 천신(天神)이 공경하는 바이니 평범하신 분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즉시 미숫가루에 꿀을 섞어서 다 함께 나무 아래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올렸느니라.
[사천왕의 네 개의 4바루]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사람들이 보시하는 것을 가엾게 여겨 받으셨을 것이며 법으로 모두 발우를 가지셨을 것이다.
다른 도를 닦는 사람들처럼 손으로 밥을 받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리라.’
그때 사천왕(四天王)은 즉시 멀리서 부처님께서 마땅히 발우를 쓰시려 하심을 알고는
사람이 팔을 한 차례 굽혔다가 펼 만큼 짧은 시간에 알나산(頞那山) 꼭대기에 함께 이르니,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바와 같이
바위 사이에서 네 개의 발우가 저절로 나왔는데 향기롭고 깨끗하며 조금도 더러움이 없었다.
사천왕은 각기 발우 하나씩을 가지고 돌아와 함께 부처님께 바치며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상인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그들로 하여금 큰 복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지금 철로 만든 발우가 있사오니 뒤에 제자들이 마땅히 그 그릇을 가지고 음식을 먹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내가 한 개의 발우만 가지게 되면 다른 세 사람의 마음은 상쾌하지 못할 터이니 네 개의 발우를 다 받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는 왼쪽 손에 네 개의 그릇을 포개놓고 오른손으로 어루만져 한 개의 발우로 합성(合成)하셨으나 밖으로는 네 언저리가 각각 나타나게 하셨다.
[장사꾼에게 주원하시다]
부처님께서 미숫가루와 꿀을 받으시고 모든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부처에게 귀명(歸命)하고 법에 귀명하도록 하라. 때마침 여기에 비구 대중이 있으니 마땅히 참예하여 스스로 귀명하고 곧 모두 가르침을 받으라.’
각각 세 가지에 스스로 귀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일어나셔서 다른 곳에서 식사를 마치시고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주원(呪願)하시며 말씀하셨다.
‘이제 보시를 한 것은 이 음식을 먹은 이로 하여금 기력(氣力)을 넉넉하게 해 주려는 것이니, 장차 보시한 집으로 하여금 대대로 소원을 이루고 색(色)을 얻고 힘을 얻으며, 우러러봄을 얻고 기쁨을 얻으며, 편안하고 쾌락하며 병이 없고 끝내 연수(年壽)를 보전하며, 모든 사악한 귀신들이 번거롭게 하거나 가까이할 수 없게 하리니, 착한 마음을 지녀서 덕을 세워 그 근본이 견고해졌기 때문이니라.
모든 착한 귀신들은 언제나 마땅히 옹호(擁護)하여 도의 자리[道地]를 열어 보이며, 이익을 얻고 화합하여 마주 대하게 하겠으며, 머뭇거려 험한 일이 없게 하겠으며, 다시는 환란이 없도록 하리라.
사람으로서 바른 견해가 있고 믿음으로써 기뻐하고 공경하면 맑고 깨끗하여 뉘우치지 않을 것이며, 도덕(道德)을 베푸는 이는 복덕이 더욱 커서 따르는 것마다 훌륭하게 변하고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으리라.
해와 달과 5성(星)이며 28수(宿)와 천신(天神)과 귀왕(鬼王)들이 언제나 따르고 보호하여 도울 것이며, 사천대왕(四天大王)은 착한 사람을 구분하여 상을 주는데, 동쪽의 제두뢰(提頭賴)와 남쪽의 유섬문(維睒文)과 서쪽의 유루륵(維樓勒)과 북쪽의 구균라(拘均羅)가 마땅히 너희들을 보호하여 너희들로 하여금 횡액을 당하지 않게 하리라.
능히 지혜로운 뜻이 있어서 학문을 정밀하게 연구하고 부처님과 그 법과 승가를 공양하며, 숱한 악을 버리고 스스로 방자하지 않으면 길하고 상서로움을 받으리라.
복을 심으면 복을 얻고 도를 행하면 도를 얻어서 먼저 부처님을 뵙고 일심으로 받들어 섬겼기 때문에 장차 이로부터 제일가는 복이 이르게 되어 현재 세상에서 복을 얻고 시원하게 깨달아 진리를 보게 되며, 부유하고 즐겁게 장수를 누리다가 자연히 니원(泥洹)에 이르게 되리라.’
[제석]
그때 미숫가루와 꿀이 차가워져서 부처님의 뱃속에서 풍기(風氣)가 일어났다.
제석(帝釋)이 곧바로 알아차리고 그 때를 따라 염부제(閻浮提) 경계에 이르러 가리륵(呵梨勒)이라는 약과실을 구해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과실은 향기롭고 맛이 좋아서 드실 만할 것입니다. 내풍(內風)을 없애는 데에는 가장 좋은 약입니다.’
부처님께서 받아 잡수시자 풍기가 곧 제거되었다.
[용]
부처님께서 일어나셔서 문린(文隣)이라는 눈먼 용이 살고 있는 무제수(無提水) 속에 이르시어 7일 동안 좌정(坐定)하셨으나 호흡이 가쁘지 않았다.
광명이 물 속을 비추자 용이 눈을 뜨게 되어 스스로 전과 다름없이 알게 되었다.
3불(佛)의 광명을 보고 눈으로 문득 볼 수 있게 되자 용왕은 기뻐하면서 깨끗이 목욕하고 이름 있는 향ㆍ전단(栴檀)ㆍ소합(蘇合)을 가지고 물 밖으로 나와 부처님의 상호(相好)를 보고 마치 나무에 피어 있는 꽃과 같은 광명의 그림자로 부처님의 앞을 일곱 겹이나 둘렀고,
몸은 부처님의 주위에서 40리나 떨어져 있으면서도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용이 부처님 위를 펼쳐진 채 덮고 있었으니,
그것은 모기와 등에 따위의 해충과 추위와 더위의 장애를 막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7일 동안이나 비가 내렸는데 용은 일심으로 목말라 하거나 배고파 하지 않았다. 7일 만에 비가 그치자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깨어나셨다.
용은 변화로 나이 어린 도인이 되어 좋은 옷을 입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춥지는 않으십니까? 덥지는 않으십니까? 모기나 등에 따위가 가까이하여 괴롭히지는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오랜 동안 가려진 곳에 있으면서
도를 생각하니 그 복이 통쾌하구나.
예전에 원하는 바를 듣고 싶어했었는데
이제 다 알게 되어 통쾌하구나.
저것들이 괴롭히는 대상이 되지 않아서
중생을 편안케 할 수 있어 통쾌하구나.
세간을 건져 3독(毒)을 멸하고
부처님의 니원(泥洹) 얻으니 통쾌하구나.
태어나는 세상마다 부처님을 볼 수 있고
경법(經法)을 듣고 받으니 통쾌하구나.
벽지불(辟支佛)과
진인(眞人)이 모일 수 있으니 통쾌하구나.
어리석은 사람이 따르는 일을 함께하지 않고
악한 사람을 여읠 수 있으니 통쾌하구나.
지혜가 있어 참되고 거짓됨을 분별할 수 있고
바른 도를 알아 믿으니 통쾌하구나.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마땅히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스스로 법(法)에 귀의하며, 스스로 비구 승가에게 귀의하여 곧 세 가지에 스스로 귀의함을 받도록 하라.’
여러 축생들 가운데에서는 이 용이 가장 먼저 부처님을 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