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는 오션 브엉을 사랑하게 될 거야 / 오션 브엉
오션, 두려워 마.
길의 끝이 너무나 멀리 앞선 나머지
이미 우리 뒤에 와 있어.
걱정 마. 네 아버지는 둘 중
한 명이 서로를 잊을 때까지만 네 아버지야. 우리
무릎이 아무리 아스팔트에 키스해도
척추가 날개를 기억하지 못하듯이. 오션,
듣고 있니? 네 몸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어머니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든 부분이란다.
여기, 한 가닥의 지뢰선으로 깎아내린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이 있네.
걱정 마. 그냥 그걸 지평선이라고 부르면
절대 닿을 일 없으니.
오늘은 오늘이야. 뛰어. 구명보트가
아니라는 걸 약속할게. 너의 떠남을
거둘 만큼 넓은 가슴을 가진
남자가 있어,
불이 꺼진 직후, 그의 다리 사이
희미한 횃불을 아직 볼 수 있을 때,
넌 그걸 쓰고 또 써서
네 손을 찾지.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하니
네게 스스로를 비울 입 하나가 주어졌지.
두려워 마, 총소리는
조금 더 오래 살려는 자들이 내는
실패하는 소리일 뿐. 오션아, 오션아-
일어나. 네 몸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몸의 미래야. 그리고 기억해,
외로움마저도 세상과 같이 보낸
시간이라는 걸. 여기,
모두가 있는 방이야.
네 죽은 친구들은 바람이
풍경(風磬)을 통과하듯
너를 통과하고 있어. 여기 절름발이
책상 그리고 그 책상을 지탱하는
벽돌이 있어. 그래, 여기 방이 있어
따뜻하고 피처럼 가까운,
맹세해, 넌 잠에서 깨면-
이 벽들을
피부로 착각할 것이라고.(안톤 허 옮김)
-시집『총상 입은 밤하늘 Night Sky with Exit Wounds』(문학과지성사, 2022)
감상
지금 미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지목되는 오션 브엉(Ocean Vuong, 본명: 브엉 꾸옥 빈 Vương Quốc Vinh, 1988~)은 베트남 출신의 젊은 미국 시인이자 퀴어 작가다. 2017년 시집《Night Sky with Exit Wounds》로 T.S.엘리엇상을 수상한 그는 2015년 버즈피드 북스(Buzzfeed Books)가 선정한 32명의 필수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전쟁과 트라우마, 퀴어, 그리고 이민자 경험과 성 소수자(LGBTQ+) 문제를 주로 취급하며, "그의 시구는 길면서도 짧고, 그의 포즈는 서사적이면서도 서정적이다."(다니엘 베그너). 이런 양가성은 시제(「언젠가 나는 오션 브엉을 사랑하게 될 거야」)에서도 특징적으로 드러나 있다. 나와 오션 브엉이 그것. 시는 자기 자신과 다른 자아 사이에서 나누는 사적인 대화라는 로저 리브스의 말은, 이 시에서 내 안의 나를 지칭한다. 내면의 상처와 고통의 주체인 나로부터 진정한 나를 만나고 찾아가는 시의 장면은, 브엉 자신이 겪었던 전쟁의 폭력과 그로 인한 고통스러운 기억 등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아름답고 위험한 목소리로 드러나 있다.
표제는 그가 편애하는 두 시인(프랭크 오하라, 로저 리브스)에게서 차용한 바 있다. '언젠가 프랭크 오하라를 좋아하게 될 거야.'(프랭크 오하라,「Katy」), 로저 리브스의 시「언젠가는 로저 리브스를 사랑하게 될 거야」(로저 리브스,「King Me」)가 그것. 여기서 언젠가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말은, 지금은 그렇지 못한 (부정적) 상황을 반영한다. 하여 '지뢰전', '구명보트', '총소리', '절름발이', '피' 등의 시어와 이미지, 그로 인한 부정적 정서(두려움과 걱정)의 상태는 나와 또다른 나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나 불화를 표출한다. 이 경우 '다른 나'는 기원과 부름의 대상으로서 "오션, (너는) 듣고 있니? … 오션아, 오션아- " 이 깊고 애절한 목소리는 제4의 음성이거나, 존재의 들림으로서 "일어나, 네 몸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인)/ 몸"을 향해 있다. "어머니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이 몸 말고 나는 아름다운 기억과 상처의 빛을 발견할 수 없다. 내 안의 나(그)를 찾아가는 길은 신체와 영혼 사이로서 멀고 아프다. [아프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Doleo ergo sum.] 불이 꺼진 직후, 거먕빛으로 나는 쓰고 또 쓰기 위해 손을 찾는다.
브엉의 시 읽기가 물고기의 움직임에 있다면, 물고기의 비밀은 물을 잊음에 있다. 장자의 지혜가 마음을 비우는 심재(心齋)와 고요 속에 머무는 좌망(坐忘)에 있다면, 이 또한 다르지 않다. 나는 나를 잊음으로 나의 마음을, 집을 온전히 갖게 되며 나를 사랑하게 된다. 나의 방은 두려움과 외로움의 다리 건너에, 아니 "세상과 같이 보낸/ 시간"에 있다. 왜 모든 그립고 아픈 것들은 집이 아니라 길을 만드는가? 브엉, 이제 너는 잠에서 깨고 나면 이 "벽들을 피부로 착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사랑은 '무릎', '척추', '손', '입', '다리' 등 온몸으로,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사랑의 대양-오션은 모든 것을 하나로 모으고 하나로 잇는 지점이다. 오션 브엉의 시는 말에 대한 사랑에 있다. 그리고 철학은 삶에 대한 사랑, 과학은 미지에 대한 사랑, 사랑은 사람에 대한 사랑, 음악은 사랑에 대한 사랑에 있다면. 삶의 가장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조차 마법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죽음의 말["죽은 친구들은 바람이/ 풍경(風磬)을 통과하듯/ 너를 통과하고 있어."]과 사랑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오션, 두려워 마./ 길의 끝이 너무나 멀리 앞선 나머지/ 이미 우리 뒤에 와 있어." 이후로도 나는 오션 브엉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김상환)
첫댓글 생사는 독락이라도 된 다는 건가 ㅡ 나는 부처라도 된다는 건가 ㅡ 결국 주체와 객체는 동일한 두 얼굴이라도 된다는 건가 ㅡ 나를 잊음으로 나를 찾는 ㅡ 오션 부엉의 화두는 우주가 법문임을 가리킨다